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김현정 디자이너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강진을 계기로 직장인들도 회사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해야할 지 대책을 세워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6일 포항 지진 발생 당시 전국 각지 회사에서 근무 중이었던 직장인 50명을 취재한 결과 응답자의 88%(44명)은 "포항 강진의 여파로 진동을 느꼈지만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고 일을 계속했다"고 답했다. 나머지 12%(6명)만 "진동이 멈춘 뒤 건물 밖으로 나왔다"고 답했다.
여의도 소재 대기업에 다니는 이모씨(35)는 "사무실 직원 대다수가 수초간 진동을 느꼈지만 '지진 났느냐'고 잠시 웅성거리더니 자기 일만 했다"며 "생전 처음 느껴보는 진동에 불안해 메신저로만 대화를 주고 받았다. 누구도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려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강남에 위치한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윤모씨(35)도 "불안해서 책상 밑으로 숨거나 밖으로 나가고 싶었는데 다들 그냥 일하는 분위기라 유난떤다는 소리를 들을까봐 참았다"며 "정말 서울 한복판에서 강진이 나면 큰일나겠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 1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2017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의 하나로 실시된 지진대피훈련에서 118층 전망대에 있던 시민들이 몸을 낮춘채 피난계단을 이용해 대피하고 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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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매뉴얼에 따르면 통상 지진 진동이 있을 때는 책상 밑에 숨는 등 머리를 보호하고, 진동이 끝나면 전기와 가스를 차단한 뒤 계단을 통해 밖으로 대피하도록 돼 있다.
정부 대책 마련 등에서도 직장인들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불만도 많다. 포항 지역 직장인 서모씨(30)는 "학교들은 정부 지시로 휴교라도 하지, 직장인들은 지진이니 뭐니해도 다 출근해야 했다"며 "직장인들은 아무래도 괜찮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전문가들은 직장인들도 지진 대응 훈련이 몸에 밸 정도로 일상화 돼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하성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회사에서 지침이나 사내 방송 등을 할 때 지진 대응 매뉴얼을 잘 홍보하고, 이어 훈련을 반복적으로 해야한다"며 "머릿 속으로만 알면 지진이 났을 때 당황해서 제대로 대응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