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니 해고하라" 그래도 되나요?

머니투데이 박보희 기자 2018.03.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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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박보희의 소소한法 이야기] 정당한 이유없이 해고 등 불이익 안돼…해고 요구 지나치면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한국여성민우회(여성인권단체), 페미디아(페미니즘 연구 소개 사이트) 계정을 팔로우한 직원을 퇴출시켜라."

게임업계에서 '페미니즘'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일부 회사에서는 직원들을 상대로 사상 검증까지 벌어지고 있다는데요. 일부 이용자들이 게임회사 직원들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린 글을 문제삼아 회사 측에 직원 퇴출을 요구하면, 회사는 직원을 상대로 '사상'을 조사한다는 겁니다. 이런 과정 끝에 실제 해고가 된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요.

개인의 사적인 공간인 SNS에 페미니즘 시각이 담긴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또 이때문에 이용자들이 직원의 해고를 요구한다는 이유로 회사가 직원을 해고하는 것은 법적으로 가능한 일일까요? 또 이용자들이 이를 이유로 회사 측에 "직원을 해고하라"고 요구하고 압력을 가하는 것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걸까요?



근로기준법 제23조제1항은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한다(제23조)고 못박아두고 있습니다.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해고 등 징계를 내릴 수 있다는 겁니다. 류하경 변호사는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를 당했다면 부당징계 취소 소송, 해고무효확인 소송 등을 내 원래 자리로 돌아갈 수 있고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할 수 있다"며 "노동부에서는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회사에 과태료를 물도록 할 수도 있고 심한 경우 직장 폐쇄까지 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징계 또는 해고를 하려면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페미니즘은 해고 또는 징계의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있을까요? 류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는 징계 또는 해고를 하려면 사회통념상 상당히 윤리적으로 부적절한 행위를 했거나, 불법행위로 회사에 중대한 경제적 손해를 끼치는 경우 또는 근로계약관계를 지속시키기 어려울 정도로 신뢰가 무너진 경우 등을 정당한 이유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근로계약 관계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의 심각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해고까지 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류 변호사는 또 "헌법은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데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로 징계 해고를 한다는 것은 헌법을 위반하는 행위로도 볼 수 있다"며 "법원이 이를 정당한 이유라고 보기는 힘들 것 같다"고 판단했습니다.

사장 입장에서는 억울할 법도 합니다. "이용자들이 강력히 요구해서 어쩔 수 없었다. 해고 하지 않으면 심각한 경영상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항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데요.

그렇다면 '페미니스트인 직원을 해고하라'고 요구하는 이용자는 어떨까요? 괜찮은걸까요? 류 변호사는 "직원을 해고 하지 않으면 이용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일종의 불매운동인데 불매운동이 불법은 아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는데요.


류 변호사는 "업체에 계속 전화를 해서 업무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회사 홈페이지에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내용 등을 반복적으로 올리는 경우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에 해당할 수 있다"며 "비방하는 댓글 등을 많이 달았다면 정보통신망법에 의한 명예훼손죄, 댓글에 당사자를 심각하게 모욕하는 표현과 내용이 담겼다면 모욕죄에 해당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물론 이같은 행위때문에 손해를 입었다면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낼 수도 있습니다.

실제 직원을 해고시키라는 이용자들의 요구를 받은 한 회사는 "직원의 행동이 불법이 아닌 이상 회사 밖 개인의 행동과 사생활에 대해 책임을 물을 권한은 없다"며 "(불법이 아닌 일로) 직원에게 불이익을 주거나 계약을 해지할 경우 근로계약 위반이며 엄연한 부당해고"라며 해고 할 수 없다고 분명히 밝혔는데요.



이어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 "부당해고를 당한 한 사람의 인생은 그 누구도 책임질 수 없습니다. 해당 직원은 여러분들 중 누군가처럼 자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결코 가볍게 생각할 문제가 아닙니다. 부당해고야 말로 사회적으로 더 큰 문제이며 다수가 한 사람의 인생을 나락으로 몰아가는 것은 사내 따돌림 정도를 훨씬 넘어선 한 사람의 인생을 파멸로 몰아가는 사회적 매장이자 되돌릴 수 없는 큰 악입니다. 해고를 요구하시는 분들은 이런 상황이 어떤 이유이든지 본인에게도 올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 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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