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에 커진 목소리…與 열렬한 박수, 野 싸늘한 침묵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15.10.27 11:33
글자크기

[the300]박근혜 대통령 국회 연설 현장 표정

 27일 오전 시민이 서울 용산구 전자랜드의 한 가전매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중계방송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2015.10.27/뉴스1 27일 오전 시민이 서울 용산구 전자랜드의 한 가전매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중계방송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2015.10.27/뉴스1


3년 연속 이뤄진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에 여당 국회의원들은 분 단위, 문장 단위로 박수를 치며 환영한 반면 야당 국회의원들은 박수 없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역사교과서 논란을 둘러싼 여야 대립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박근혜 대통령의 27일 국회 연설은 시작부터 팽팽한 긴장의 연속이었다. 당초 10시로 예정된 본회의는 야당 의원들이 좌석마다 비치된 노트북 컴퓨터 앞에 '민생우선' 과 같은 글을 인쇄한 종이를 붙이면서 지연됐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긴급히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를 불러 조치를 요구했으나 야당은 응하지 않았다. 정 의장은 의장석에서 "나라에 대한 충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국회의 품격을 생각해 달라. 대통령 오셔서 연설할 동안 예의가 아니다"고 부탁했다.



이에 "국회의장 말도 안 들을 거면 여기 왜 들어왔어"(김성태 새누리당 의원) "민생우선이 뭐가 잘못됐느냐"(서영교 새정치연합 의원) 등 여야 의원들이 고성을 주고받기도 했다.

결국 야당이 일종의 '피켓시위'를 계속하는 가운데 10시12분경 정 의장은 회의를 개의했다. 정 의장은 "간곡한 요청 드렸음에도 들어주지 않음에 섭섭한 마음도 있으나 여러분 의사를 존중하지 않을 수 없다"며 "오늘 이것(이후)으로 국회의 여러가지 정해진 규율을 규정을 잘 지켜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에둘러 야당에 유감을 드러냈다.



김무성 대표 등 새누리당 의원들은 일부는 박 대통령을 보면서, 일부는 모니터 속 원고를 눈으로 좇으면서 연설에 귀를 기울였다. 윤상현 의원 등이 때때로 터져나오는 박수를 주도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연설 도중 박수는 53번 나왔다. 박 대통령이 연설을 마친 뒤 의원들의 기립박수까지 포함하면 54번, 앞서 대통령이 입장할 때 그를 맞이했던 박수까지 합하면 55번이다.

연설을 경청한 것은 야당도 마찬가지였지만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여당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박수를 칠 때에도 문재인 대표를 포함한 새정치연합은 박 대통령을 바라보기만 했다. 야당은 앞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거쳐 이날 출석하되 이른바 침묵시위, 피켓시위를 하기로 했다.


특히 박 대통령이 경제법안의 국회 처리,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을 언급할 때 여야 분위기가 극과극이었다. 여당 의원들은 여러 단락을 듣기도 전 문장 하나 하나 마다 큰 박수를 보냈다. 반면 박 대통령이 야당 의원석을 정면으로 쳐다보면서 강한 어조와 큰 손짓을 보일 때는 일순간 야당 의원들이 술렁이기도 했다. 연설 도중 본회의장을 나가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퇴장할 때에도 야당은 박수를 보내지 않았다. 문 대표 등 일부는 최소한 일어서기는 했지만 이종걸 원내대표 등은 앉은 채 박 대통령이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이후 대책을 논의하는 등 동료의원들과 대화하기도 했다.

대통령이 국회를 찾았기 때문인지 방청석 보안검색도 이례적으로 강했다. 취재진들은 일일이 카메라와 컴퓨터 등 장비를 점검받느라 입장이 지체, 일부가 항의하기도 했다. 본회의장 주변에선 휴대전화 등 통신 전파가 순간적으로 끊기기도 했다.

한편 황교안 국무총리 등 5부요인, 이병기 비서실장과 안종범 경제수석 등 청와대 참모들도 국무위원석에 자리해 연설을 들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