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귀환 : 금리, 수요 그리고 펀더멘털

머니투데이 박성현 한화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2013.09.0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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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디렉터]

↑박성현 한화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박성현 한화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상반기 한국 시장의 최대 화두는 디커플링이었다. 우리는 오랜만에 뉴욕증시의 상승과 연동하지 못하는 코스피의 모습을 보았고, 섬나라들과 프론티어 마켓의 약진을 그저 부러운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수개월이 지난 지금 이제는 한국 증시의 차별적 상승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핵심국가인 미국의 증시가 부진에 빠지고, 아세안 국가들의 금융시장이 심상치 않은 가운데에서도 코스피는 꿋꿋이 제 갈 길을 가고 있다. 무엇이 상황을 바꿔 놓았을까?



필자는 대략 세 가지 팩터의 변화를 들고 있다.

첫째는 금리다. 금리 하락기에는 상대적으로 고금리를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국가와 상품에 돈이 몰린다. 그러나 금리가 상승하게 되면 시장의 관심은 일드(yield)에서 수익성(ROE)으로 옮겨 가게 된다.



둘째는 글로벌 수요다. 글로벌 총수요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내수가 강한 나라가 유리하다. 그러나 총수요 확대가 예상되는 시점에서는 수출이 강한 나라가 각광받고, 설비과잉에 의한 할인폭이 축소되게 된다.

셋째는 펀더멘털에 대한 판단이다. '윤전기' 발언으로 대표되는 정책이 난무하던 시절에는 모멘텀이 왕이다. 인도와 인도네시아의 몰락을 보게 된 지금에는 펀더멘털과 가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은 이러한 변화에 유리한 구조를 가진 국가다. 금리 상승과 글로벌 수요 확대에 유리한 IT, 경기소비재, 금융주의 비중이 매우 높다. 사실 최근 이어지고 있는 외국인의 매수는 한국이라는 나라 자체를 산다기보다 상기 섹터로 포트폴리오를 리밸런싱하는 과정에서의 선택이라는 판단이다.


한국증시에 유리한 구도를 이끌어 낸 원천이 바로 미국의 정책변화요 테이퍼링(Tapering)이니 한국 시장만큼은 9월 FOMC 이슈도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테이퍼링이 계획대로 이루어지고 금리 상승과 경기회복에 대한 믿음이 강화될수록 한국 증시의 차별적인 상승이 유지되는 구도다.

9월의 변동성 이슈가 산적해 있는 시기다. 만약 금리변동성 확대와 외부적 요인에 의한 일시적 하락이 나온다면 원하는 주식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해도 좋겠다.

문제는 현 구도의 지속 여부다. 과연 금리는 안정적인 상승을 지속할 수 있으며, 글로벌 총수요는 확장일로로 가게 될까? 한국이 가격과 펀더멘털의 간극에서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하지만 이러한 간극을 메운 다음은 무엇으로 어필할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한국 주식에 대한 매수는 중기적 관점에서만 이뤄져야 한다는 판단이다. 수익성(ROE)에 비해 낮은 평가(PBR)를 받았던 한국의 대표 IT 및 경기소비재 주식들이 어느 정도 제 값을 받게 되는 수준까지의 베팅이다.

연방준비제도위원회가 계획대로 양적완화를 중단하고 경기 회복이 이와 무관하게 착착 진행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경기회복이라는 탑이 이만큼 올라설 수 있었던 원천 자체가 양적완화에 있기 때문이다. 유로존은 여전히 디레버리징이 필요한 곳이며, 중국은 오랜 기간 구조조정을 해 나가야 한다. 글로벌 총수요의 강하고 지속적인 확장을 기대하기 힘들다.

증시에는 선(先)반영의 법칙이 있다. 두려움도 기대감도 우리의 생각보다 빨리 반영된다. 오랜만에 찾아온 한국증시의 차별적 강세를 즐기되 여기에 드러누워서는 안 된다. 미국의 소비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고 결과물이 확인되는 연말 정도면 족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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