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배송 '암에 특이적 선택적으로 전달되는 캐리어'라는 주제로 발표한 6번 이상곤 씨/사진=한국과학창의재단
그 순간 이 씨와 1등 자리를 놓고 자웅을 겨룬 광역학 치료 벤처기업(iBrush) 대표 1번 차희찬 씨, 과학기술 중 가장 난해한 양자역학을 발표 주제로 삼아 누구도 대적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회심의 일격을 가한 한국과학영재학교 3번 김동하 씨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점쳐졌다.
대상은 노랑머리에 생기없어 보이는 민낯, 비쩍 마른 체구의 9번 지웅배 씨 품으로 돌아갔다. 아무도 예측 못했던 탓에 객석에선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페임랩 첫 한국 대회 관중 분위기는 그렇게 예측불허의 롤러코스터와 같았다.
심사위원인 정희선 충남대 분석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은 기자와 만나 "물론 청중에게 어필을 매우 잘한 6번 발표자를 1등 후보로 예상할 수 있었겠지만, 국제대회에선 무엇보다 기가막힌 임팩트(impact)를 줄 수 있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해당 분야 기초와 깊이가 더 중시된다"며 9번을 선정한 이유를 짧게 말했다.
결선 진출무대에 오른 11명의 발표자와 심사위원, 영국문화원과 한국과학창의재단 관계자들이 KT올레스퀘어(광화문) 무대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한국과학창의재단
이번 결선대회 발표주제 몇 가지만 예를 들면 '스마트 메타물질의 원리 및 목적과 한계'(4번 박수민), '인간의 감각을 모사한 바이오전자코'(10번 손만기) 등 과연 이 주제로 3분 이내 설명이 가능할까란 물음표를 달게 한다. 그래서 최종 페임랩 결선 진출자를 가르켜 '180초의 승부사'라고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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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임랩은 2005년 영국 첼튼엄 과학 페스티벌에서 처음 시작됐다. 지금까지 페임랩 국제대회 참가자는 33개국 5000명 이상이다. 매 국제대회 참관객만 해도 1만명을 훌쩍 넘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아시아국가 중 한국은 이번에 처음 초대를 받아 세계대회 출전권을 획득했다.
미국에선 항공우주국(NASA)이 직접 나서서 페임랩 국가대표를 선발·교육할 정도로 극성스런 모습을 보여준다. '제2의 지구'를 찾는 우주개발산업도 아닌데 NASA가 유난을 떠는 이유는 뭘까?
이번 행사를 총괄 기획한 강혜련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은 "과학기술·ICT(정보통신기술)가 생활 전반에서 응용·활용되면서 고도의 전문성과 용어·개념을 국민의 눈높이에서 전달·소통할 수 있는 과학소통전문가(Science Communicator)를 발굴하는 일이 네이처지에 SCI급 논문을 게재하는 것 만큼이나 중요시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과학·ICT 컨트롤타워인 미래창조과학부도 소위 '과학기술 전도사'를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프로젝트를 올해 과학기술문화사업 시행계획으로 삼아 추진중이다. 윤종록 미래부 2차관은 페임랩코리아 대회를 지켜보며 "앞날의 발전성이 높다"고 평했다.
박종일 서울대 교수는 세계대회 출전할 첫 한국인 대표 지웅배 씨가 넘어야 할 산으로 "더 깊은 주제를 지금보다 훨씬 더 논리적으로 말하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영국 페임랩 국제대회는 44일후에 열린다.
페임랩 코리아 결선 진출자들이 제스처나 소품 등을 동원해 자신의 주제를 발표하고 있다.(사진 上 좌측에서 두 번째)4번 발표자 박수민 씨/사진=한국과학창의재단
관람객 오재찬 씨(대한은퇴코치협동조합 이사)는 "출전자 발표 중 제가 평소 관심이 있고 이해할 수 있었던 분야는 '그래 나도 저 사람처럼 다가갈 수 있겠다'라는 동기부여가 돼 좋았다"는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