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월급으로 살아온 내게 요즘은 크나큰 시련의 시기다. 회사에서 내 자리는 증권부와 부동산부 사이다. 아침에 출근하면 왼편에선 “오늘도 코스피가 또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네” 하고 오른편에선 “6.19 부동산대책을 비웃듯 집값이 계속 오르네” 한다. 약간의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외엔 주식 자산이라곤 없는데다 집도 팔아버린 나는 매일 양쪽에서 들려오는 자산가격 상승 소식에 끓어오르는 속을 다스리느라 하루하루가 수양의 연속이다.
2. 과거를 못 잊는다=지난 4월에 전세 재계약을 할 때 집주인이 “계속 전세 살지 말고 다른 곳에 전세를 끼고라도 집을 사요. 안 그러면 가격이 올라 집을 못 사”라고 했다. 그 때 나는 속으로 ‘2년 전 전세 계약할 때 이 동네 집값이 얼만지 아는데 어떻게 사’라고 생각했다. 2년 전에 비해 지금 가격이 너무 올라 아까워서라도 살 수 없다고 생각했다. 2년 전에 전세를 얻으려 부동산 중개소를 찾았을 때도 차라리 집을 사라는 권유를 들었지만 '좀 떨어지면 사야지' 했다. 그 때부터 내가 사는 아파트는 4억원이 넘게 올랐다.
삼성전자 주가가 250만원을 넘어서며 파죽지세의 상승세를 계속하는 가운데 “1년 전만 해도 삼성전자 주가가 130만원이었는데…”라고 아쉬워하는 사람이 많다. 증권사에서 유망 종목을 추천하면 대개 주가 먼저 찾아보고 상승세면 “이미 많이 오른거 같은데 지금 사도 될까” 의심한다. 과거 가격을 못 잊으면 절대로 지갑을 열 수 없다. 지금 가격과 미래 가치만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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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너무 신중하다=귀가 얇아 선뜻 투자 결정을 내리는 사람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지만 너무 신중한 사람은 아예 투자를 못한다. 리스크를 꼼꼼하게 점검하다 투자 기회를 찾지 못하는 탓이다. 너무 신중한 사람은 리스크를 관리하지 않고 상황이 좀더 좋아지거나 가격이 내려오기를 기다리며 아예 리스크를 회피한다.
4. 신경 쓰는 것을 싫어한다=미국의 투자 격언 중에 “자기 숙제를 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투자할 때는 본인이 해야 할 일이 있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아파트를 임대하면 매월 편하게 월세 수입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지만 당연히 받아야 할 돈이라도 남의 돈 받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세 사는 사람이 임대료 지급을 반복해서 미루면 여간 골치 아픈 일이 아니다. 수시로 뭐가 고장 났다며 수리를 요청하면 일일이 들어줘야 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주식 투자도 좋은 종목을 고르는 것부터 여간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일이 아니다. 일단 매수했다 해도 언제 팔 것인가 결정하는 것이 엄청나게 품이 드는 일이다.
주식도 부동산도 가격이 오르며 호황인데 주식도 부동산도 없어 박탈감이 심하다면 먼저 자신이 투자가 어려운 성향의 사람은 아닌지. 투자에 부적합한 사람이라면 투자에 장애가 되는 성향을 극복할 의지는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좋다. 투자도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부터 알아야 시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