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한국의 걸그룹과 일본 총리 아베에 관한 비교 고찰

머니투데이 이승형 사회부장 2014.02.2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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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한국의 걸그룹과 일본 총리 아베에 관한 비교 고찰


오늘도 짧은 치마는 소녀들과 한 몸이다. 한 치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다부진 각오로 붙어 있는 바로 그 치마. “저것은 ‘스판’일까”라는 궁금한 시선은 이내 그들의 몸짓에 빼앗긴다. 온 몸을 더듬고, 훑는 춤. 앳띤 얼굴과는 어울리지 않는 야릇한 표정. 노래는 들리지 않는다.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걸그룹의 ‘도발’은 여러 갈래의 생각으로 갈릴 것이다. 그들의 안무를 흉내 내는 아동들이 있는가 하면, 입을 벌리고 보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 이상한 죄책감을 느끼는 아저씨들도 있을 것이다.



이제 와서 걸그룹의 노출에 대한 윤리적 분석은 무의미하다. 돌이켜 보라. 자기 자신이 이 ‘관음 사회’에 조금이라도 일익을 담당해 왔다면 ‘그들에게 돌을 던지는 행위’가 얼마나 가식적인지를 곧 깨닫게 될 테니까.

걸그룹의 노출을 비판하는 기사에 노출도가 가장 높은 사진을 같이 싣는 작태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이건 욕하면서 보는 막장드라마와 같다. 사실 딱히 건전해야 할 이유도 없기는 하다.



하지만 똑똑한 연예기획사 사장님들이 “벗어줘야 돈과 인기가 모이는 거야”라는 생각을 갖고 있을 거라 믿고 싶지는 않다. 의상보다 가창력이 중요하고, 춤보다는 노래가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테니까. ‘섹시 컨셉’은 그저 지나가는 바람이니까.

안 그래도 ‘차별화되지 못한 노출’에 지겨워하는 이들이 슬슬 출현하고 있다. 그러므로 걸그룹의 노출 행진은 한철 유행처럼 어느 순간 멈출 것이다. 반짝 인기란 그런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도무지 이 사람은 멈출 것 같지 않다. 옆 나라 총리 말이다. 일본 총리 아베 신조는 “욕먹어도 인기 얻으면 그만”이라는 착각에 빠져 있다. 말하자면 자꾸 ‘망발(妄發)’을 하는 것인데, 이것이 우리 국회의원들도 잘 하는 정치인들의 ‘쇼’ 수준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


전범 귀신들을 모아놓은 신사에 가서 절을 한다든지, 위안부 할머니들을 욕되게 한다든지, 독도를 자기 땅이라고 우긴다든지, 군사 행동을 할 수 있도록 헌법을 뜯어 고치겠다든지 등등 그 망발은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다.

입이 아프게 비판하고 손가락이 쥐나도록 지적해도 꿈쩍을 않는다. 군국주의 가문에서 자란 사람의 신념 같은 모양인데, 참 가관이다.



그런데 문제의 심각성은 아베 총리의 엇나간 ‘노이즈 마케팅’이 일본 청년들에게 먹힌다는 데 있다. 보통 대중의 수준은 한 나라의 지도자 수준으로 가늠되는데 일본이 딱 그 짝이다. 지도자가 이 꼴이니 일본인 76%가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교과서 지침에 찬성한다고 나서고 있다.

이쯤 되면 일본에 대한 윤리적 분석은 무의미하다. 걸그룹의 노출과는 차원이 다르다. 양심에 호소하는 시점을 넘어섰다는 이야기다. 일본 총리는 계속 ‘벗을 것’이다. 한철 유행처럼 멈출 가능성은 많지 않다.

일본 젊은이들이 늙은 군국주의자에게 ‘혹’하는 현실이 이렇다면 미래의 일본이 어디에 있을 것인지 뻔하다. 일본은 독일이 아니다.



결국 답은 그들이 아닌 우리에게서 찾아야 한다. 자칫 방심하다 보면 서서히 비극을 맞이하게 되는 역사를 우리는 숱하게 봤다. 도발하면 제때 응징할 수 있을 만큼의 국력을 가져야 한다. 중국의 눈치를 보며 미국의 바짓가랑이를 붙잡는 일본만 봐도 알 수 있다.

진정한 평화는 힘의 균형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것이 95주년 삼일절을 맞이하는 마음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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