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교보문고에 입사, 올해로 22년차 북마스터로 일하고 있는 신길례 파트장은 "책과 함께한 지난 시간이 정말 행복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겠다"며 밝게 웃었다. /사진제공=교보문고
손꼽아보니 살아온 시간의 절반 이상을 책과 함께, 또 책을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보냈다. 올해 22년차 '북마스터'(book master)인 신길례 교보문고 파트장(42)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 직업은 저랑 딱 맞는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 사람 한 사람 맺은 인연이 그저 소중하고, 책과 함께 하는 이 공간이 안식처인 신 파트장은 자신의 선택에 무척 만족했고 당당했다. 스무 살의 결정이 지금껏 자신을 행복한 삶으로 이끌었다고 말했다.
원래 꿈은 초등학교나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었단다. 그런데 처음 접한 서점 일에 반해 좀 더 일해보기로 결심, 그리고는 대학진학을 접고 '책 전문가'의 길로 접어들게 됐다.
'사람'을 워낙 좋아한다는 그는 고객들과도 특별한 인연을 쌓았다. 신 파트장이 추천해주는 책을 사겠다며 그가 출근하는 날에 맞춰서 책을 사러오는 손님이 있는가 하면, 때마다 간식을 사들고 오는 손님도 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제가 친절하게 고객을 응대를 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잖아요. 그런데 어떤 분들은 제게 몇 배가 되는 감동을 돌려주시기도 했어요. 인터넷 게시판에 칭찬해주시거나, 저를 기억했다가 일부러 다시 찾아와주시기도 하고요. 사실 어디 가서 친절한 직원을 봐도 마음속으로만 기분 좋게 생각하지 직접 표현하는 건 쉽지 않잖아요. 그런데 제게 다가와 주신 고객들을 만날 때면, 정말 이 일을 잘 선택했구나 싶어요."
신 파트장의 모습은 10년 전 사진 속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밝고 긍정적인 기운이 흐르는 표정은 분명히 오랜 시간 섭취한 '마음의 양식' 덕분일 게다. 입사 초기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던 시절, 수 천 권에 이르는 책의 제목·목록·저자·출판사·가격 그리고 절판됐는지 여부 등을 머릿속에 꿰고 있어야 했다. 그는 "그때 외웠던 책은 절대 잊혀 지지 않는다"며 "완독한 책도 있고 목차만 본 책도 있지만 어쨌든 3000권 이상의 책이 머릿속에 있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그는 18년간 문학부문을 담당했고 요즘은 아동도서 부문을 맡고 있다. 중학생과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로이기도 한 신 파트장은 어린 시절 책읽기 습관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 책의 중요성을 진작부터 알고 자녀들에게 많은 책을 읽어준 편이지만 그래도 더 읽어주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는 눈치였다.
신길례 파트장은 "예전에는 출판사에서 베스트셀러 한 권만 내면 빌딩을 산다고 할 정도로 책이 잘 팔렸는데, 요즘은 책 읽는 사람이 많이 줄어서 안타깝다"며 "독서의 중요성을 반드시 인식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제공=교보문고
북마스터이기 전에 어린 자녀를 둔 부모의 눈빛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는 "요즘 스마트폰 보느라 1년에 책 한 권도 안보는 사람들이 많다는 통계를 봤는데, 우리 아이들은 절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얼마나 좋은 동화책이 많은지 아동도서 코너에 꼭 한 번 와서 보시라"고 당부했다.
22년차 북마스터의 추천도서는 뭐가 있을까. 그는 자신의 책상에 10년 넘게 꽂혀 있는, 보고 또 봐도 좋다는 '사랑의 기술'(작가 에리히 프롬)을 비롯해 어릴 때 읽었지만 언제 다시 봐도 좋은 '어린왕자'(작가 생텍쥐페리), 또 이제 막 읽기 시작한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가'(작가 버트런드 러셀)를 꼽았다.
"예전에는 한 달에 15권도 읽었는데 요즘은 저도 자꾸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게 되더라고요. 아이구 참, 이러면 안 되는데 말이죠. 하하. 그래서 저는 '일주일에 한권 이상 반드시 읽자'는 실천할 수 있는 목표를 세우고 노력 중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