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장, 아직도 '민들레홀씨'가 초기화면?"

머니투데이 강미선 기자 2013.12.21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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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마잇(IT)수다)]스마트폰 성형시대…'런처' 잡기 후끈

편집자주 2011년1월 IT부서로 옮기면서 처음 손에 쥔 스마트폰은 신세계를 안겨주었습니다. 모르는 곳을 찾을 때 아무나 붙들고 진땀 빼던 제가, 이제 지도 앱 터치 몇 번에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퇴근길 지하철 의자에 등만 대면 자던 습관도 사라졌습니다. 모바일TV로 드라마 다시보기 재미에 푹 빠졌거든요. 각종 스마트기기와 서비스에 대한 좌충우돌 경험을 담아 2년여간 연재했던 [줌마의 스마트도전기]에 이어 시즌2 [줌마잇(IT)수다]를 매주말 들려드립니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스마트기기에서부터 IT업계의 트렌드까지, 고수들의 영역이라고 생각하기 쉬운 IT이야기를 쉽고 편하게 재잘재잘 들려드리겠습니다.

"휴대폰 너무 썰렁한 거 아냐? 누가 요즘 첫 화면에 민들레홀씨를 그대로 쓰고 있어!"

최근 만난 지인이 내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건 낸 말이다. 첫 배경화면은 제조사가 만들 때 깔아둔 '민들레홀씨' 이미지인데다, 누구나 쓰는 '국민 앱' 몇가지 빼고는 기본 탑재 앱이 전부였기 때문. IT기자의 스마트폰이라고 하기에는 면이 안선다는 얘기였다.

반면 지인의 스마트폰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내 스마트폰과 같은 기종인데도 전혀 다른 바탕화면에 수많은 앱들이 본인의 스타일에 따라 개성있게 편집돼 있었던 것.



'런처(Launcher)' 덕분이다. 런처란 스마트폰에 내려받아 초기화면과 아이콘 배열 등을 사용자 취향과 편의에 따라 변경하고 설정할 수 있도록 하는 앱이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고 더이상 기기 성능에 큰 차이가 나지 않으면서 사용자와 스마트폰의 첫 접점인 홈 화면이 모바일 플랫폼 경쟁의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김부장, 아직도 '민들레홀씨'가 초기화면?"


런처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계기는 지난 4월 '페이스북 홈'이 나오면서부터. 페이스북은 스마트폰을 페이스북 사용에 최적화한 상태로 바꿔놓는 페이스북홈을 출시했다. 페이스북앱을 실행하지 않아도 '뉴스 피드' 소식을 폰 첫 화면에서 볼 수 있고, 페이스북 메신저를 손쉽게 이용하는 '챗 헤드' 등의 기능을 갖췄다.

스마트폰 홈화면을 선점하려는 국내 업체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네이버, 다음, 카카오 등은 기존 포털, 모바일시장에서의 핵심기능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런처로 승부를 보고 있다.

카카오는 모바일메신저 '카카오톡'과 SNS '카카오스토리'를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모아보기’와 ‘간편답장’ 기능에 중점을 뒀다. 네이버 자회사 캠프모바일의 '도돌런처'는 아이콘·글꼴·키보드까지 사용자 입맛대로 고를 수 있게 디자인의 다양성에 신경을 썼다.


도돌런처/사진제공=캠프모바일도돌런처/사진제공=캠프모바일
다음 '버즈런처'는 홈스크린 공유플랫폼(홈팩버즈)으로, 다른 사람의 홈스크린을 내 휴대폰에 적용할 수 있다. 해외에서도 입소문을 타면서 해외 다운로드가 전체 다운로드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통신사들도 '런처'에 열을 올리긴 마찬가지. SK텔레콤의 자회사 SK플래닛이 이달 초 출시한 '런처플래닛'은 누적 다운로드 100만 건을 돌파했다. 초기화면을 넘겨 즐겨 찾는 앱들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 카드' 기능을 갖췄다. 쇼핑몰 상품 조회가 가능한 ‘11번가 카드’와 눝 데이터사용 정보조회가 가능한 ‘눝 카드’가 최근 추가됐다. KT의 자회사 KT미디어허브는 지난 5월 좋아하는 스타와 캐릭터로 화면을 꾸밀 수 있도록 한 '스타런처'를 출시했다.

현재 국내시장에서 가장 많은 이용자가 쓰는 런처는 중국 '고런처', 하지만 국내 업체들의 맹공에 고런처 국내 이용자가 빠르게 줄고 있다.
런처플래닛/사진제공=SK플래닛런처플래닛/사진제공=SK플래닛
런처는 단순한 꾸미기 앱으로 볼 수도 있지만 스마트폰이 대중화 되면서 주요 플랫폼으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하루에도 수십번 스마트폰 첫화면을 들여다보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런처를 통해 자사 서비스를 노출시켜 이용자 접근성과 이용빈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PC 웹시대에 홈페이지로 설정되는 게 중요했던 것과 같은 이치다.

다만 애플은 아이폰에 런처 사용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런처는 안드로이드폰에서만 쓸 수 있다. 런처 앱을 이용할 때 주의점도 있다. 런처가 자신의 스마트폰과 호환이 잘 되지 않아 오작동을 일으키면 프로그램이 시스템과 충돌해 데이터를 날려버릴 수 있다. 이 때문에 반드시 공인된 앱마켓에서 정상적 경로로 다운받고, 설치할 때는 안정성에 대한 경고 문구를 확인해야 한다. 런처 사용 이후 스마트폰 속도가 느려졌다는 불평들도 나온다. 무엇보다 화면 꾸미기에 공 들이느라 스마트폰 이용시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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