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만큼 쓰는 꽃중년, 40대 위기 왜 중요한가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4.10.15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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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인구절벽-사람들이 사라진다]<2>돈 쓸 사람 줄어든다

번만큼 쓰는 꽃중년, 40대 위기 왜 중요한가


한해 평균 5395만원 벌고 2902만원 소비지출 '큰손'
영화 '명량' 흥행돌풍 주역, 유통업게도 '하하족' 의존

생물이든 조직이든 그것을 지탱하고 이끄는 주축이 있다. 사람으로 치면 허리, 인구학적으로는 40대다. '40대 인구 감소'가 던지는 심각성이 단지 일부 연령층의 문제로 제한되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다. 특히 소비경제의 영역에서는 더 그렇다.



지난 여름 40대의 위력이 드러난 작은 사례가 극장가에서 있었다. 관객 1700만명 이상을 모은 국산 블록버스터 '명량'(사진)을 통해서다. '명량'은 그동안 국내 시장에서 영화 한 편이 모을 수 있는 한계치로 여겨져온 1360만명(할리우드 영화 '아바타')을 400만명 이상 넘겼다.

'명량'의 흥행 동력을 파고든 분석에서 세상은 40대 관객의 비중에 주목했다. '명량'은 역대 최대 40대 관객 수를 기록했다. 예매사이트 '맥스무비'에 따르면 40대 예매 비중이 전체의 35%, 10명 중 3.5명꼴이었다. 한번에 2장 이상을 예매한 관객 가운데 40대의 비율은 48%로 절반에 가까웠다.



명량뿐 아니라 지난해 1000만 관객을 모은 영화 '7번방의 선물'과 올해 초 흥행한 '수상한 그녀', '역린' 등에서도 40대의 티켓파워는 일찌감치 입증됐다. 영화업계에서는 영화가 장기 흥행하기 위해서는 40대의 지지가 필수적이라는 게 정설이 된 지 오래다.

최근 유통가를 중심으로 '꽃중년'이라는 말이 유행하는 것도 40대의 소비파워와 무관치 않다. 자기계발을 통해 젊고 즐겁게 사는 중년을 가리켜 '하하(HAHA·Happy Aging Healthy & Attractive)족'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기업의 마케팅 전략에서 급조된 용어라는 일부 비판에도 불구하고 '꽃중년'과 '하하족'은 영화, 대중음악, 사진, 출판 등 유통·문화계 전반에서 콘텐츠를 소비하고 트렌드를 견인하며 존재감을 떨친다.


번만큼 쓰는 꽃중년, 40대 위기 왜 중요한가
이 같은 40대의 파워는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우선 많이 번다는 가장 큰 이유다. 통계청이 조사한 '2013년 가계금융·복지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40대 가구주의 한 해 평균 소득은 5395만원으로 50대(5576만원)에 이어 두번째다. 전체 연령층에서 차지하는 소득 비중이 25%를 넘는다. 60세 이상 가구주(2560만원)보다 2배 이상 많다.

다음으로 소득에 기댄 지출도 많다는 점이다. 40대 가구주의 연간 소비지출은 평균 2902만원으로 다른 연령대를 훌쩍 넘는다. 전체 연령대에서 소득이 가장 많은 50대보다도 지출이 150만원 이상 많다. 여기에 가족단위, 회사, 동호회 등 '집단고객'을 이끌 수 있는 저력까지 감안하면 기업 입장에서 40대는 말 그대로 반드시 붙잡아야 할 핵심 소비층인 셈이다.

40대 인구 감소에 기업은 물론, 정부까지 심각한 우려를 드러내는 게 이 때문이다. 경기부진으로 전반적인 사회의 소비활력이 떨어지면서 그나마 소비력이 뛰어난 40대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높아질수록 걱정거리가 늘어나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영화계에는 아직까지 '명량' 흥행의 여흥이 넘실댄다. '명량'의 흥행은 후속작으로 예정된 '노량'과 '한산'의 제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명량'의 후속작 또는 10년, 20년 뒤의 어떤 국내 블록버스터가 '명량' 이상의 흥행을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영화계 관계자들도 선뜻 대답하지 못한다. 인구학에 해박한 전문가라면 더 그렇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소비가 가장 활발한 연령층인 40대 인구가 감소하는 것은 소비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인구구조의 변화"라며 "40대의 위기가 곧 전체 사회의 위기나 다름없는 게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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