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졌던 '하수'가 고급수인 '공업용수'로…세계최대 '재이용시설' 설립

뉴스1 제공 2015.03.22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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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에 지난해 8월 완공…저렴한 가격·환경보호 '일석이조'

(포항=뉴스1) 이은지 기자 =
버려졌던 '하수'가 고급수인 '공업용수'로…세계최대 '재이용시설' 설립


청소용이나 농업용수로 사용되던 하수처리수를 고급수의 일종인 공업용수로 재탄생시키는 시설이 경북 포항에 들어섰다. 세계 최대 규모이자 국내 최초다.
하천에 버려졌던 물을 1급수보다 더 깨끗한 물로 만들 수 있는 기술이 국내 개발되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그동안 공업용수 확보를 위해 댐을 건설하는 게 최선이었지만 건설비가 많이 들고, 갈수기에는 물부족 사태가 늘 우려돼 왔다.

포항에 들어선 '하수처리수 재이용시설'은 상수로 활용해야 하는 댐수가 아닌 버려졌던 하수를 재이용함으로써 물부족 사태를 해결하고, 기존 공업용수 단가보다 최대 30% 저렴한 가격으로 기업들에게 물을 공급한다. 돈으로 따지면 연간 5000억원의 예산 절감 효과를 거뒀다.



여기에 하수를 상수로 만들때 발생했던 이산화탄소를 줄이고, 하천의 오염부하량을 줄이는 등 환경보호에도 기여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하수처리수 재이용시설 설치비가 낮아져 용수단가가 더 낮아지면 공업용수뿐 아니라 하천유지수, 청소용물, 농업용수로도 활용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 하천을 지나면서 썩은 냄새 때문에 얼굴 찌뿌릴 일도, 더 깨끗한 물로 친환경농산물을 생산할 날도 멀지 않았다.



◇ 버려졌던 생활오수가 1급수보다 깨끗한 공업용수로 재탄생…예산 5000억원 절감 효과

생활오수가 하수처리장을 거친 뒤 다시 재이용시설에 들어오면 1급수보다 깨끗한 공업용수로 재탄생된다. (환경부 제공)© News1생활오수가 하수처리장을 거친 뒤 다시 재이용시설에 들어오면 1급수보다 깨끗한 공업용수로 재탄생된다. (환경부 제공)© News1
기자가 경북 포항에 들어선 하수처리수 재이용시설을 찾은 지난 20일, 평온한 봄날만큼 시설 주변도 고즈넉했다. 세계 최대 규모라는 말이 무색할만큼 눈앞에 보이는 건물은 2층 높이의 아담한 본관이 전부였다. 본관 앞에 넓게 조성된 정원이 다소 휑하게 보일 정도였다.
본관으로 들어가 지하 2층으로 내려가자 2300㎡ 면적에 물 정화시설이 촘촘히 들어가 있었다. 정화시설은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전처리분리막'과 각종 세균을 제거하는 '역삼투설비'로 구성돼 있다. 정수기 속 필터와 유사한 개념이다. 하수처리장에서 1차 정화 과정을 거친 생활오수가 이곳에서 2차 정화를 거치면 1급수보다 깨끗한 공업용수로 재탄생한다.


단순해보이지만 국내 기술이 개발돼 있지 않아 하수처리수 재이용시설 설치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분리막과 역삼투설비를 모두 외국 제품으로 사용할 경우 운영비가 너무 비싸 용수단가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 1994년 웅진케미칼(웅진케미칼이 지난해 도레이첨단소재에 인수되면서 현재 도레이케미칼로 사명 변경)이 세계 4번째로 개발에 성공해 국산화를 이뤘다. 국산화로 설비 단가가 낮아진 것이 국내 최초 하수처리수 재이용시설을 설립할 수 있게 된 결정적 요인이다. 전처리분리막은 여전히 국산화가 이뤄지지 않아 GE사 제품을 설치했다.

전처리분리막은 바닥에 매몰돼 있어 눈으로 직접 볼 수 없었다. 분리막을 거친 물은 1미터 길이의 역삼투설비 7개관을 거쳐 1급수보다 깨끗한 물로 재탄생한다. 1미터 길이 역삼투설비가 무려 616개로 하루 10만톤을 정수할 수 있다. 세계 최대 규모로 이는 포항시민 20만명이 하루 마실 수 있는 물의 양이다. 그동안 시민들이 마시는 상수로 공업용수를 만들었기 때문에 갈수기에는 늘 물부족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2009년 포스코 협력업체이자 수처리전문회사인 '포웰'은 롯데건설과 함께 하수처리수 재이용시설 설립을 제안했고 2012년 실시계획승인을 받아 그해 2월 착공에 들어갔다. 지난해 8월 완공해 현재 9개월간 운영되고 있다.

민간투자방식으로 포웰과 롯데건설이 2034년까지 운영하고 이후 포항시로 소유권을 넘기게 된다. 건설비는 1400억원이 소요됐다. 공업용수 생산을 위해 댐을 건설했을 때보다 5000억원 이상의 예산절감 효과를 거뒀다. 이창상 롯데건설 수탁운영현장소장은 "하루 10만톤의 공업용수 생산을 위해 댐을 건설하려면 4000억원이 소요되고, 이 물을 공장으로 공급하는 관로 설비 4000억원을 더하면 7000~8000억원이 소요된다"며 "하지만 하수처리수 재이용시설 설치비는 1400억원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상황은 성공적이다. 현재 거래되는 공업용수보다 비용은 최대 30% 저렴하면서, 수질은 1급수보다 더 좋기 때문. 생산된 공업용수의 84%는 포스코가 구입하고 14%는 공단정수장에, 나머지 2%는 포스코강판과 동국산업에 공급되고 있다.

이 소장은 "포스코가 기존에 공업용수를 구입할 때 톤당 600원 정도였지만 재이용시설을 통해 생산된 물은 톤당 550원으로 10% 정도 저렴하다"며 "포스코처럼 대량구입하지 않았던 작은 기업들은 재이용시설 물을 사용하면 최대 30%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수질이 깨끗해 물의 사용량도 줄어들었다. 즉 기존 공업용수는 냉각수로 6번 사용하면 물이 더러워져서 버려야했다면 재이용시설 물은 워낙 깨끗하다보니 7번을 사용한 뒤 버려도 돼 물 사용량이 줄었다.

그렇다고 식수로 마실 수는 없다. 식수와 공업용수 수질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또 공업용수는 소독처리를 하지 않기 때문에 관로에 있는 미생물이나 세균이 완전히 소멸되지 않았다.

지금은 공업용수로만 사용하고 있지만 용수단가가 조금 더 낮아지면 하천유지용수나 청수용수 등으로도 활용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 수질이 깨끗하고 냄새가 거의 없어 자연과 우리 생활주변을 훨씬 청결하게 유지할 수 있다.

김성민 하수처리수 재이용시설 민간투자사업 소장은 "가정에서 버리는 생활하수를 재이용해 공업용수로 만들기 때문에 가뭄이나 홍수가 나더라도 안정적으로 물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며 "조만간 경북 구미에 하루 9만톤의 공업용수를 생산하는 재이용시설이 들어서는 등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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