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입니다. 근무 불가!"…바뀌는 노동시장

머니투데이 세종=이동우 기자, 우경희 기자 2015.09.16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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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이 된 노동개혁, 노동시장 이렇게 바뀐다-①]통상임금 확대, 근로시간 단축

/ 사진=뉴스1/ 사진=뉴스1


#국내 한 중견기업 생산직 근로자 김성동씨(가명)에게 중학생인 딸이 물었다. "아빠 근로시간 단축된다는데 그럼 집에 일찍 오시나요?" 노동시장 개혁안에 포함된 근로시간 단축 보도를 보고 한 말이었다. 근로시간은 줄고 통상임금은 늘어난다는 노동개혁. 김씨는 저녁이 있는 삶을 허락받을 수 있을까.

정답은 '그럴 가능성이 크다'이다. 노동개혁안이 국회를 원안대로 통과해 내년부터 통상임금 범위가 확대되고, 근로시간 단축이 이뤄지면 김씨의 일상은 조금은 여유롭고 풍족해질 가능성이 크다. 모호했던 급여 내용이 통상임금으로 포함되고,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주당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통상임금 인정 범위 정비…실질적인 소득증대 효과 기대

노사정은 통상임금에서 건강 등을 위한 보험료, 업적이나 성과 등에 따라 지급되는 미리 확정되지 않은 임금(인센티브), 경영성과에 따라 사후 지급되는 금품(성과급) 등은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제외금품이 명확해지면서 앞으로 교통비와 식비, 분기에 한 번씩 받는 상여금 등은 통상임금으로 분명히 분류된다. 그간 빈번했던 통상임금 소송이 필요 없게 된 것이다. 이번 통상임금 관련내용은 5인미만 회사와 농업등 1차 산업은 적용되지 않는다.



김씨의 연봉을 2400만원으로 가정하면, 그간 통상임금을 연봉으로만 계산했지만 앞으로는 상여금 800%와 교통비 150만원 등도 함께 계산하게 된다. 이에 따라 김씨의 월 기준 통상임금은 200만원에서 346만원으로 늘어난다. 월급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김씨는 통상임금의 증가로 더 많은 초과근로 수당을 받아, 결과적으로 월 소득이 늘어나게 된다. 통상임금은 퇴직금과 연장, 야간, 휴일 등 초과근로 수당의 기준이 된다. 초과근로 수당은 통상임금의 1.5배로 계산하기 때문이다.

퇴직금도 실질적으로 늘어난다. 일반적으로 퇴사 직전 월급에 근속연수를 곱해 퇴직금을 산정하기 때문이다. 김씨가 5년 근무 후 퇴사하게 될 경우 기존에는 월급 200만원의 5배수인 1000만원을 받지만, 앞으로는 상여금 등이 포함된 월급 346만원의 5배인 1730만원을 받게 된다. 730만원의 실질적인 소득 증가가 발생하는 셈이다.

이 같은 효과는 초과근로가 많은 중소·중견기업 근로자들의 소득 증대에 많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초과근로에 따른 임금의 기준인 통상임금이 늘어나면 그만큼 초과근로 임금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법제화가 이뤄지면 전 사업장에 해당 내용이 공통으로 적용된다. 다만 국회서 시행령을 정하는 과정에서 제외-포함 항목이 변경될 가능성은 열려있다. 제외금품 항목 수를 놓고 노사 간에 다소 이견이 있다.


/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근로시간 52시간 적용…5년간 최대 15만명 고용창출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줄어드는 것도 김씨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법정 근로시간 40시간에 연장근로 12시간, 휴일근로 16시간을 포함해 최대 68시간까지 근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노사정 합의로 근로시간이 주 52시간, 특별연장근로를 포함하면 총 60시간으로 줄어든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김씨는 기존 4조 3교대에서 5조 3교대로 옮길 가능성이 크다.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김씨의 임금이 줄어들 가능성도 크다. 다만 정부가 근로자의 임금 삭감분을 보전해주는 사업주에 대해 임금 보전분의 50% 범위에서 지원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임금 감소라는 부작용을 최소화한다는 구상이다. 이전에 법정근로시간이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어들때는 일반적으로 약 10% 임금 감소가 있었다.

주당 최대 8시간까지 실시되는 특별연장근로는 주문량 증가 등 사유가 있는 경우, 노사대표의 서면합의를 통해서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노사정위는 이번 근로시간 단축이 입법 이후 실제 적용되는 2017년부터 일정기간의 적응 기간을 가진 뒤, 일몰을 전제로 특별연장근로를 4년간 허용한 뒤 지속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이번 합의를 통해 연장근로가 무제한 허용됐던 특례 업종도 기존 26개에서 운송업, 전기통신업 등 10개로 줄어들게 된다.

근로시간 단축이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근로기준법 일부 조항의 적용을 받지 않는 5인 미만 사업장이나 농업, 어업 등 1차 산업은 이번 근로시간 단축과 무관하다. 다만 내년 5월 말까지 실태조사와 노사정 논의를 진행키로 했다. 재량근로시간제를 적용받는 기자, PD, 연구원 등 일부 전문직도 근로시간 단축논의에서 제외된다.

구직자에게도 근로시간 단축은 호재다. 기업 입장에서는 전체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채용을 시행해야 한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는 셈이다. 정부에서는 52시간 근로시간이 도입될 경우 5년간 최대 15만명의 고용기회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 2004년부터 주 5일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근로시간은 2013년 기준 연간 2163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34개국 중 멕시코에 이은 2위를 기록할 정도로 근로자의 삶의 질이 낮다. 노사정이 근로시간 단축에 합의한 배경이다. 남은 문턱은 국회다. 52시간에 최대 8시간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한 것이 야당의 반발을 사고 있다. 실질적인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서는 특별연장근로는 제외해야 한다는 것이 야당 측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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