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여성 허지혜씨는 하얀색 웨딩 슈트를 입고 결혼식을 올렸다. /사진=독자제공
30대 여성 허지혜씨는 최근에 올린 결혼식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허씨는 하얀색 웨딩 슈트를 입고 식을 올렸다. 신부 대기실 안에서 손만 뻗어 하객들을 맞이하기보다 밖에 나와서 신랑과 함께 직접 인사를 나눴다.
허씨는 웨딩드레스를 잡아주는 이모님도 따로 고용하지 않았다. 혼자서 물을 마시러 가고 화장실도 다녀왔다. 식장에서 반가운 하객을 만나서 신나게 달려가 포옹을 나눴다.
코르셋 꽉 '웨딩드레스' 대신… 실용성 꽉 잡은 '웨딩 슈트'
30대 여성 권태영씨도 웨딩 슈트를 입고 결혼식을 올렸다. /사진=독자제공
30대 여성 권태영씨 역시 웨딩 슈트를 입고 식을 올렸다. 권씨는 "저희 부부는 실용성을 중요하게 생각했다"며 "불필요한 것들은 걷어내고 저만의 정체성을 지키는 결혼식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권씨는 총 70만원에 신랑, 신부 슈트를 대여했다고 한다.
허씨는 여성 정장 맞춤샵에 가서 웨딩 슈트를 제작했다. 당시 웨딩용 정장이 많지 않아서 전문가와 디자인을 상의하며 만들었다. 그는 "총 120만원에 정장 드레스를 맞췄다"며 "웨딩드레스는 하루 입고 반납해야 하지만 정장은 결혼기념일에도 계속 입을 수 있고 자녀에게도 물려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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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 슈트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도 있었다. 허씨는 "처음에는 '왜 남들 다 입는 드레스를 너만 안 입느냐'는 반응도 있었다"며 "막상 결혼하고 나니 편해 보여서 보기 좋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금액을 물어보는 사람도 많았고 신선한 결혼식이었다는 피드백도 있었다"고 말했다.
청첩장, 반지에 새긴 '반려견'… "우리는 가족이니깐요"
30대 직장인 박성애씨는 결혼식에 반려견을 화동으로 세울 예정이다. 청첩장도 반려견을 삽화로 넣어서 제작했다. /사진=독자제공
올해 11월 결혼을 앞둔 30대 직장인 박성애씨는 반려견을 화동으로 세울 예정이다. 박씨는 "예식장을 고를 때도 1순위는 반려견 동반이 가능한지 여부였다"며 "반려견은 수명이 사람과 다르니까 결혼식 때 함께 한다면 더 의미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박씨가 올리는 결혼식장에는 일반 하객도 반려견을 데려올 수 있다. 다만 식당 이용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는 "주변 사람들한테 청첩장을 줄 때도 미리 이야기한다"며 "강아지 동반 결혼식장은 일반 식장과 가격 차이도 크게 없다. 부모님도 이런 결혼식에 대해 큰 반대가 없었고 이해해주셨다"고 말했다.
박씨는 웨딩 촬영 때도 반려견과 함께했다. 그는 "청첩장에도 반려견을 같이 넣어서 삽화로 제작했다"며 "결혼반지에도 이니셜로 반려견 이름을 새겼다. 우리는 가족이니까 당연히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결혼식 말고 기부할래요" 가치 소비에 집중하는 부부들
결혼 반지에 새긴 반려견 이름. /사진=독자제공
30대 김미진씨 역시 결혼식을 생략하고 가까운 친인척들만 초대해 식사하기로 했다. 김씨는 "고물가에 결혼식장을 구하기도 어렵고 그 돈으로 더 가치 있게 쓰고 싶었다"며 "결혼식 예산 일부는 미혼모 시설에 기부하고 부모님께 용돈을 드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생활문화산업학과 교수는 "결혼식이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두 사람의 개성이 담긴 문화로 나아가면 경제적, 심리적 부담감도 많이 덜어질 것"이라며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다양한 선택지가 생기면 식장을 예약하기 위해 오랫동안 기다리거나 하객들도 매번 참석해야 하는 등의 문제점이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