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낙후된 응급의료체계… 윤한덕 센터장이 남긴 숙제

머니투데이 민승기 기자 2019.02.10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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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적인 인력 부족 문제 여전…'지역 완결형' 응급의료체계 구축 필요

임종철 디자인기자임종철 디자인기자


설 연휴 병원 사무실에서 숨진 故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영결식이 10일 엄수된 가운데, 열악한 응급의료체계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3년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이후부터 국민들이 응급상황에서 신속하고 적절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종별에 따라 응급의료기관을 지정하고 있다. 2018년 현재 권역응급의료센터 36개소, 지역응급의료센터 126개소, 지역응급의료기관 239개소가 지정돼 있다.



정부는 2015년부터 응급의료수가 개선을 추진하는 등 응급의료 현장을 적극 지원하지만 인력 부족, 지나친 업무강도 등 문제는 여전하다.

◇ 강도 높은 응급실 업무강도…결국 인력부족 = 의료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다수 응급의료기관 종사자들의 근무환경은 열악한 수준이다.



한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응급의료 현장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화장실 갈 시간도 부족하고 평소 집에 귀가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한다. 간이 침대에서 쪽잠을 자며 근무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방 응급의료기관은 인력을 뽑고 싶어도 뽑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인력 부족의 문제는 결국 업무 과중으로 이어진다. 의사나 간호사들이 근무를 기피하는 악순환이 반복 되고 있다.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소장 역시 지난해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출석해 부족한 인력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당시 이 소장은 "(높은 업무강도로) 있던 의료진들도 사직서를 내 인력이 더 줄어든 상황"이라며 "일본과 비교해도 우리의 의사, 간호사 인력 비율이 훨씬 적다"고 말했다.

◇ 응급실 내원환자 전원으로 골든타임 놓치기도 = 응급환자의 경우 무엇보다도 적정시간(골든타임) 내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위급한 응급실 내원환자를 또 다시 타 의료기관으로 옮기는 문제점은 여전히 발생되고 있다.



자유한국당 이명수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154개 응급의료센터가 외부 의료기관으로부터 받은 환자 수는 총 55만5783명이다. 1개 응급의료센터당 8만5590명의 응급환자를 전원 받은 셈이다. 전원 받은 환자를 다시 치료 불가, 병실부족 등의 사유로 타 의료기관에 재전원 시킨 사례는 2만511건이었다.

반복해 병원을 옮기는 사유로 병실부족 3101건, 당장 응급수술 또는 응급처치 불가능 1880건, 중환자실 부족 767건 등의 순이었다.

같은해 36개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도 환자를 전원시킨 사례가 9940건이 발생했다. 전원 사유로는 당장 응급수술 또는 응급처치 불가능이 1303건, 중환자실 부족 537건, 병실부족 526건 등이었다.



◇닥터헬기 무용지물?...환자 이송 체계 개선 요원 = 환자 이송체계 문제도 심각하다. 중증응급환자의 적정시간(골든타임) 내 최종치료기관 도착률은 2017년 기준 52.4%에 불과하다.

중증응급환자의 빠른 이송을 위해 도입된 닥터헬기도 여전히 제한점이 많다. 이국종 소장은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게 우선인데 우리나라는 헬기를 이·착륙해 환자를 싣고 올 수 있는 인계점을 이유로 닥터헬기가 뜨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인계점은 환자를 싣고 내릴 수 있도록 사전에 승인받은 특정 장소로, 전국에 800여군데가 있다.

실제 지난해 해상종합훈련 중 한 해경승무원이 양묘기에 다리가 끼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전남 닥터헬기 부두가 허가받은 인계 장소가 아니여서 이륙을 제때 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해경승무원은 결국 목숨을 잃었다.



이 소장은 "영국에서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주택가 한복판이라도 이착륙을 한다"며 "열악환 업무환경에서 목숨을 걸로 현장을 누비는 의료진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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