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번 찍어 안 넘어간 카드공제…설계자가 전한 '탄생 비화'

머니투데이 세종=박경담 기자 2019.03.13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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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김재진 조세재정연구원 부원장

김재진 조세재정연구원이 11일 집무실에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박경담 기자김재진 조세재정연구원이 11일 집무실에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박경담 기자


김재진 조세재정연구원 부원장(60·사진) 은 직장인들에게 '13월의 월급'을 안겨주는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의 아버지다.

올해로 도입 20년을 맞는 신용카드 소득공제에 대한 논의는 IMF 금융위기 직전인 1997년으로 상반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직장인들 사이에선 '유리지갑'인 자신들만 세금을 제대로 내고, 사업자는 매출 파악이 안돼 탈세를 일삼는다는 불만이 팽배해 있었다.

김 부원장은 미국 유학 생활을 마치고 1997년 조세연구원(조세연 전신)에 입사하자 마자 사업자 소득을 파악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신용카드 소득공제의 가능성을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제시했다.



처음엔 이 아이디어는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는 1999년 청와대 파견근무를 하면서 직장인의 신용카드 사용이 늘면 사업자 세원 파악은 저절로 뒤따를 것이라며 신용카드 소득공제가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결국 제도가 시행됐고, 결과는 놀라웠다. 세금을 낸 개인사업자는 1996년 132만명에서 2016년 530만명으로 4배가 늘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한시적인 제도지만, 여덟 차례 연장됐다. 직장인 세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수명을 번번이 늘렸다. 올해 9번째 일몰 도래를 앞두고 다시 제도 연장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된 상황에서 지난 11일 세종시 조세연 집무실에서 김 부원장을 만났다.



김 부원장은 23년 동안 국책연구기관에 몸 담은 세제 전문가다. 신용카드 소득공제처럼 굵직한 세금 제도 대부분은 김 부원장 손을 거쳐 탄생했다. 김 부원장은 역설적으로 신용카드 소득공제 연장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다. 그는 "세금 혜택은 누군가에겐 페널티(불이익)"이라며 "수수료가 붙는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은 자영업자의 가격 인상을 유발해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온다"고 말했다.
김재진 조세재정연구원이 11일 집무실에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박경담 기자김재진 조세재정연구원이 11일 집무실에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박경담 기자
김 부위원장은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직불카드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신용카드나 직불카드나 세원 파악 기능은 같은데, 신용카드 공제가 이제는 카드사에만 도움을 주는 정책이기 때문에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 부원장은 세금 제도를 통한 복지에도 일가견이 있다. 복지 제도에 한 획을 그은 근로장려세제(EITC)는 그의 책상에서 출발했다. EITC는 일하는 저소득층에게 세금을 환급해주는 제도다. 2003년 초 참여정부 인수위원회는 EITC 도입 보고서 작성을 막 마친 김 부원장을 찾았다. 보고서는 책으로 발간도 되기 전인 따끈따끈한 원고 상태였다. EITC 도입 방안은 참여정부 국정과제에 포함됐다.

김 부원장은 1차, 2차, 3차 사회안전망 중 2차에 주목했다. 1차 사회안전망은 기초생활보장제도로 구축됐다. 3차 사회안전망은 4대 사회보험이 맡았다. 하지만 극빈층과 4대 사회보험 수급자 사이를 메울 2차 사회안전망은 사각지대가 컸다.


기초생활보장제도를 확대하기엔 재정 부담이 컸다. 김 부원장은 EITC가 재정 부담을 완화하고 복지 제도로도 기능할 수 있다고 봤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으로 잠시 주춤했던 EITC 도입 계획은 김 부원장 주도로 2005년 구체화돼 2008년 시행됐다.

김 부원장이 최근 가장 관심을 둔 분야는 소득불평등 완화, 공평과세다. 그는 "경제 규모는 세계 상위권인데 국민 행복도는 50위권"이라며 "어떻게 불평등을 줄이고 세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꿔야 할 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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