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그 많은 유물, 누가 수집·관리할까

머니투데이 박창욱 기자 2014.01.10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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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문화人]5. 이용석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학예연구관

박물관을 가보면 한 가지 궁금증이 인다. 그 많은 유물들을 도대체 누가 수집하고 정리·관리해 전시하는 걸까. 그 일을 하는 사람이 바로 학예연구사이다. 유물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 뿐 아니라 다양한 전시를 기획할 수 있는 창의성까지 필요한 직업이다. 다양한 학문을 섭렵해야 할 수 있는 일이다.

이용석 학예연구관이용석 학예연구관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이용석(44) 학예연구관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전공인 역시지리학와 문화지리학 뿐 아니라 사회학 역사학 인류학 민속학 등 다양한 분야를 공부했다"며 "이를 통해 우리 삶의 모습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폭넓게 살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또 "학예연구사를 하기 위해서는 문화재와 역사자료에 대한 애정과 안목 뿐 아니라, 인문학적 교양을 바탕으로 이를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능력도 필요하다"고도 했다.

이 학예연구관의 경우는 국립박물관에서 근무하는 '연구직 공무원'이다. 연구직 공무원은 2개의 등급으로 구분된다. 학예연구사(6~7급 상당)에서 승진하면 학예연구관(4~5급 상당)이 된다. 박물관에서 근무하는 학예연구사는 '제한경쟁특별채용'이라는 선발과정을 거친다. 전공분야와 경력 등을 제한해 관련 전공분야와 경력을 갖춘 지원자 중에서만 선발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박물관에서 불교미술분야 전문가가 필요해 채용공고가 나갈때 전공을 미술사, 역사학 등으로 제한하고 석사학위 취득이상으로 한정해 공고하는 것이다.



이 학예연구관은 고려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에서 근무하다 2002년부터 국립민속박물관에서 학예연구사로 일하기 시작했다. 2009년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건립추진단 학예연구사로 자리를 옮겨 상설전시 기획업무를 하다, 지난해 정식 개관을 한 이후부터는 자료의 구입과 기증, 수장고 관련 업무 등을 하고 있다.

이 학예연구관은 "2010년 이후 지난해말 현재까지 5만2456점의 자료를 수집했다"며 "이 가운데 약 30% 가량인 1만4906점을 기증받았다"고 밝혔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이렇게 수집한 자료를 통해 지난해 100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방문하는 성과를 거뒀다.

주요 자료로는 '기미독립선언서', '님의 침묵' 초간본, 최초의 국정교과서인 '바둑이와 철수' 등 희귀자료 뿐 아니라 4.19혁명 당시 여고생의 일기,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경찰관의 일지와 같은 개인기록을 통해 현대사를 조명할 수 있는 자료와 다양한 산업화 역사관련 자료 등이 있다. 그는 "정치적 고려없이 전문가적 관점과 내부 위원회의 합의를 통해서만 자료를 수집·보존·전시할 뿐"이라며 "특별한 정치적 압력도 없다"고 말했다. 정치적 가치를 부여하지 않고 단순히 역사적 관점에서만 현대사 사료를 본다는 설명이다.


이 학예연구관은 특히 단순 구매가 아니라 역사자료 기증 문화의 확산에 관심이 많다. "기증을 통해 국고도 아낄 뿐 아니라 우리 문화의 저변을 단단하게 다질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선 기증자를 예우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합니다. 저희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이미 기증자의 뜻을 기리기 위해 기증특별전을 개최했을 뿐 아니라, 기증자들을 일일이 연락하고 만나서 물건에 얽힌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증자료집에 담아 증정했습니다. 이에 머물지 않고 소중한 자료를 기증해주시는 분께 사진으로 촬영해 증정하는 방안도 고민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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