(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4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레오 바라드카르 아일랜드 총리와 회담을 하기 전에 취재진과 얘기를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EU가 우리와 대화하지 않으면 그들의 많은 제품에 관세를 물릴 것이다" 고 말했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이 EU에 무역전쟁을 경고하는 최후 통첩을 보냈다. USTR은 이날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된 구체적인 EU산 물품 목록을 공개했다. 112억달러(약 12조8000억원) 규모다. 불공정 무역행위를 멈추지 않으면 관세 폭탄을 투하하겠다는 선전포고인 셈이다.
앞서 미국은 2004년 처음으로 EU의 에어버스 보조금 지급에 대해 WTO에 제소했다. 2011년에는 EU가 1968년부터 2006년까지 에어버스에 모두 180억달러(약 20조570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했다는 WTO 분쟁조정위원회의 1심 판정이 나왔다. 당시 WTO는 EU 보조금이 에어버스의 신형 여객기 출시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서 이 때문에 경쟁사인 미국 보잉 항공기 판매가 300대 이상 줄었다고 판단했다. WTO 분쟁조정위는 지난해 2심 판결에서도 미국의 손을 들어줬다.
EU의 항공기 보조금 지급에 대해 보복 관세를 부과할 수 있음을 알리는 USTR 자료 제목. /사진=USTR
미국이 실제로 EU산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 EU가 보복에 나서면서 전면적인 무역전쟁으로 확대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USTR의 이번 조처가 WTO 판결에 대한 대응이기는 하지만 지난 1년간 무역 협상을 진행해 온 미국과 EU 사이의 긴장감을 크게 높일 것이 분명하다"고 우려했다. 미국과 유럽의 교역 규모는 2016년 기준 1조1000억달러(약 1257조원)에 달했으며, 미국이 920억달러(약 105조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EU의 공산품 및 서비스 시장 등의 개방 확대를 요구하고 있으며, 유럽산 자동차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까지 검토하고 있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신형 항공기의 잇따른 추락 사고로 보잉이 궁지에 몰린 가운데 나왔다. 보잉의 737 맥스 여객기는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에 이어 지난달에도 에티오피아에서 추락하면서 기체 결함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에 보잉 주가가 폭락했으며, 737 맥스 기종 생산과 판매에도 차질이 생겼다. 반면 에어버스는 반사이익으로 각국의 구매 요청이 몰리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