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푸드-슬로투자..대박 아닌 중박시대 열렸다

머니투데이 이해대 신영증권 강남지역본부장 2013.09.0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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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디렉터]

↑이해대 신영증권 강남지역본부장↑이해대 신영증권 강남지역본부장


슬로푸드(Slow-food)는 1980년대 중반 로마 스페인광장에 유명 햄버거 체인이 들어서며 이에 대한 반대로 생겨난 개념이다. 획일적인 맛의 표준화에 반기를 든 슬로우푸드는 재료의 준비부터 조리, 음식을 먹는 방법까지 음식 고유의 맛을 추구한다. 그렇기 때문에 슬로우푸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음식을 만드는 경험이 중요하다.

최근 1~2년 사이 금융투자시장에도 이와 비슷한 슬로 바람이 불고 있다. 단기 수익률보다 중장기 수익률을, 리스크 대비 고수익보다 지속적인 중수익을 원하는 고객이 늘었다.



'중위험 중수익'으로 표현되는 고객들의 변화된 투자성향은 '슬로투자'라 부를 만한데 일정수준이상의 자산을 가진 투자자일수록, 은퇴를 앞두거나 은퇴준비를 목적으로 하는 투자자일수록 이런 선호현상은 뚜렷하다. 영업현장에서 이십년 넘게 몸담아 오며 많은 고객을 만났지만, 과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러한 변화에는 몇 가지 배경이 있다. 가장 먼저 정체된 주식시장으로 인한 중수익 선호현상을 들 수 있다. 시계바늘을 과거로 돌려 2000년대 초로 가보자. 1990년대 말부터 2000년 초반 전세계는 IT광풍과 곧이어 IT버블 붕괴를 경험했다.



2천년 중반에는 중국시장의 급성장과 리먼사태를 겪으며 또 한 번 롤러코스터 증시를 경험했다. 2010년 차화정(자동차, 화학, 정유)으로 대표되는 랩어카운트 돌풍은 시장의 반전을 꾀하는 듯 했지만, 유럽발 금융위기로 투자자들에게 시련을 주었다.

주식시장은 늘 위기와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의 연속이었고 투자자에게는 종종 투자의 기회가 됐다. 하지만 최근 주식시장은 꽤 오랜시간 정체하고 있고 이러한 정체기가 길어지자 투자에 피로를 느낀 투자자들이 안전 선호현상을 보이게 됐다. 소위말해 대박보다는 꾸준한 중박을 추구하게 된 것이다.

또 저금리와 저성장으로 인한 투자환경 변화는 장기투자의 필요성을 부각시켰다. 최근 몇 개월 사이 금리의 등락이 있었지만 여전히 저금리 기조는 계속되고 있고, 저성장 경제는 꽤 오랜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점점 늘어나는 평균수명은 투자자로 하여금 당장의 수익보다 미래의 안정적인 수익에 대한 필요를 더 느끼게 한다. 즉, 오랜 세월 검증을 받은 상품, 변동성이 작은 상품에 대해 관심이 커지는 것이다.

최근 금융투자시장에서 이같은 움직임을 볼 수 있다. 채권혼합형 상품의 경우 최근 1년간 약 5조6490억원이 유입됐다. 총 설정금액인 23조원의 약 23%에 달하는 금액이다.

중위험 중수익을 표방하는 공모형 헤지펀드의 경우 1년 만에 1조원를 넘어섰다. 주식형 상품의 경우 장기 수익률 추이가 뛰어난 펀드들의 경우 크게는 5000억원, 적게는 수십억원 이상의 증가를 보였다. 얼마 전 신영밸류고배당펀드가 배당주 최초로 1조원을 돌파한 것이 그 예이다.

슬로푸드가 사람들의 관심을 끈 데는 엄선된 재료의 선택과 오랜시간 정성이 들어간 조리과정에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것이 건강을 유지하는데 효과를 보였기 때문이다.

자산관리에서도 슬로푸드, 슬로투자의 시각이 필요하다. 우수한 투자대상을 선정하고, 변하지 않은 투자원칙을 실천해온 투자상품을 고르는 일, 건강한 자산관리를 위해 지금 투자자가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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