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두산인프라코어는 10일 이사회를 열고 기존 공작기계 사업부문 매각 방식을 분할 후 지분 49% 매각에서 경영권을 포함한 사업양수도 방식으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매각가 9000억에서 2조원대로 점프
IB(투자은행)업계는 국내 대형 상장기업 시가총액이 에비타의 9배 안팎인 점을 감안해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 매각 가격이 많게는 2조2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본다. 이는 시장에서 예견된 49% 지분 매각시 최대 9000억원 가치를 크게 웃도는 규모다.
두산인프라코어에 따르면 다수의 글로벌 전략적 투자자와 국내외 대형 PEF(사모투자펀드)가 공작기계 사업 실사를 진행 중이다. 회사는 지난달 말 현대위아를 비롯해 인수·합병(M&A) 시장의 큰 손으로 부상한 SK그룹, 한화 등 기업과 다수 사모펀드들에 티저레터(인수제안서)를 발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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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기계 사업 매각은 지난해부터 진행해온 두산인프라코어 구조조정이 마무리 단계에 진입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앞서 두산인프라코어밥캣홀딩스 유상감자와 프리IPO를 통해 7000억여원을 조달했다. 6월에는 프랑스 자회사 몽타베르를 1350억원에 매각하기도 했다.
중국 옌타이 내 굴삭기 생산라인 3개 중 1개라인 생산을 중단해 생산량을 3만 2000여대에서 절반으로 줄이는가 하면 지난해에는 벨기에 굴삭기 공장과 물류센터를 폐쇄하기도 했다. 올 2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직원 400여명에 대한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부채비율 100% 초반 진입 눈앞
일련의 자산매각과 구조조정을 통해 두산인프라코어는 많게는 3조원 안팎의 현금창출 내지 비용절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추산된다. 공작기계 매각이 완료되면 밥캣홀딩스 프리IPO 효과를 더해 상반기 말 현재 8조7871억원이던 부채는 6조원 초반으로 낮아지고 부채비율도 280.5%에서 100%대 초반으로 떨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비용 부담 완화로 영업이익의 질도 개선될 전망이다. 상반기 두산인프라코어는 204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금융비용이 3064억원에 달했다. 영업에 의한 현금유입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영업활동 현금흐름도 2013년 4819억원, 지난해 2313억원에서 더 개선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부채비율을 낮춰 금융비용 부담을 줄이는 게 우선이라는 판단 아래 우량 사업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며 "영업에 집중해 구조조정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그룹, 한숨 돌릴 듯
두산인프라코어 공작기계 통매각에 두산중공업의 10조원 수주 돌파 소식이 더해지면서 그룹 유동성 리스크는 크게 낮아질 전망이다. 두산은 방위산업인 두산DST 매각도 검토 중이다.
앞서 지난달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가 두산과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엔진 등 계열사들의 사채 신용도를 일제히 끌어내렸다. 다수 자회사 리스크가 중간지주회사인 두산중공업과 그룹 지주회사인 두산에 재무적 부담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재계는 두산이 면세점 사업마저 손에 넣을 경우 자금 사정은 안정권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두산은 건설 및 인프라, 발전 시장 경기에 예민한 사업 포트폴리오 때문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줄곧 유동성 악화설에 시달려왔다.
두산 관계자는 "구조조정과 사업 재편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든 경험이 풍부하다"며 "일련의 구조조정이 마무리되고 신사업이 가시권에 들어오면 재무여건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