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 닻 올랐다…연공서열 임금 역사 속으로?

머니투데이 세종=이동우 기자 2015.09.18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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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이 된 노동개혁, 노동시장 이렇게 바뀐다-③]임금피크제 도입, 직무성과 중심 개편

/ 사진=이동훈 기자/ 사진=이동훈 기자


노사정 대타협에서 임금피크제 도입은 미완성 과제로 분류됐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임금피크제 도입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정부의 공공부문 강 드라이브에 이어 민간에서도 자발적 참여가 늘어나고 있다. 평균 수명은 늘어나는데 임금을 덜 받는 대신 오래 일하는 쪽을 택하겠다는 근로자가 많아진 점도 한 몫 했다.

문제는 많은 기업에서 '임금 반납'이 '근로기간 연장'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미 민간기업에서 정년 개념은 희미해진지 오래다. 임금피크제 도입을 통한 청년고용 효과에 대해서도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신속한 노사정의 임금피크 지침 마련과 청년고용 인센티브 확정 없이는 오히려 임금피크가 근로자의 처우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노후안정, 청년고용…두 마리 토끼 잡을까?

노사정은 대타협에서 임금피크제 도입 논의를 마무리짓지 못했다. 임금을 깎는 형태가 불리한 취업규칙 변경에 해당한다는 것이 노동계의 주장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불리한 취업규칙 변경을 허용하는 내용을 노사정 대타협안으로 냈다. 노사정이 100% 합의하진 못했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임금피크제 도입이 큰 틀에서는 받아들여진 상태다.



현장의 반응은 빠르다. 임단협과 맞물리며 30대 그룹 주요 계열사 378개사 가운데 177개사(47%)가 지난 6월까지 임금피크를 도입했다. 공기업은 올 연말까지 모두 도입이 마무리된다.

정부는 4년간 최대 21만명의 근로자가 정년 연장의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업들의 평균 정년이 57~58세인 곳이 대부분이지만, 실제 정년을 채우고 나가는 비율이 7.6%에 불과한 현실에서 임금피크제가 일정 부분 이 같은 현상을 완화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임금 인하 폭은 기업마다 다르다. 어디까지나 노사 협의에 따라 감축 수준과 기간이 정해진다. 두산인프라코어의 경우 이미 지난해부터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는 대신 58세부터 임금을 20%, 59~60세까지는 30% 하향 조정하는 방식을 시행 중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는 만55세에 받는 연봉이 종전의 80%, 56세는 70%, 57세는 55% 등으로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청년고용 확대는 임금피크제를 해야하는 또 다른 축이다. 내년부터 정년 연장으로 기업들의 신규채용 여력이 확 줄어들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임금피크제가 이를 보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임금피크제로 절감된 재원을 통해 4년간 최소 8만에서 최대 13만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밝은 면을 보지만 노동계는 어두운 부분에 주목한다. 노동계 관계자는 "임금피크제로 인한 임금 감축은 결국 노동자의 노후를 보장하기 위한 정년 연장의 의미를 퇴색시킬 뿐"이라며 "청년 일자리 창출 역시 실현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려울 뿐더러, 임금피크제와는 별도로 이뤄져야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유정수 디자이너/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유정수 디자이너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개편 신호탄

임금피크제 도입의 또 다른 의미는 노동계의 오랜 과제인 임금체계 개편의 신호탄이 올랐다는 것이다. 고착화된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를 직무와 성과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한 작업이 본격 시작될 전망이다. 노사정은 이번 대타협에서 임금체계 개편을 '직무와 숙련을 기준으로 해 노사 자율로 추진'하는데 합의했다.

호봉제가 보편화된 곳은 한국과 일본 정도가 고작이다. 호봉제는 고령화 사회일수록 기업에 부담이 된다. 전경련은 작년 기준 한국의 30년차 근로자 월 평균 임금이 638만원이라고 집계했다. 1년차 근로자 임금 149만원의 4.3배다.

직무 성과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이 꼭 평균임금의 하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비정규직근로자들의 임금을 상향조정하는 근거가 된다. 노사정은 이번 대타협에서 '비정규직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금지하고, 인건비 절감을 위한 비정규직 남용을 억제한다'는데 합의했다. 기본적으로 같은 일을 하는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해 정규직과 같은 임금을 지급하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강조다.

장기근속자와 단기근속자,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격차 해소는 사회 양극화 해소의 한 방편이 될 수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임금체계 개편이 직무나 성과 중심으로 되면, 기업의 효율성이 높아짐은 물론이고 궁극적으로는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불균형 문제도 해소될 수 있다"며 "이 문제에 대해서는 노동계도 상당 부분 동의를 표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노사정은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기반 채용에도 적극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NCS는 산업현장에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지식·기술·소양 등을 국가가 산업 부문별·수준별로 체계화한 것이다. 실무 현장 중심의 채용과 교육이 이뤄지면,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과 함께 능력중심 사회를 앞당길 수 있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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