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와 축제의 도시 '뉴올리언스'…미국 남부 여행의 맛과 멋

머니투데이 조용만 어반트래블 대표 2014.08.2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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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TV]익숙한 여행지, 몰랐던 매력

편집자주 조용만의 딱거기 - 구름에 달 가듯 가는 나그네, 구름여행자. 어디서나 찾을 수 있는 관광 정보 대신 여행이 주는 여백의 미를 전해드립니다.

거리 거리마다, 골목 틈새마다 재즈가 흘러나오는 곳 '뉴올리언스'. 방황하는 젊음이 동경하는 그 곳은 이제 재즈와 축제의 도시가 됐다. 남부 루이지애나 특유의 정취가 맛과 멋으로 녹아있는 그 거리를 걷다 보면 마치 한국의 남도 여행을 떠나온 듯 낯설면서도 푸근하다.

1960년대의 막바지에 등장한 피터 폰다(Peter Fonda)와 데니스 호퍼(Dennis Hopper) 주연의 영화 '이지 라이더(Easy Rider)'. 미국 히피 문화를 대변하는 작품 중의 하나로 극 중에서 두 주인공은 마약으로 번 돈으로 묵직한 할리 데이비드슨에 몸을 실은 채 캘리포니아에서부터 마디 그라 축제가 열리는 뉴올리언스까지 기나긴 여정을 시작한다.



↑ 이지 라이더↑ 이지 라이더


그들이 뉴올리언스로 향하는 여정은 시사하는 의미가 다양하다. 서부 개척 시대의 번영에 대한 추억과 베트남 전쟁에 대한 반전 운동, 인권을 위한 진보주의 등 시대적 상황에 묶여있던 미국인들의 사고방식을 크게 서부에서 동부로, 기존의 세대 의식을 뒤집는 여정으로도 대변한다. 영화의 내용은 차치하더라도 뉴올리언스는 그렇게 방황하는 젊음이 갈망하는 도시로 인식됐다.

↑ 미시시피 강 Mississippi River (©M. Lamar Griffin, Sr.)↑ 미시시피 강 Mississippi River (©M. Lamar Griffin, Sr.)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Louisiana) 주의 뉴올리언스는 미국 동남부의 대표적인 관광 도시 중 하나다. 주 내에서는 최대의 도시지만, 미국 전체로 본다면 규모의 면에서는 하위권에 해당해 그리 큰 도시는 아니다.

대부분 지역이 해수면보다 낮고 저습한 삼각주이고, 허리케인은 물론 도시를 가로 지으며 놓인 미시시피(Mississippi) 강의 범람으로 종종 홍수의 피해를 당하는 등 기후와 지역적 조건이 도시의 성장을 방해해 온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5년 뉴올리언스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 때문에 도심 대부분을 물에 잠기고 1000명이 넘는 사상자와 100만이 넘는 이재민을 생기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번영의 그늘 속에 가려진 가난의 그림자와 수많은 범죄는 도시 발달에 악영향을 끼쳤다. 관광객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도시이지만 거주하기엔 꺼려지는 뉴올리언스는 여러 악조건에도 매년 미국에서 10대 관광 도시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 뉴올리언스↑ 뉴올리언스
뉴올리언스 지역 중에서도 최고의 관광 중심지인 프렌치 쿼터(French Quarter)는 단순히 '쿼터(The Quarter)'라고도 불린다. 18세기 초에 프랑스인들에 의해 건설지만 두 차례에 걸친 대화재로 최초의 건물이 대부분 불타 소실됐다. 그 이후 스페인이 지배를 이어가면서 재건됐다.

현재 대부분의 건축물은 스페인과 프랑스 건축 양식이 많이 보인다. 그에 따라 타운 전체가 국립역사지구(National Historic Landmark)로 지정되어 있기도 하다. 미시시피 강을 배경으로 남서쪽의 캐널 거리(Canal St.)에서 북동쪽의 에스플래네이드(Esplanade Ave.) 두 거리를 가로로 연결하는 램퍼트 거리(Rampart St.)까지 1.5㎦의 넓이에 달하는 대부분 지역을 포함하기에 뉴올리언스에서는 빼놓으려야 빼놓을 수 없는 구간이다.

