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13년 만에 또 디폴트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2014.07.31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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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채무협상 결렬...협상 중재인 "디폴트 임박...고통스런 사건 될 것"

아르헨티나의 채무협상이 끝내 결렬되면서 아르헨티나가 13년 만에 또다시 디폴트(채무불이행) 국면에 처했다.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법원이 지명한 협상 중재인 대니얼 폴락은 이날 아르헨티나의 채무협상이 결렬됐다며 아르헨티나의 디폴트가 임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아르헨티나는 2001년에 이어 13년 만에 다시 자본시장에서 퇴출될 위기에 놓였다.

폴락은 "아르헨티나의 디폴트는 기술적 수준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실질적이고 고통스런 사건이 될 것"이라며 "그 결과는 예측할 수 없지만 확실히 긍정적이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이날 아르헨티나의 신용등급을 'CCC-'에서 'SD' 등급으로 강등했다. 'SD'는 선택적 디폴트(selective default)로 채무 일부를 상환하지 못한 경우 부여된다.

아르헨티나를 둘러싼 채무 논란은 이 나라가 1000억달러 규모의 디폴트를 선언한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당시 채무조정에 나서 2005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93%에 달하는 디폴트 국채를 할인된 새 국채로 교환했다. 하지만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자회사인 NML캐피털과 오렐리우스매니지먼트 등 미국 헤지펀드들은 채무조정을 거부했다.



이들은 아르헨티나에 채무 원금과 이자 전액을 지급하라며 지난해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미국 대법원은 최근 아르헨티나에 채무 전액 15억달러를 갚으라고 최종 판결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채무조정에 합의한 채권자들을 상대로 지난달 30일 만기 이자를 지급하기 위해 미국 은행인 뱅크오브뉴욕멜론에 5억3900만달러를 예치했지만 미국 법원이 선별적 채무 상환은 불법이라며 제동을 걸었다. 이후 아르헨티나 정부는 디폴트를 막기 위해 미국 법원의 중재로 헤지펀드들과 협상을 벌였지만 30일간의 유예기간 마지막 날인 이날까지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아르헨티나 정부의 입장도 단호했다. 악셀 키칠료프 아르헨티나 경제장관은 이날 미국 뉴욕에서 가진 회견에서 "벌처펀드(헤지펀드)들이 2001년 디폴트 때 다른 채권자들이 수용한 채무조정안을 거부했다"며 "우리는 아르헨티나 국민들의 미래를 놓고 타협해야 하는 어떤 합의안에도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RUFO(Right upon future offers)' 조항 때문에 미국 헤지펀드의 원리금 전액 상환 요구는 들어줄 수 없다고 설명했다.

RUFO는 아르헨티나가 다른 채권단에 더 좋은 조건으로 채무를 이행할 수 없도록 한 규정이다. 미국 헤지펀드에 원리금을 전액 갚으면 이미 채무조정에 합의한 다른 채권단들이 RUFO 조항을 들어 소송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키칠료프 장관은 이어 "아르헨티나 정부는 전례 없고 부당한 이 상황을 끝내기 위해 국내법과 국제법상의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르헨티나의 디폴트가 가시화 하면서 막판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감에 최근 랠리를 펼쳤던 아르헨티나 금융시장엔 거센 역풍이 일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러나 아르헨티나 사태가 다른 신흥시장으로 전이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아르헨티나 채권시장이 디폴트 우려로 지난 2개월간 요동치는 동안에도 다른 신흥시장은 강력한 투자 수요에 힘입어 흔들림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WSJ도 아르헨티나 사태가 외부에 미칠 파장은 제한될 것으로 내다봤다. 아르헨티나가 2001년 디폴트를 선언한 한 이후 국제 금융시장에서 상대적으로 고립돼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JP모간의 신흥시장 채권지수에서 아르헨티나 국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1년 20%에서 최근 1.3%로 쪼그라들었다. 신문은 또 아르헨티나의 채무 논란은 어제오늘 일도 아니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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