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격벽(隔壁)' 너머 '자경단(自警團)의 진격'

머니투데이 오현석 삼성증권 채권분석팀장 2013.09.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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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디렉터]

↑오현석 삼성증권 채권분석팀장↑오현석 삼성증권 채권분석팀장


필자는 최근 세미나 중 환율 전망 부문에 있어서 달러 및 원화 가치 상승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상충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서로 다른 요인이 각각 야기하는 별개의 현상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진단이다.

물론 언제나 국내 경기를 미국과 불가분의 관계에서 파악하려는 인식에 기반하면 이해가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외환시장의 움직임을 보면 달러인덱스의 상승을 대체로 전망하고 있으면서도, 원/달러 환율이 1100원을 하향 돌파하는 등 안정적인 강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미국 이외의 기타지역 변수 역시 간과할 수 없을 만큼 국내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졌다는 점을 시사한다. 즉 미국과의 직접적인 관련성만을 중시하는 이원적 관점을 다원적 관점으로 전환해야 할 필요성이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채권시장은 '9월의 격벽' 너머를 보기 시작했다. 8월 중 미국 채권시장은 금리 상승 압력이 높았다. 연준 테이퍼링(Tapering)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서머스가 차기 연준 의장이 될 것이라는 인식의 변화가 일부 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8월 마지막 주의 채권금리 움직임은 큰 의미가 있다. 9월 양적완화 축소를 기정사실화한 상태에서의 금리 형성이 나타날 것이라는 점에서 9월 테이퍼링이 전격적으로 실시됐을 경우 이후의 시장 흐름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단서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시리아 공습 가능성이라는 돌발 요인도 있었지만 미국 2분기 GDP 수정치나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 등 주요 지표 결과는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를 지지하는 결과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채 금리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채권시장도 마찬가지 상황인데 8월 중 연중 고점을 형성한 장기물 금리는 추가적으로 상승하기보다는 대기 매수세가 유입되며 일반적인 시장의 우려와는 달리 금리가 하락반전했다. 물론 순매수 규모가 크지 않았다는 점에서 과도하게 긍정적으로 진단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시장 내 심리는 전환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막연한 미국채 금리 상승 우려, 국채 및 미국채의 동조화 등 시장의 심리를 짓누르던 현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미국채 금리의 상승에도 한계가 있고 동조화를 위한 여건 또한 상당한 제약이 존재하는 가운데 상황의 변화를 빠르게 감지하고 Contrarian View에 입각한 새로운 포지션이 형성되고 있다는 의미인데 국내 채권 시장의 흐름, 투자자의 여건 등을 감안하면 '자경단(自警團)의 출현'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

반면 9월의 격벽(隔壁)은 두텁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 일본, 시리아, 신흥국 외환위기 우려까지 유례없이 다양한 글로벌 불확실성이 겹겹이 버티고 있다.

따라서 상당 부분 시장에 반영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에 대한 부담보다는 미국 정부의 부채 협상, 독일 총선 이후의 정책적 대응, 시리아 내전에 따른 유가 급등 및 여전히 지속되는 신흥국 우려 등에 보다 집중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대내적으로도 점차 부각되고 있는 보험사의 RBC 이슈, 9월 장기 국채 발행 규모 유지 결정 및 정부의 세수 부족과 관리재정수지 적자 확대 등에 따라 하반기 중반 이후 경기 부양 강도의 약화가 우려된다는 점 등은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한다.

따라서 국채 금리의 경우 만기 3년은 6월, 만기 10년 이상 장기물은 8월이 연중 고점이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역시 하반기 중 정부 주도가 아니라 민간 주도의 경기 회복이 진행돼야 할 것이나 기대치를 상회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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