↑ 프렌치 쿼터 French Quarter (©Chris Litherland)↑ 프렌치 쿼터 French Quarter (©Chris Litherland)
↑ 프렌치 쿼터 French Quarter (©Sami99tr)↑ 프렌치 쿼터 French Quarter (©Sami99tr)
평평한 돌을 깔아 놓은 좁은 길, 2층에 놓인 발코니 등이 유럽풍의 고풍스러움을 발산한다. 멀리 뒤쪽으로 우뚝 서 있는 도심의 고층 빌딩과 어우러져 멋스러움을 자아낸다. 거리의 상점에서는 항상 재즈가 흘러나온다. 매일 밤 카페 대부분에서는 재즈 라이브 공연이 펼쳐지며, 음악에 맞춰 흥겹게 춤을 추는 사람들을 어디서든지 볼 수 있다.

↑ 버번 스트리트 Bourbon Street (©Chris Litherland)↑ 버번 스트리트 Bourbon Street (©Chris Litherland)
↑ 버번 스트리트 Bourbon Street↑ 버번 스트리트 Bourbon Street
프렌치 쿼터를 가장 쉽게 즐기는 방법으로 우선 미시시피 강 바로 앞에 있는 프렌치 쿼터 비지터 센터(French Quarter Visitor Center)를 가장 먼저 찾아 기점으로 삼는다. 루이 암스트롱 공원이 있는 램퍼트 거리까지 이동하면서 잭슨 광장(Jackson Square)을 주축으로 세인트루이스 대성당(Saint Louis Cathedral)을 지나 재즈 연주로 유명한 프리저베이션 홀(Preservation Hall)과 버번 거리(Bourbon St.)를 돌아보는 방법이 이상적이다.

↑ 잭슨 광장↑ 잭슨 광장
↑ 프리저베이션 홀 Preservation Hall↑ 프리저베이션 홀 Preservation Hall
↑ 출처 : Phier at en.wikipedia

↑ 프리저베이션 홀 재즈밴드 연주 (©Infrogmation of New Orleans)↑ 프리저베이션 홀 재즈밴드 연주 (©Infrogmation of New Orleans)
비지터 센터 바로 옆에는 카페 오레(Cafe au lait)와 베네(beignets : 프랑스식 도넛)로 유명한 카페 두 몽드가 있으니 한 번쯤 맛을 보는 것도 좋다. 24시간 운영을 하니 아침 일찍 찾아가 달콤한 차와 베네로 간단히 요기하고 관광을 나서도 좋다.

↑ 베네 Beignet↑ 베네 Beignet
↑ 사진출처 : harmon/harmon

프렌치 쿼터에서도 제일 화려하고 유명한 버번 거리는 프리저베이션 홀을 왼쪽으로 두고 루이 암스트롱 공원 방향으로 조금만 걸으면 바로 만난다. 대부분 매장이 24시간 운영하며, 잠발라야(Jambalaya), 새우 크레올(Shrimp Creole), 검보(Gumbo: 해산물과 야채를 섞어 만든 수프), 무풀레타(Muffuletta : 루이지애나 샌드위치) 등 맵고 강한 맛의 향신료를 많이 사용하는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 스타일로 가득한 음식을 경험할 수 있다.

↑ Oyster bar↑ Oyster bar
↑ 검보 Gumbo (©Amadscientist)↑ 검보 Gumbo (©Amadscientist)
↑ 굴버터구이↑ 굴버터구이
버번 거리를 따라 동쪽으로 걸어가다 보면 세인트 필립스 거리(Saint Phillips St.)와 만나는 코너에 있는 라피테스 블랙스미스 가게(Lafitte’s Blacksmith Shop)가 나온다. 미국에서 가장 오랫동안 운영된 술집으로 유명하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1772년 이전에 세워진 이후 이어져 오고 있다 하니 역사만으로도 들러볼 만한 가치가 있다. 각종 운동 경기의 중계와 지역 행사 등 여러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 라피테스 블랙스미스 가게↑ 라피테스 블랙스미스 가게
↑ 사진출처 : Lobberich

미국 동남부 지역 최대의 축제인 마디 그라(Mardi Gras)를 비롯해 1월부터 연중 내내 끊이지 않는 다양한 행사들은 뉴올리언스에 관광객이 몰리는 이유다, 재즈가 어우러진 여러 축제 덕분에 매년 10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이곳을 방문한다.

↑ 마디 그라↑ 마디 그라
부활절의 47일 전인 사순절의 전날부터 시작하는 마디 그라는 2015년에는 2월 17일에 시작하고, 2016년에는 2월 9일에 시작한다. 마디 그라의 기원은 1700년대 뉴올리언스의 프랑스 식민 통치 시절, 프랑스의 영토 확장을 기념하기 위한 축제로 시작된 것이다.

