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사장 사이에 숨어있는 '신의 비밀정원'

딱TV 조용만 어반트래블 대표 2014.10.11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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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TV]익숙한 여행지, 몰랐던 매력

편집자주 조용만의 딱거기 - 구름에 달 가듯 가는 나그네, 구름여행자. 어디서나 찾을 수 있는 관광 정보 대신 여행이 주는 여백의 미를 전해드립니다.

서해안의 유명한 해수욕장들 중에서도 고운 백사장으로 유명한 '천리포'와 '만리포', 두 해수욕장 사이에 독특한 수목원 하나가 자리잡고 있다. 아시아 최초이자 세계 열두번째로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선정된 '천리포 수목원'이 바로 그 곳이다.

↑ 천리포 수목원↑ 천리포 수목원


언뜻 보기에 여느 수목원보다 규모도 작고, 조금 큰 정원 정도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곳의 1만4000여 종에 달하는 다양한 식물들이 지닌 가치는 2000년 국제수목학회의 인정을 받게 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국내 수목원 대다수는 관람객의 동선을 따라 인공적으로 조성된 면이 많지만, 천리포 수목원은 나무를 중심으로 놓인 풀들을 따라 관람객들이 움직이도록 조성돼 느낌이 사뭇 다르다.

총 56만 평방미터에 달하는 면적 중 일반에 공개된 지역은 7만 평방미터도 안되는 일부분에 불과하다. 그러나, 크고 작은 연못 세 곳과 목련, 호랑가시나무, 무궁화, 동백나무, 단풍나무, 억새 등이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어 아기자기하다.



↑ 천리포 수목원↑ 천리포 수목원
이 수목원은 2차 대전이 끝난 후 일본에서 파견된 미국 출신 장교로 훗날 한국 국적으로 귀화한 故 민병갈(미국명: 칼 페리스 밀러 Carl Ferris Miller) 이사장에 의해 1970년부터 조성되기 시작했다. 그 후 일반인들의 방문이 가능해진건 불과 5년 전인 2009년, 그래서 아직 국내에서는 그 이름이 생소하다.

↑ 민병갈 기념관↑ 민병갈 기념관

수목원에서 현재 개방된 곳은 2009년 3월 일반에게 공개된 '밀러가든'(Miller Garden)과 2010년에 추가 공개된 '열린 사색길'과 '목련원'이다. 이전에는 허가를 받은 사람과 식물학자 등만 출입이 가능했기에 “신의 비밀 정원”으로 불리기도 했었다.

기존 수목원들이 관상용 수목들로 조성되어 있는 반면, 천리포 수목원은 식물원 본연의 학술적 가치를 두고 있는 곳이다. 일반적인 수목원의 탐방로 명칭들이 꽃이나 나무의 이름을 따 지어진 반면, 이 곳의 산책로는 식물들의 정식 명칭을 땄다.

↑ 수생식물원↑ 수생식물원
수목원을 들어서면 제법 넓어 보이는 연못인 수생식물원(Aquatic Plants)을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데, 수생식물원을 중심으로 원추리원(Hemerocallises), 동백원(Camellias), 수국원(Hydrangeas), 습지원(Wet Land), 만병초원(Rhododendrons) 등이 둘러싸고 있어 철마다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수생식목원↑ 수생식목원
↑ 습지원에서 익어가는 벼↑ 습지원에서 익어가는 벼
봄에는 개구리가 울어대고 여름에는 각양각색의 연꽃들이, 가을에는 귀뚜라미 울음소리를 벗 삼아 수국이 피어나고 겨울에는 살얼음 위로 생명력 강한 풀들이 살아가는 연못이다.

나무 중심의 수목원이기 때문에 수목원 중심부에 위치한 민병갈 기념관과 카페를 제외하면 앉아서 쉴 수 있는 벤치 등을 비롯한 편의 시설은 그리 많지 않다. 그저 쉬엄쉬엄 길을 따라 걷다가 풀과 꽃을 감상하고 느끼면 된다.

↑ 가시연꽃↑ 가시연꽃
↑ 다양한 꽃들↑ 다양한 꽃들
특히 봄이면 수목원 전체에 펼쳐진 목련으로 인해 그 아름다움이 절정에 달한다. 해마다 목련이 필 때 쯤 개화시기를 묻는 문의전화가 빗발친다고 하니, 아마도 한 번 가 본 이들에겐 잊을 수 없을 만큼의 아름다움일 것이다.

봄에는 400여 종이 넘는 목련의 향연을 즐기고 여름에는 연못을 중심으로 피어나는 수국과 연꽃을, 가을에는 단풍과 억새를, 겨울에는 황금빛과 청록빛을 자아내는 강인한 침엽수와 설강화, 풍년화 등을 즐길 수 있다.

가을바람이 속삭이듯 지나는 수목원은 일반에게 공개된 공간 가장 안쪽에 위치한 '억새원'에서 그 절정을 이룬다. 이름 모를 새들의 지저귐이 귓바퀴에 머물고 하늘 높은 햇빛에 샛노란 황금빛이 피어나는 억새를 볼 수 있다.

↑ 선닝데일 실버↑ 선닝데일 실버
↑ 억새원↑ 억새원
이 밖에 덤으로 파란 바다를 끼고 놓인 해안 전망대 길도 거닐 수 있다. 하늘빛으로 물든 바다와 어우러진 낭새섬이 보이는 해안길은 겨울정원(Winter Gareden)과 호랑나무가시원(Hollies) 중간으로 놓여있는 길을 들어가면 만나게 되는데 낭새섬 또한 썰물 때면 드러나는 섬까지 이어지는 길을 따라 섬으로 들어갈 수 있으니 이만한 풍경도 없다.

↑ 낭새섬↑ 낭새섬
↑ 탐방로↑ 탐방로
천리포수목원은 일반 관람을 할 수 있고, 원한다면 후원 회원이 되어 수목원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식물들의 종자를 분양받거나 여러 가지 행사에도 참여할 수 있다. 게스트하우스 등 부대 시설도 저렴한 비용으로 즐길 수 있다.

서울에서 그리 가까운 거리는 아니지만 서해안을 지날 때면 잊지 말고 들러보기를 권한다. 잠시 시간을 내서 바다와 함께 어우러진 나무와 풀, 그리고 꽃들의 향연을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 본 기사는 딱TV (www.ddaktv.com) 에 10월 10일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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