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초지(碧草池)문화수목원…노란 연잎에서 가을을 읽다

딱TV 조용만 어반트래블 대표 2014.09.30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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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TV]익숙한 여행지, 몰랐던 매력

편집자주 조용만의 딱거기 - 구름에 달 가듯 가는 나그네, 구름여행자. 어디서나 찾을 수 있는 관광 정보 대신 여행이 주는 여백의 미를 전해드립니다.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에 위치한 '벽초지문화수목원'.

글자 그대로 푸른 풀(碧草)과 못(池)을 말하는 이곳은 여느 수목원의 울창함과 거창함은 없다. 하지만 은은하게 풍기는 아기자기한 풍경에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진다.

↑ 벽초지문화수목원↑ 벽초지문화수목원


정문을 지나면서 만나는 여왕의 정원(Queen’s Garden)부터 방문객들은 사진 촬영으로 바빠진다. 봄에는 향기로운 라일락을 비롯한 할미꽃과 금낭화가, 가을에는 다채로운 허브 꽃과 구절초, 국화가 정원을 가득 메운다. 길거리에서 보면 그냥 지나칠지도 모를 꽃들이라도 정원에서 보면 사뭇 다르다.



↑ 여왕의 정원↑ 여왕의 정원
정원을 장식하는 다양한 꽃들 위로는 정원수들이 한껏 자태를 뽐내고 있다. 정원 오른쪽으로는 여왕을 호위하는 경호원처럼 늘어선 소나무가 벽초지를 내려보고 있다.



↑ 오솔길의 소나무↑ 오솔길의 소나무
수목원은 여왕의 정원을 중심으로 좌우로 나뉘어 있다. 여왕의 정원을 왼쪽으로 두고 지나서 오른쪽의 또 다른 정원으로 들어서면, 유럽을 만나는 듯 균형감을 지닌 작은 정원을 마주한다.

중앙 분수대를 중심으로 조각상과 허브 정원이 늘어서 있다. 중간중간에 조형물들도 적절히 놓여있다. 처음 마주하는 입구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 정원의 모습↑ 정원의 모습
맨 안쪽에 보이는 자작나무들 앞에 코스모스가 만발하다. 가든 한쪽에 공방이 있어 어린이들이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허브를 이용한 비누 만들기와 곤충, 도자기, 황토 염색 체험 등이 있다.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참여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 코스모스↑ 코스모스
↑ 공방 체험실↑ 공방 체험실
정원을 뒤로하고 나와 반대쪽의 벽초지를 마주하면 또 다른 분위기가 난다. 사람의 손길을 최소화한 자연 그대로의 벽초지와 유럽식 정원을 볼 수 있다. 두 곳을 이어주는 여러 개의 작은 갈림길에는 여러 사람의 모습이 있다. 수줍게 손을 잡은 연인, 아이를 목마 태운 아버지, 할머니의 입에 삶은 달걀을 넣어주는 할아버지가 보인다.

벽초지(碧草池)문화수목원…노란 연잎에서 가을을 읽다
그렇게 송림 사이를 지나면 아주 적당한 크기의 벽초지를 만난다. 호수라고 하기엔 작고 연못이라 하기엔 크지만 뭐라고 불러도 상관없다. 팔뚝만 한 잉어들도 전혀 개의치 않고 유유자적이다.

못은 봄에는 초록빛이 우러나고 여름에는 하얀 연꽃으로 뒤덮이며 가을에는 구름 멋진 하늘을 담아낸다. 눈 내리는 겨울에는 조금은 따뜻한 물안개를 피워내기도 한다.

↑ 벽초지↑ 벽초지
벽초지는 어느 곳에서 봐도 수십 가지의 모습을 드러낸다. 한쪽에서 보면 육각형 정자인 파련정이 중심이 되기도 하고, 다른 쪽에서 보면 수련길이 중심이 되기도 한다. 파련정 옆으로 쏟아져 내리는 벽초폭포도 그렇고 대수롭지 않게 놓인 다리인 무심교조차 정이 간다.

↑ 파련정과 벽초폭포↑ 파련정과 벽초폭포
↑ 무심교↑ 무심교
한여름 못을 뒤덮었을 연꽃들은 이제 지고 없지만, 남아있는 무수한 연잎이 찬란했을 여름을 아직 기억하고 있다. 제때 피지 못하고 이제야 얼굴을 드러낸 꽃들도 더러 있다. 연꽃은 한여름에 쏟아지는 뜨거운 빛을 수면 아래 차가운 물로 견뎌내며 핀다. 그래서 연꽃의 궁전인 벽초지의 연화원은 여름에 와야 진정한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

↑ 연꽃↑ 연꽃
↑ 연잎↑ 연잎
8월에 만개한 연꽃은 9월이 되면 재빠르게 자취를 감춘다. 가을이 다가오면 연잎들은 가장자리부터 노랗게 변한다.

↑ 파련정↑ 파련정
못을 사방으로 둘러싼 여러 길은 소박하고 정겹다. 단풍길, 버들길, 장수주목터널과 억새가 높은 습지원까지, 천천히 가을바람과 나무와 풀의 향기 속에서 길을 걷다 보면 고요함이 느껴진다.

↑ 장수주목터널↑ 장수주목터널
아이와 함께라면 도시락과 공을 준비해서 천국의 광장(Heaven’s Square)에 가보는 것도 좋다. 다소 거창한 이름이지만, 여기를 운동장 삼아 뛰어놀아도 그만이다. 하늘은 높고 공기는 신선하고 잔디는 푸르다. 어쩌면 아이들에겐 정말 천국일 수도 있겠다.

↑ 천국의 광장↑ 천국의 광장
평일에 시간을 낸다면 소풍 나온 유치원생들의 재잘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정원을 감상할 수 있다. 주말이라면 연못에 비친 연인들과 가족들의 밝은 웃음을 볼 수 있다. 복잡하고 바쁜 삶에 지쳐갈 때, 벽초지는 작은 위안이 될 것이다.

☞ 본 기사는 딱TV (www.ddaktv.com) 에 9월 30일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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