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악재는 악재가 아닌가?

머니투데이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2013.09.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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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증시격언에 '예고된 악재는 악재가 아니다'란 말이 있다.

9월 들어 국내 증시는 물론 글로벌 증시가 마치 이러한 증시 격언을 뒷받침하듯 상승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증시가 9월중 상승랠리를 이어갈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판단이다. 즉 예고된 악재라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우선 8월 아시아 이머징 금융시장을 큰 혼란에 몰아넣었던 미국 연방준비제도위원회의 유동성 축소 우려감은 9월 FOMC회의를 전후로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제조업지수(ISM 제조업 지수) 호조와 더불어 미국 소비의 중요 가늠자 역할을 하는 자동차 판매가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보여주었다. 특히 미국 경기회복을 주도하는 자동차 판매의 경우 8월 자동차 판매 대수 1600만대(연율기준)를 상회하는 호황을 보여주었다는 점은 미 연준으로 하여금 경기회복에 대한 신뢰감을 높여 줄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반영하듯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2.896%로 연중 최고치를 재경신했다. 아무래도 양적완화 축소, 소위 테이퍼링(Tapering) 시그널이 9월 FOMC회의에서 가시화될 수 있음을 반영한다고 하겠다.



미 연준의 유동성 정책기조의 변화는 분명히 예고된 악재로 금융시장에 선방영됐다고 할 수 있지만 높아진 미국 금리 수준과 이에 따른 추가 달러화 강세 압력 등은 미국 금융시장보다는 이머징 금융시장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높다. 인도와 인도네시아 환율이 여전히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음을 감안할 때 현실화되고 있는 테이퍼링 리스크는 다시 한 번 이머징 금융시장의 불안을 확산시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시리아발 지정학적 리스크 역시 9월중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높일 수 있는 예고된 악재다. 미국 의회의 승인절차를 거치고 있지만 미국의 대시리아 공습은 9월중 개시될 전망이다. 일부에서 과거 전례를 감안할 때 시리아 공습 이후 유가가 오히려 하락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시리아 사태가 어떤 길로 흘러갈지는 속단하기 힘들며 이는 유가의 불안감으로 작용할 공산이 높다.

이미 국내 원유단가 기준이 되고 있는 두바이산 원유가격은 110달러/배럴을 상회하고 있어 현 수준의 유가 수준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경기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이머징 아시아국가 역시 대부분 원유를 수입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유가 현상은 테이퍼링 리스크와 더불어 이들 금융시장의 불안을 확산시킬 수 있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밖에 미국 부채한도 협상, 2014년 예산안 협상 등의 이벤트도 9월중 대기해 있는 상황이고 국내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국 경제 리스크도 이벤트로 대기 중이다.

특히 중국의 경우 다행스럽게 경착륙 리스크는 완화되고 있지만 9월 말 그림자 금융의 주요 리스크 중 하나인 자산관리상품(WMP)의 만기가 9월중 집중돼있어 6월과 같은 자금경색 리스크가 재연될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예고된 악재는 악재가 아니라'는 증시 격언이 현재까지 맞고 있지만 국내 증시를 포함 글로벌 증시가 넘어야 할 장애물이 산적하다는 측면에서 경계감을 늦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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