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없으면 공장문닫는 한국, 뒤에선 이민자 욕하고..

머니투데이 세종=정진우 기자, 이동우 기자, 정혜윤 기자 2016.01.04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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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조' 이민경제, 新성장지도 그린다]<1>-①'2016 대한민국', 이민정책 틀을 바꾼다

편집자주 정부가 2018년부터 이민자를 적극 받아들이기로 했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등 갈수록 심각해지는 인구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 체류 외국인(이민자) 수는 200만명 시대를 앞두고 있다. 전체 국민의 약 4%다. 이는 GDP(국내총생산)로 환산했을 때 60조원(2015년 GDP 1600조원 기준)에 달한다. 이민자들은 이제 대한민국 경제에 없어선 안 될 구성원이다. 머니투데이는 '2016년 신년기획'을 통해 우리 사회 이민자들의 현실을 짚어보고, 경제 활성화를 위해 어떤 이민정책이 필요한지 진단해본다.

외국인 없으면 공장문닫는 한국, 뒤에선 이민자 욕하고..


# 2003년 몽골에서 결혼 이주로 한국에 온 김비안(가명, 51세)씨. 한국으로 이민온지도 10년이 넘었다. 언어와 음식 등 사회생활에 불편함은 없다. 그러나 마음은 편치않다. 곳곳에 상처투성이다. 한국에 괜히 왔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3년전,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막내 아들이 학교에서 상상치 못한 일을 당했다.

"엄마가 몽골 사람이라며? 선생님이 다문화 가정 손들어 보라고 했는데, 왜 안 들었어! 얼른 손들어!"



아들에게 이 말을 한 사람은 놀랍게도 담임 선생님이었다. 다문화 가정을 조사하면서 그렇게 다그쳤다. 김 씨는 그 날 이후 놀림감이 된 막내 아들만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진다. 같은 반 아이들은 ‘몽골사람은 옆에 오지마’, '몽골말 한번 해봐', '칭기스칸이 너의 조상이야?' 등의 조롱섞인 말을 했다고 한다.

김 씨의 아들은 겉보기에 한국 아이들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하루 아침에 조롱의 대상이 된 것이다. 그날 이후 김 씨의 아들은 매일 악몽같은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야했다. 동네 놀이터에 나가면 다른 학부모들의 “쟤, 다문화니까 같이 놀지마”라는 속삭임이 들려왔다.



우리나라보다 국내총생산(GDP) 수준이 낮은 나라에서 이민 온 사람들의 현실이다. 2018년부터 이민자를 적극 받으려고 하는 대한민국의 민낯이기도 하다. 장기적으로 노동력 부족에 대비해 이민을 받으려는 우리나라에서 이민은 민감한 사회문제다. 이민을 받는 것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아서다.

우선 이민자들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많다. 미국과 유럽(EU) 등 우리보다 잘 사는 선진국에서 이민 온 사람들은 그마나 대접을 받는 편이다. 하지만 그 외 국가에서 온 이민자를 우리 국민들은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본다. 한국사회의 가부장적 문화와 혈연 중심적 의식구조, 단일민족을 강조하는 국민 정체성 등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이민자 관련 뉴스가 나오면 수천개의 댓글이 달린다. 대부분 욕이다. 이민자들이 늘어나면 내 일자리가 줄고, 나라가 더럽혀진다는 내용 일색이다. 우리나라에 이민 온 사람들이 한국을 이민 후진국으로 부르는 이유다.
외국인 없으면 공장문닫는 한국, 뒤에선 이민자 욕하고..
이민 선진국은 어떨까. 지난해 말(2015년 12월3일 현지시간) 머니투데이 특별취재팀이 찾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네덜란드 국영은행 ABN AMRO은행 본사. 이날 1층 대강당에선 ‘다양성과 포용(Diversity and inclusion)’이란 주제의 컨퍼런스가 열렸다. 이 은행에서 근무하는 이민자 등 다양한 배경의 인재들이 어떻게 포용돼 혁신의 동력이 되는지를 논하는 자리였다.

행사를 기획한 이 은행 인사담당자는 "네덜란드는 실용적인 이유로 이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2014년 암스테르담 인구 81만명 중 절반 이상이 이민자였는데, 이들이 지닌 문화적 다양성을 어떻게 은행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을 것인지 계속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사에 참석한 유일한 한국인 간부인 변부환 중동·아프리카 지역 담당 심사 데스크 디렉터는 "이민자 출신 직원을 받아들여 이들에게 기회를 주고, 성취동기를 높여 이들이 오히려 출신지역을 적극 공략하는 첨병으로 활동하고 있다”며 “이전에 근무했던 한국계 은행에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조직문화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처럼 이민자를 대하는 두 나라 문화가 180도 다르다. 이민 선진국들은 이민자들을 같은 국민으로 인정한다. 그리고 이들을 성장동력으로 끌어올린다. 더불어 사는 삶을 실천하면서, 부족한 노동력을 이민자로 채운다. 다양한 문화의 이민자들에게서 혁신 아이디어를 얻는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이민자들이 국민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이들과 함께 새로운 성장동력을 키워나가야한다고 조언한다. 이민자들이 이미 우리 사회 일부가 된 이상 이민정책도 경제적 관점에서 세워야한다는 얘기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 수는 186만명이 넘는다. 이들이 없으면 문을 닫아야할 공장도 많다. 인구 수로 따지면 전체 4% 가까이 된다. GDP로 따지면 이들의 경제 창출 효과는 60조원(2015년 GDP 1600조원)에 달한다. 이민을 통해 장기적으로 부족한 노동력을 채우면 그 부가가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가 이민자들을 적극 받겠다고 정한 이민정책 방향이 인구부족 문제는 물론 우리나라의 성장동력이 되는 것이다.



20년전 한국으로 귀화한 이자스민 새누리당 의원은 “아직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민자들에 대해 좋지 않은 생각을 많이 갖고 있다”며 “갈수록 부족해지는 인구문제를 포함해 경제·사회적 관점에서 이민정책을 다루면 새로운 성장지도를 그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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