식민 통치 하의 시민과 거주자들을 독려하고 정당성을 확립하기 위한 행사로 이루어지다가 1837년 본격적인 마디 그라가 시작된다. 마디 그라의 가장 기본적인 정신은 '좋은 시간이 흘러가게 하자'지만, 현대에는 자유분방한 미국사회의 분위기와 섞여 동성애를 옹호하는 사람들에게는 표현의 자유를 나타내는 방법의 하나로도 행해지고 있다.

↑ 마디 그라↑ 마디 그라
마디 그라에서 의미나 의의를 찾고자 심각해질 필요는 없다. 그저 화려한 복장과 가면, 기괴하거나 아름답고 코믹한 장식으로 거리를 행진하는 사람들과 축제의 분위기를 즐기면 된다. 운이 좋다면 분장을 한 참가자들이 거리의 관광객들에게 던져주는 기분 좋은 선물도 획득할 수 있다.

↑ 마디 그라 (©William Metcalf Jr)↑ 마디 그라 (©William Metcalf Jr)
재주로 가장 유명한 행사는 매년 4월 마지막 주와 5월 첫째 주 주말에 열리는 뉴올리언스 재즈 & 헤리티지 축제(New Orleans Jazz & Heritage Festival)이지만, 꼭 이런 행사가 아니더라도 재즈의 본고장답게 거리의 어디에서든지 재즈는 쉽게 들을 수 있다. 라이브가 보고 싶다면 저녁에 버번 거리로 나가서 시원한 맥주와 함께 즐길 수 있고, 운이 좋다면 유명 연주자가 출연하는 공연도 볼 수 있다.

↑ 재즈 축제 Jazz Festival (©Masahiro Sumori)↑ 재즈 축제 Jazz Festival (©Masahiro Sumori)
1910년대와 1920년대까지 성행한 뉴올리언스의 재즈는 악보를 보지 않고 암기해 연주하는 방식 때문에 즉흥적인 연주와 변주가 이뤄졌다. 특히 뉴올리언스 스타일의 재즈는 각각의 악기를 연주하는 연주자만의 개인적인 주법이나 버릇 등이 가미되어 합주 속에서도 개인 연주자의 즉흥적인 독주를 엿볼 수 있다. 나아가 경쾌하고 비교적 빠른 리듬의 연주는 청중들의 흥을 자아내는 데 충분하므로 가볍게 몸을 흔들 수 있다.

↑ 재즈 헤리티지 무대 Jazz & Heritage Festival Stage (©Mr.schultz)↑ 재즈 헤리티지 무대 Jazz & Heritage Festival Stage (©Mr.schultz)
각종 오락과 유흥에 지쳤다면 잠시 동쪽에 있는 프렌치 마켓(French Market)을 둘러봐도 좋다. 카페 두 몽드 뒤에 있는 듀메인 역(Dumaine Station)에서 스트리트 카로 두 정거장이니 미시시피 강을 따라 천천히 걸어가도 좋다.

강을 따라 길게 지어진 건물 안에는 다양한 음식재료와 카페와 식당이 있다. 프렌치 마켓 크리올 토마토 축제(The French Market Creole Tomato Festival)와 씨푸드 축제(The Seafood Festival)와 더불어 주말마다 열리는 벼룩시장에서는 작은 기념품들을 살 수도 있다. 어디를 가나 빠지지 않는 즉흥적으로 연주되는 곡들까지 뉴올리언스는 항상 즐겁고 흥이 나는 도시임이 분명하다.

뉴올리언스의 루이 암스트롱 뉴올리언스 국제공항(Louis Armstrong New Orleans International Airport)에서 프렌치 쿼터까지는 승용차로 3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대부분 교통이 캐널 거리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캐널 거리 입구나 미국 철도 암웨이(Arm Way) 정류장인 뉴올리언스 유니언 패신저 터미널(New Orleans Union Passenger Terminal)에서 뉴올리언스의 대표적 교통수단인 스트리트 카(Street Car : 전차)를 이용하면 쉽게 프렌치 쿼터까지 이동할 수 있다.

↑ 스트리트 카 Street Car↑ 스트리트 카 Street Car
한국에는 아직은 뉴올리언스까지의 직항 편이 없어서 출발한다면 애틀랜타(Atlanta)나 시카고(Chicago), 휴스턴(Houston) 등을 거쳐서 가야 하는 긴 여정이다. 하지만 흥겨운 재즈에 신선한 해산물 가득한 검보 한 접시와 시원한 맥주 한 병이면 아마도 다시 돌아오고 싶지 않을지도 모른다.

☞ 본 기사는 딱TV (www.ddaktv.com) 에 8월 29일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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