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고 경상흑자에 가려진 금리인하 이유

머니투데이 박형중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2013.11.26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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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디렉터]

↑박형중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박형중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올해 한국의 경상흑자는 600억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를 기록할 것이 확실시된다. 타 신흥국이 경상적자로 통화가치 하락과 금융시장 불안 등을 경험한데 비해 한국은 경상흑자 지속으로 원화 및 금융시장이 안정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과도한 경상흑자와 이로 인해 야기되는 원화강세 환경이 바람직한지는 의문시된다.

한국이 경상흑자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국내 총투자 감소'와 '수요 부진'의 결과다.



경상흑자가 달러화를 수취하는 능력이 향상된 것이 아닌 달러화 지급요인이 구조적으로 감소한 데 따른 결과라면 경상흑자를 바탕으로 견인되고 있는 원화강세를 긍정적으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 원화강세를 억제하기 위해서 경상흑자 축소를 유도하는 정책도 바람직하다.

투자부족과 국내수요 부진이 경상흑자의 주된 원인이라면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고 소비를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경상흑자를 줄이고 원화강세 압력을 완화시킬 필요가 있다. 금리인하가 현시점에서는 가장 현실적인 정책방안이 될 수 있으리라 판단한다.



선진국의 완화적 통화정책과 이로 인한 '유동성 효과'도 원화강세의 배경 중 하나라는 점 역시 한은의 금리인하가 필요함을 방증한다. 적어도 해외유동성으로 인한 원화강세 현상은 차단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엔화의 약세가 고착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한국 원화가 유독 강세환경에 노출된다면 수출국가인 한국의 경기회복 탄력을 약화시킬 소지가 있다.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과 신흥국 교역간 협력관계가 느슨해지면서 선진국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교역량이 크게 늘지 않고 있는 환경이므로 한국경기 회복세가 더 뚜렷해지는 것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금리동결을 고수하기 보다는 금리인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물가여건도 금리인하에 걸림돌이 되지는 않는다. 내년 소비자물가는 올해보다 상승할 전망이지만 여전히 한은의 물가관리목표 하단에 불과할 전망이다. 오히려 현재는 낮은 물가가 문제라고 할 수 있으며 저물가 상황을 탈피하고, 인플레이션이 적정궤도에 오르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금리를 인하했을 때 예견되는 부작용으로 거론되는 가계부채 확대 문제는 과장된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 가계부채가 1000조원에 육박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는 가계부문이 자산가격 상승을 예상하고 자금을 차입한 결과라기보다 가계의 소득부진 또는 높은 주택가격 등에 기인한 구조적인 문제라고 봐야 한다.

따라서 경제주체의 '주택가격 상승기대'를 적절히 제어한다면 금리인하는 오히려 가계의 이자부담 감소를 통해 소비여력이 확대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한국경기는 회복경로로 들어서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기인식이 금리정책에 반영되고 있다면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한국 경기 선행지수는 동행지수 및 후행지수와 큰 괴리를 보이고 있다. 선행지수의 경기선행성이 크다는 점에 비추어 향후 경기개선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하더라도 동행 및 후행지수와 괴리가 크다는 점은 경기회복 과정이 상당히 느리게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므로 경기회복 지원을 위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향후 한국이 경제위기 상황을 겪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지만 선행지수와 동행 및 후행지수간 갭이 확대됐던 경우 위기상황(외환유동성 위기, 금융위기 등)이 발생했던 사례가 있었고, 지표 상 현재 역시 그 당시와 비슷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원화강세 억제, 선진국 통화정책에 대한 대응, 경기지원 및 소비여력 확대 등을 위해 한국은행 금통위는 현재의 통화정책 기조에서 벗어나 금리인하를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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