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고의 분식 의혹' 삼성바이오 제재 집행정지

머니투데이 백인성 (변호사) 기자 2019.01.22 15:13
글자크기

[the L] (종합) 제무재표 수정·임원 해임·감사인 지정 등 본안 소송 선고시까지 중단…본안 소송은 미지수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삼성바이오로직스 변호인단 김의환 변호사(왼쪽)와 증권선물위원회 변호인단 김정호 변호사가 19일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 증권선물위원회 상대 집행정지 심문기일' 공판을 마치고 나서고 있다. 2018.12.19/뉴스1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삼성바이오로직스 변호인단 김의환 변호사(왼쪽)와 증권선물위원회 변호인단 김정호 변호사가 19일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 증권선물위원회 상대 집행정지 심문기일' 공판을 마치고 나서고 있다. 2018.12.19/뉴스1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가 회계기준 위반 사유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내린 제재 효력을 법원이 정지시켰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증선위의 제재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행정소송 선고가 날 때까지다.

22일 서울행정법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난해 11월 증선위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신청을 인용, 본안 사건의 1심 판결 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그 효력을 정지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집행정지란 처분의 집행으로 인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경우 △처분 정지에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될 경우 △처분이 정지될 경우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없을 경우라는 세 가지 요건이 충족될 때 행정처분을 일시적으로 중단시키는 조치다.

앞서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2부터 2014년까지 보유한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을 지분법으로 회계처리해야 함에도 이를 종속기업으로 연결 회계처리하고 △2015년부터 2018년 6월까지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위의 연결 회계처리 오류를 소급해 수정했어야 함에도 2015년 지배력 변경이 있었던 것처럼 회계처리해 에피스 주식을 공정가치로 부당평가해 관련 자산과 자기자본을 과대 계상했다고 판단했다.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의로'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했다고 보고 지난해 11월 △조치 1개월 내에 회계장부·재무제표에 반영해 재작성 △증선위가 지정한 회계법인을 3년간 감사인으로 지정 △대표이사 및 담당임원에 대한 해임 권고 등 제재 처분을 했다.

삼성바이오는 즉시 증선위 결정에 불복해 제재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증선위의 행정처분을 정지시켜달라는 집행정지를 법원에 신청했다.

이날 법원은 결정문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본안청구(제재처분취소소송)가 이유없음이 아직 명백하지 않은 상황에서 제재처분 효력이 정지되지 않아 증선위가 지정한 회계법인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감사인으로 선임되고 삼성바이오로직스 CEO와 CFO 해임안이 주주총회에 권고되며, 에피스 관련 분식회계를 했다는 취지로 회계장부와 제무재표가 수정돼 공시된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본안 소송에서 판단을 받기도 전에 특정 주주 내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이익을 위해 4조 원이 넘는 분식회계를 한 부패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혀 기업이미지와 신용 등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금전보상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또 "대표이사와 CFO를 제외한 유일한 사내이사를 해임할 의사가 전혀 없고 대체할 전문경영인 후보군을 제대로 확보 못한 상황에서 이들에 대한 해임이 이뤄질 경우 심각한 경영공백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도 밝혔다. 증선위는 "해임권고는 말 그대로 권고적 효력을 갖는 처분에 불과하고 주총이 결정할 문제이므로 손해 발생의 우려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권고적 효력 처분이더라도 처분 상대방에게 사실상 강제력을 가하는 바, 신청인 주주들은 대표이사와 CFO를 해임해 증선위와의 마찰을 피하는 게 바이오로직스를 위한 최선의 선택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며 증선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아울러 "제무제표를 통해 대외 공시되는 회계정보는 투자자와 채권자, 고객의 투자·대여·거래관계 형성의 근간이 되는 핵심 정보"라며 "증선위 제재처분으로 재무제표가 수정되고 그에 따라 회계정보가 수정되면 기존의 회계정보를 신뢰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이해관계를 맺은 주주, 채권자, 고객이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금원을 회수하거나 거래관계를 단절할 우려가 있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막대한 금전적 손해를 입을 위험에 노출된다"고 밝혔다.

법원은 이어 "만약 바이오로직스가 에피스 주식과 관련해 분식회계를 했다면 신청인 잘못으로 초래된 결과이므로 당연히 감수해야 할 손해이지만 분식회계를 하지 않았음에도 증선위의 잘못된 회계처리기준 해석으로 위와 같은 결과가 초래된 것이라면 이는 바이오로직스가 감수해야 할 손해도 아니며 뒤늦게 본안에서 승소한다 해도 그 손해를 회복하기 용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원은 삼성바이오에 대한 제재처분을 중단할 경우 공익에 해가 된다는 증선위측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오히려 이 사건 처분의 효력을 중지하는 것이 공익에 부합한다"고 봤다. 삼성바이오의 재무제표가 소급해 수정될 여지가 있다는 점이 언론을 통해 충분히 공지됐다고 설명하면서, 본안 소송에 대한 판결이 있기 전 금융당국 처분이 이행될 경우 삼성바이오는 물론 삼성바이오에 투자한 소액 주주들 또한 경제적인 손해를 입을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날 법원의 결정을 두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가 적법했다고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집행정지신청 인용은 어디까지나 '삼성바이오에 대한 제재의 효력을 본안소송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 정지시킬 필요가 있는지' 집행정지 자체의 요건에만 방점을 두고 이뤄졌다. 증선위 처분 자체가 위법한지 여부는 서울행정법원에 계류중인 본안소송에서 판단이 이뤄질 예정이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