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무형문화재 제74호 보유자 최기영 대목장(71). 그는 "전통 건축은 음양의 조화를 통해 '분수에 맞는 삶'이 무엇인지 알려준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최기영 대목장 전수관
최기영 대목장(71)을 만나자마자 바로 느낄 수 있었다. 그의 '고집'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그 또한 자신의 목수 인생을 담은 책 제목을 '목수고집'이라 지었으니, 최 대목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고집쟁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았다.
그는 "대목장은 무형문화재 가운데 인기 최고"라며 자부심을 보였다. 힘들게 명맥을 이어가는 다른 무형문화재 기예능 종목과 달리, 경기 남양주시에 위치한 그의 전수관은 웅장했다. 굽이치는 나무 옹이들이 솔내음을 뿜어내는 그의 집무실은 그 자체로 한옥 건축의 매력을 가득 담고 있었다.
고려 말부터 조선까지 대목장은 종1품까지 올라갈 수 있는 중인들이 해 왔다. 그 중의 한 명이 바로 최 대목장의 할아버지였다. 서울로 들어서는 최고의 관문이자, 2008년 화재로 불타 전 국민을 비탄에 빠뜨린 숭례문을 건축한 한성부 판사 최유경이다.
"세종때 한성판연으로 계시면서 숭례문, 전주 풍납문을 건축하셨지. 아마 나도 그 영향을 받지 않았나 싶어. 국민학교를 다니면서도 목구멍에 풀칠하기 위해 일을 해야 했고, 먹고 살려고 시작한 일이 이렇게까지 이어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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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전통건축이 '분수에 맞는 삶'을 알려주는 생활 양식이라고 강조했다. 부지, 건축물의 구조, 기둥의 크기와 공간, 가구까지. 모든 것이 맞아 조화를 이뤄야만 진정한 가치를 갖게 되는 건물이라는 뜻이다.
"눈으로 그저 보는 것은 '자연의 현상'이지만 스스로 아름다움을 관찰하고 느끼며 사는 것은 '내 마음'이야. 삶의 인과응보, 우주의 질서가 공평하다는 것을 전통 건축 속에 살면서 깨달을 수 있어. 그게 한옥의 '맛과 멋'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