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몽골 사람이라며? 선생님이 다문화 가정 손들어 보라고 했는데, 왜 안 들었어! 얼른 손들어!"
김 씨의 아들은 겉보기에 한국 아이들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하루 아침에 조롱의 대상이 된 것이다. 그날 이후 김 씨의 아들은 매일 악몽같은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야했다. 동네 놀이터에 나가면 다른 학부모들의 “쟤, 다문화니까 같이 놀지마”라는 속삭임이 들려왔다.
우선 이민자들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많다. 미국과 유럽(EU) 등 우리보다 잘 사는 선진국에서 이민 온 사람들은 그마나 대접을 받는 편이다. 하지만 그 외 국가에서 온 이민자를 우리 국민들은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본다. 한국사회의 가부장적 문화와 혈연 중심적 의식구조, 단일민족을 강조하는 국민 정체성 등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이민자 관련 뉴스가 나오면 수천개의 댓글이 달린다. 대부분 욕이다. 이민자들이 늘어나면 내 일자리가 줄고, 나라가 더럽혀진다는 내용 일색이다. 우리나라에 이민 온 사람들이 한국을 이민 후진국으로 부르는 이유다.
행사를 기획한 이 은행 인사담당자는 "네덜란드는 실용적인 이유로 이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2014년 암스테르담 인구 81만명 중 절반 이상이 이민자였는데, 이들이 지닌 문화적 다양성을 어떻게 은행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을 것인지 계속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사에 참석한 유일한 한국인 간부인 변부환 중동·아프리카 지역 담당 심사 데스크 디렉터는 "이민자 출신 직원을 받아들여 이들에게 기회를 주고, 성취동기를 높여 이들이 오히려 출신지역을 적극 공략하는 첨병으로 활동하고 있다”며 “이전에 근무했던 한국계 은행에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조직문화다”고 혀를 내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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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이민자를 대하는 두 나라 문화가 180도 다르다. 이민 선진국들은 이민자들을 같은 국민으로 인정한다. 그리고 이들을 성장동력으로 끌어올린다. 더불어 사는 삶을 실천하면서, 부족한 노동력을 이민자로 채운다. 다양한 문화의 이민자들에게서 혁신 아이디어를 얻는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이민자들이 국민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이들과 함께 새로운 성장동력을 키워나가야한다고 조언한다. 이민자들이 이미 우리 사회 일부가 된 이상 이민정책도 경제적 관점에서 세워야한다는 얘기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 수는 186만명이 넘는다. 이들이 없으면 문을 닫아야할 공장도 많다. 인구 수로 따지면 전체 4% 가까이 된다. GDP로 따지면 이들의 경제 창출 효과는 60조원(2015년 GDP 1600조원)에 달한다. 이민을 통해 장기적으로 부족한 노동력을 채우면 그 부가가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가 이민자들을 적극 받겠다고 정한 이민정책 방향이 인구부족 문제는 물론 우리나라의 성장동력이 되는 것이다.
20년전 한국으로 귀화한 이자스민 새누리당 의원은 “아직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민자들에 대해 좋지 않은 생각을 많이 갖고 있다”며 “갈수록 부족해지는 인구문제를 포함해 경제·사회적 관점에서 이민정책을 다루면 새로운 성장지도를 그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