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와 대화를? '사물인터넷' 뭐기에…

머니투데이 강미선 기자 2013.12.28 09:12
글자크기

[줌마잇(IT)수다)]가전제품부터 의료기기까지…"2020년 사물인터넷 30배 증가"

편집자주 2011년1월 IT부서로 옮기면서 처음 손에 쥔 스마트폰은 신세계를 안겨주었습니다. 모르는 곳을 찾을 때 아무나 붙들고 진땀 빼던 제가, 이제 지도 앱 터치 몇 번에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퇴근길 지하철 의자에 등만 대면 자던 습관도 사라졌습니다. 모바일TV로 드라마 다시보기 재미에 푹 빠졌거든요. 각종 스마트기기와 서비스에 대한 좌충우돌 경험을 담아 2년여간 연재했던 [줌마의 스마트도전기]에 이어 시즌2 [줌마잇(IT)수다]를 매주말 들려드립니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스마트기기에서부터 IT업계의 트렌드까지, 고수들의 영역이라고 생각하기 쉬운 IT이야기를 쉽고 편하게 전하겠습니다.

# 나: 3일 동안 휴가다녀올게.
세탁기: 잘 다녀오세요.
냉장고: 휴가 모드로 바꿔놓을까요?
나: 그래
냉장고: 스마트 에너지 절약 모드가 작동됐습니다.

# 나: 청소 언제했어?
청소기: 아침 10시부터 11시까지 지그재그 모드로 완료했어요.



스마트폰 메신저로 나누는 대화. 휴가 계획도 알려주고 집에 살림도 부탁한다. 가족이나 친구와 나눌 법한 얘기지만, 아니다. 세탁기, 냉장고, 청소기와 메신저로 나눈 대화다.

사물인터넷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 영화 속에서나 봤을 법한 장면들이 현실 속으로 속속 들어오고 있는 것. 이맘때면 내년 IT시장에 대한 전망들이 쏟아지는데 올해는 특히 많은 시장조사기관들이 공통적으로 내년 사물인터넷 시장 급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기기끼리 주고받는다고? '사물인터넷'이 뭐기에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은 사물에 센서를 부착해 실시간 데이터를 인터넷으로 주고받는 기술이나 환경을 뜻한다.

지금까진 인터넷에 연결된 기기들이 정보를 주고받으려면 사람의 인위적 조작이 개입돼야 했지만, 사물인터넷 시대에는 인터넷에 연결된 기기는 사람의 도움 없이도 서로 알아서 정보를 주고받으며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블루투스나 근거리무선통신(NFC), 센서데이터, 네트워크 등의 기술들 덕분이다.


이미 초기단계의 사물인터넷은 일상에서 접하고 있다. 자동차가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지날 때 자동으로 차에 장착된 카드를 인식해 차단기가 올라가는 하이패스, 자동차주인이 차 열쇠를 갖고 있다가 차에 다가서면 문 잠금장치가 풀리고 사이드미러가 펼쳐지는 것도 사물인터넷 시대의 모습이다.

구글의 스마트안경 '구글글래스'나 나이키의 건강관리용 스마트 팔찌 '퓨얼밴드'도 대표적 사례다.

첨단 의료 기기, 공장 자동화 센서와 산업 로봇 애플리케이션, 농작물 수확량 제고용 센서, 자동차 센서와 도로 및 철도 교통, 수자원 공급, 송전 등 사물인터넷 적용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PC, 태블릿, 스마트폰을 제외한 사물인터넷 기기가 2009년 9억대에서 2020년에는 약 30배 증가한 260억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피터 미들턴 가트너 책임연구원은 "IoT는 여타의 연결 기기의 성장을 곧 앞지를 것"이라면서 "2020년이 되면 사용 중인 스마트폰, 태블릿, PC의 대수는 73억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IoT는 260억대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탁기·냉장고와 메신저로 대화

사물인터넷은 '스마트' 서비스를 내걸고 폰과 시계에 이어 가전과 자동차 등 일상의 영역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이전에는 NFC칩을 탑재해 세탁기에 스마트폰을 갖다 대면 동작 상태나 오작동 여부를 확인하고 맞춤 세탁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수동적 음성인식과 명령에만 반응하는 형태가 아니라 세탁기나 냉장고와 채팅하며 제어하고 모니터링하는 시대가 열렸다.
LG전자는 내달 열리는 글로벌 가전 전시회 CES에서 메신저와 스마트 가전을 결합한 ‘홈챗(HomeChat)’ 서비스를 선보인다./사진제공=LG전자LG전자는 내달 열리는 글로벌 가전 전시회 CES에서 메신저와 스마트 가전을 결합한 ‘홈챗(HomeChat)’ 서비스를 선보인다./사진제공=LG전자


LG전자는 다음달 세계 가전박람회 'CES2014'에서 이같은 기능을 담은 '홈챗(HomeChat)' 서비스를 공개한다.

홈챗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가전제품과 일상 언어로 대화할 수 있는 서비스다. 모바일메신저 '라인(LINE)'을 기반으로 가전제품과 대화하는 방식으로 원격 제어 및 모니터링을 할 수 있다. 메신저에 가전제품들을 친구로 등록한 뒤 영어나 한국어로 자연스럽게 대화하면 된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홈챗'을 통해 로봇청소기에 "청소는 언제 했어?"라고 물으면, 청소기가 "아침 10시 지그재그 모드로 청소를 완료했어요"라고 답한다. 리모컨이 없어도 스마트폰으로 모든 동작을 제어할 수 있는 셈이다.

또 사용자가 메신저에 ‘오늘 저녁 메뉴는 뭐가 좋을까’라고 입력하면 스마트오븐이 ‘스테이크는 어떠세요’라고 대답하고, 사용자가 메뉴를 고르면 스마트 오븐이 필요한 재료를 메신저로 알려주는 방식도 가능하다.

세탁기는 외부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해 전용 앱에서 원하는 세탁코스를 고르고 작동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사물인터넷 확산…보안 위협도 증가

사물인터넷을 전격 채용한 최근의 스마트 기기들은 인간과 더 가까워지는 기능으로 진화하고 있지만 해킹의 역기능 우려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전원과 네트워크만 연결돼 있으면 언제든 해커의 공격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물인터넷은 유선인터넷보다 구조적으로 취약한 무선인터넷을 이용하기 때문에 어디서 데이터가 유출되고 해킹이 일어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영화에서처럼 해커가 자동차를 원격 조종하고 스마트TV, 도어락 등을 해킹해 사생활 침해 등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능화된 사물인터넷으로 더 편리하고 효율적인 생활이 가능해졌지만 그만큼 보안위협도 커지고 있다"며 "사물인터넷 시장이 본격화되는 만큼 보안문제에 대한 정책이나 규제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