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테이퍼링과 일본의 아베노믹스

머니투데이 이영원 HMC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2013.11.22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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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원 HMC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이영원 HMC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정책변수가 다시 시장의 전면에 부각되고 있다. 미국의 테이퍼링과 일본의 아베노믹스.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혼동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테이퍼링 관련 우려는 지난 10월 FOMC회의 의사록이 공개되면서 우려가 높아진 상태고 일본의 통화정책은 일본은행의 금융정책회의를 통해 기존의 자산매입기조가 재확인되면서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5월 22일 버냉키 의장의 출구전략 시사발언 이후 금융시장 최대 리스크 요인으로 부각된 테이퍼링, 자산매입규모 축소 결정은 아직 구체적으로 확인된 바 없다. 다만 지난 10월 의사록을 통해 '수개월 내' 시행 가능성이 언급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여전히 테이퍼링이 조기 실시되기 힘들 것이라는 주장도 존재한다. 옐런 차기 연준의장의 상원 청문회 발언에서 비둘기파적인 정책기조가 확인된 바 있고, 내년 1월까지 진행될 미국 부채한도 협상이 정치권의 대립으로 순탄한 합의에 이르지 못할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FOMC회의에서도 부채한도와 새해 예산안을 둘러싼 미국 정치권의 대립이 양적완화정책의 규모를 그대로 유지하는 주된 근거로 제시된 바 있었다. 이번 의사록을 포함해 수차례 확인된 바처럼 테이퍼링 시기에 대한 결정은 고용지표를 감안해 결정될 것이며, 따라서 11·12월 고용지표 동향이 아주 중요한 핵심지표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으로 판단된다.

테이퍼링에 대한 우려가 높아가는 가운데 금융시장의 반응은 과거와 차별화되는 모습이다. 금융위기 이후 정책변수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안전자산 선호' 여부에 따라 나뉘어진 바 있다.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시기에는 가장 안전한 자산인 미국국채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미국 금리의 하락이 초기 반응으로 나타난 바 있었다.

하지만 3차 양적완화 기간 중에는 안전자산 선호에 따른 의미있는 금리하락은 찾기 어려운 반면, 테이퍼링 등 출구전략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면서 오히려 금리가 반등하고 있다. 테이퍼링 이후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부족으로 금리의 상승이 기대되기 때문일 것이다.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는 보다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미국국채에 대한 수요 감소가 미국 주식시장에 대한 자금이동을 자극하고 있는 점은 분명하나 신흥국 주식시장이나 상품시장 등 여타 위험자산에 대해서는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보인 바 있기 때문이다. 5월 22일 이후 신흥시장의 혼란이 재연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테이퍼링에 대한 우려와 맞물려 일본의 양적완화정책, 아베노믹스가 재확인된 점도 부정적인 이슈다. 미국과의 정책기조에 대한 차이가 부각되는 가운데 엔화의 절하속도가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당 100엔을 넘어서 전고점 돌파가 시도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주식시장은 엔화의 등락에 그대로 연계된 등락을 보이며 아베노믹스에 대한 기대감을 표현하고 있다.

테이퍼링 우려가 점증하게 되면서 미국과 일본의 정책조합은 한국 주식시장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5월 출구전략 우려가 처음 제기되었을 당시 엔화가 강세로 반전됐던 점을 감안하면 최근 움직임은 더욱 부정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의 정책결정 내용에 대한 의구심이 이어지는 동안 추가적인 혼란은 불기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5월 이후 출구전략 논란 과정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한국시장이 여타 신흥국 시장에 비해 외환시장의 혼란에 강한 내성을 보이고 있고 달러 강세기조 속에 원화의 평가절상 압력도 무뎌질 수 있다는 점은 조정폭을 줄여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의 초점이 정책에서 다시 경기로 전환되는 시점까지 보수적인 관점을 유지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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