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세'라는 천연벽지가 가야할 길

머니투데이 신아름 기자 2015.10.12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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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름의 시시콜콜]

천연벽지로 시공한 벽 이미지천연벽지로 시공한 벽 이미지


'인테리어' 하면 가장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게 벽지와 장판이다. 한 공간을 형성하는 벽과 바닥, 천장 등 6개 면을 장식하는 필수 자재가 바로 벽지와 장판이기 때문. 주인공이 아닌 배경의 역할을 해야 하는 특성상 '무난함'은 벽지와 장판의 가장 큰 덕목 중 하나였다. 가구나 전자제품 등과 전체적인 조화를 아우를 수 있어야 했다. 벽지와 장판의 디자인과 패턴은 계절마다 바뀌지만 실험 정신이 돋보이는 기능이나 성능 개선을 찾아보기 힘들었던 데는 이러한 이유를 빼놓을 수 없다.

이같은 추세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래지 않았다. 건강한 삶, 친환경에 대한 욕구가 유행처럼 퍼져나가면서 인테리어, 건축자재의 친환경성도 덩달아 중요해졌다.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 벽지와 바닥재에 제일 먼저 화살이 쏟아졌다. 일반적으로 폴리염화비닐(PVC) 이라는 화학물질을 원료로 만드는 벽지와 바닥재는 융단폭격을 맞았다. 정부 관련 부처는 부랴부랴 벽지와 바닥재에 대한 친환경 기준 마련에 나섰고, 관련 업체들도 연구·개발에 착수, 친환경 제품을 내놨다.



물론 이 친환경 건자재들에 대한 시선 상당수에는 여전히 의구심이 남아있는 게 사실이다. 시중의 친환경 건자재 대부분은 포름알데히드나 납 등 유해 화학물질이 정부의 권고기준치에 맞춰 생산된 제품들이기 때문이다. 즉, 이들 제품은 방출되는 유해물질의 양을 최소화한 것일 뿐 아예 '제로'로 만든 게 아니라는 얘기다. 친환경을 넘어 '천연' 건자재에 대한 수요가 생겨나고 관련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이유다.

황토나 소나무, 편백나무, 게르마늄 등을 원료로 한 천연벽지는 이러한 욕구의 대표적 산물이라 할 만하다. 모든 원료를 광물이나 식물에서 추출해 만든 순수 천연재료 제품을 지칭하는 천연벽지는 PVC를 원료로 하는 제품에 필수적인 '가소제'(플라스틱의 딱딱한 물성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넣는 첨가제)를 첨가하는 화학 공정이 필요치 않다. 때문에 천연벽지를 시공하면 아토피 등 각종 환경성 질환이나 새집증후군에 대한 염려도 대폭 줄일 수 있다. 이 같은 장점을 널리 인정받아 천연벽지는 어느덧 전체 벽지시장의 10%에 육박할 정도로 성장했다.



물론 천연벽지가 아직 가야 할 길은 멀다. 당당히 벽지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으려면 일반 벽지 대비 월등히 높은 가격과 낮은 시공성을 개선해야만 한다. 천연벽지는 일반 벽지에 비해 최고 10배까지 비싸고 공사기간도 오래 걸릴 뿐 아니라 특수한 기술을 요하는 등 시공성도 좋지 않다. '보편성'이라는 벽지의 태생적 한계(?)를 감안한다면 이는 반드시 풀어야만 하는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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