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소비자물가 0.4%↑…한은 "2월말 예상경로서 크게 안 벗어나"

머니투데이 한고은 기자 2019.04.02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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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류 가격·정부 복지정책 '공급 충격' 분석…디플레 우려에는 "가능성 제한적"

/자료=통계청/자료=통계청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한국은행 물가안정목표(2%) 간 거리가 더 벌어졌다. 한은은 석유류 가격 등 공급측 요인의 물가 하방 압력이 컸다며, 지난 2월말 내놓은 예상경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디플레이션(경기침체를 동반한 물가하락)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2019년 3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4.49로 전년동월대비 0.4% 상승했다. 2016년 7월 이후 2년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폭이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 식료품을 제외한 지난달 근원인플레이션율은 전년동월대비 0.8%로 집계됐다. 2000년 2월 이후 약 19년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을 보였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들어 1월 0.8%, 2월 0.5%, 3월 0.4%로 점차 둔화되며 한은 물가안정목표과 격차가 커지고 있다. 한은은 거시경제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신축적 물가안정목표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낮은 수준을 지속하면서 저물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석유류, 채소류 가격 약세가 지속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떨어졌고, 신학기를 맞아 시행된 고교무상급식, 납입금 부담 경감 등 복지정책은 근원물가 하방압력으로 작용했다"며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는 일시적인 공급측 요인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석유류, 농축수산물가격이 2017년과 2018년 소비자물가상승률을 각각 0.7%포인트, 2018년 0.6%포인트 높인 반면 올해 1~2월중에는 0.4%포인트 낮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시적 공급충격이 큰 소비자물가와 달리 기조적 물가는 안정적인 흐름이라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한은은 경기와 연관성이 높은 일부 개인서비스 물가 등을 기초로 산출하는 경기민감물가와 정부가 가격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관리제외 근원물가는 지난 1월 각각 1.9%, 1.4% 수준으로 분석했다. 지난 2~3월도 이같은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또 현재 물가 수준이 예상경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평가다. 기준은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을 1.4%로 전망한 1월 경제전망이 아닌 2월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이다.

한은의 물가 눈높이는 연초에 비해 낮아진 상태다. 한은은 2월 통방문에서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1월 전망경로를 다소 하회하여 당분간 1%를 밑도는 수준에서 등락하다가 하반기 이후 1%대 중반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18일 발표될 한은의 수정경제전망에서 물가 전망치가 하향 조정될지 관심이다. 한은 관계자는 이에 "연초 공급측 요인, 정부정책 영향으로 물가가 많이 낮아져있기는 하다. 경기상황이나 글로벌 영향 등 여러 가지를 짚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오는 5~6월 유류세, 개별소비세 한시인하 조치가 종료되고, 서비스업 임금상승세가 지속되면서 하반기를 기점으로 물가 상승률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 "디플레이션 가능성은 제한적"=한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낮게 유지되면서 나오는 디플레이션(경기침체를 동반한 지속적 물가하락) 우려에 한은은 "원인과 거시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한은은 최근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묻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유승희 의원의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디플레이션은 가격하락이 상품과 서비스 전반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최근의 저물가는 석유류 등 공급측 요인의 일시적 가격하락에 주로 기인한다. 기조적 물가지표는 대체로 1%대 중후반의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은은 또 "디플레이션은 통상 극심한 경기침체에 수반돼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최근 우리 경제는 잠재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성장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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