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전쟁 임박? 하루종일 쏟아지는 가짜뉴스

머니투데이 윤준호 기자, 김평화 기자 2017.04.09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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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카톡방에선]카톡방·포털 커뮤니티서 매일 수십개씩 퍼져…전문가 "파급력 커"

편집자주 꼬마부터 어르신까지 모바일 메신저를 쓰는 요즘입니다. 참이든 거짓이든 정보가 퍼지는 속도는 상상을 뛰어넘습니다. '기사'를 흉내내면서 현혹하기도 합니다. 조기 대선을 앞둔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가짜뉴스는 올바른 여론 형성을 위협합니다. 머니투데이는 긴박한 국내외 정세에 편승해 혼란을 부추기는 괴담을 시시각각 꼬집겠습니다. 지금 카톡방에서 떠도는 가짜뉴스를 진짜기자들이 걸러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까똑왔숑". 5일 밤 11시53분. 자정이 다 된 늦은 밤에 카카오톡 메시지가 울렸다. 보수단체 회원들이 모인 단체 채팅방이었다. 메시지를 확인하자 일곱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한반도 전쟁 임박'

뒤이어 국내 거주 중인 일본·미국 주재원 가족들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채팅방 분위기가 심각해졌다. "모든 게 빨갱이 때문"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처음 화두를 던진 '전쟁 임박' 메시지의 사실 여부는 더 이상 따지지 않았다. 그렇게 종북세력을 욕하는 대화가 새벽 3시까지 이어졌다.

◇카톡방·네이버 밴드·블로그 4곳 집중분석, 매일 수십개씩 유포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회원들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올라온 가짜뉴스./ 사진=윤준호 기자'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회원들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올라온 가짜뉴스./ 사진=윤준호 기자


제19대 대통령선거, 북한 핵 위협 등 국내외 긴박한 정세 속에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가짜뉴스는 '증권가 정보지'(소위 찌라시)와 달리 기사형식을 빌리기 때문에 겉보기에 실제 뉴스와 구분이 어렵다.

유통에 모바일 메신저·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전파력 높은 매체를 빌리다 보니 만들어지기가 무섭게 곳곳으로 퍼진다. 수사당국이 단속하려 해도 최초 유포자를 색출하기는 매우 어렵다.

대통령 파면 사태로 보수세력이 위축된 탓에 가짜뉴스는 진보진영을 공격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머니투데이는 이달 1일부터 8일까지 보수성향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카톡방)·네이버 밴드·블로그 등 4곳을 집중 분석했다.

'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박사모) 회원 20여명이 참여 중인 카톡방에는 하루 평균 가짜뉴스가 10건쯤 올라왔다. 많은 날에는 20~30여건에 달했다.



네이버 밴드에는 더 많은 가짜뉴스가 쏟아졌다. 8000여명이 모인 박사모 밴드에는 실시간으로 가짜뉴스가 떠돌았다. 400여명이 모인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지지자 밴드에서도 하루 40~50건에 육박하는 가짜뉴스가 나왔다.

블로그의 경우 양은 적었지만 매일 1~2건꼴로 가짜뉴스를 게시했다. 카톡방·밴드·블로그 어디에도 가짜뉴스가 쉬는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북한 폭격 최후통보? 안철수 후보가 프리메이슨? '묻지마 확산'



겉으로는 그럴싸하게 꾸몄지만 내용은 모두 유언비어에 가까웠다. 4일 박사모 카톡방에 올라온 '문재인, 세월호 침몰과 관계있다' 게시글도 그랬다.

신문 기사처럼 제목과 사진이 붙었고 뉴스 사이트로 연결하는 링크도 걸려있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세월호 참사 당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뒤를 봐줬다는 내용이다.

가짜뉴스였다. 문 후보 측이 이미 "오히려 세모그룹에 피해 입은 회사의 파산관재인을 맡았다"며 적극 해명했고 사실로 드러난 지도 오래다.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회원들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올라온 가짜뉴스./ 사진=윤준호 기자'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회원들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올라온 가짜뉴스./ 사진=윤준호 기자
이튿 날 올라온 '어느 전교조 선생님의 양심고백'도 마찬가지였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선생님이라고 소개한 글쓴이는 세월호 참사가 전교조에서 조작·모의한 사건이라고 언급했다.

근거 없는 주장이다. 올 초 '일간베스트' 등 극우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떠돌던 게 세월호 육상 거치를 앞두고 가짜뉴스로 둔갑해 다시 나왔다.

이밖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6~7일 미·중 회담에서 북한 폭격을 최후 통보할 예정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프리메이슨(세계단일정부를 지향하는 비밀결사단체) 회원이다' 등도 모두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었다.



가짜뉴스는 순식간에 퍼졌다. 카톡방이나 밴드에서 시작한 가짜뉴스는 블로그를 타고 SNS로 증폭했다. 반대로 SNS나 블로그에서 떠돌던 가짜뉴스가 밴드와 카톡방으로 흘러들기도 했다.

단계를 거칠수록 내용은 확대 재생산됐다. 언론까지 사칭한 가짜뉴스를 사람들은 여과 없이 받아들였다. 익명인 데다 참여자가 수시로 바뀌고 채팅방마저 폐쇄와 개설을 반복하다 보니 최초 유포자를 찾기는 불가능해 보였다.

◇경찰 "유포자 색출 어려워"…전문가들 "단호한 대응 절실"



수사당국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가짜뉴스에 적극 대응하고자 노력 중"이라며 "카톡방·유튜브 채널 등 다양한 창구를 살펴보고 있지만 자발적인 신고 이외에 최초 유포자 색출이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가짜뉴스의 영향력을 우려하며 단속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가짜뉴스는 근본적으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서 출발했는데 노출되면 될수록 사실로 믿게 되는 효과가 있다"며 "담당하는 정부 부처가 단호한 입장을 갖고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짜뉴스 감시센터를 운영 중인 조성환 바른기회연구소장은 "가짜뉴스는 한번 퍼지면 파급력이 상당하다"며 "최초 유포자 색출 노력에 모바일 메신저 등 콘텐츠 공급자를 대상으로 한 규제·감독도 병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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