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어닝쇼크'를 외친 JP모건 보고 있나?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2013.07.05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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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어닝쇼크'를 외친 JP모건 보고 있나?


국내 증권가에서 자주 쓰는 말인 '어닝 서프라이즈(Earning Surprise)'와 '어닝쇼크(Earning Shock)'를 영어권의 애널리스트에게 물어보면 그들은 대체적으로 "어니쇼크가 뭐죠?"라는 반응이다.(최종학 서울대 경영학과 회계학 전공 교수)

'어닝쇼크'라는 말은 '콩글리시'(한국식으로 짜 맞춘 영어)다. 영미권 애널리스트들은 '어닝 서프라이즈'라는 말은 알아듣지만, 어닝쇼크라는 말은 못 알아듣는다는 얘기다.



영미권에서는 기대 이상의 실적 호전이나, 기대이하의 실적악화를 표현할 때 각각 '포지티브(긍정적) 어닝 서프라이즈'와 '네거티브(부정적) 어닝 서프라이즈'라고 쓴다.

'서프라이즈(깜짝 놀람)'라는 감정 자체가 심리적으로 흔들림이 있는 상태를 말하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놀라고, 부정적으로 놀란다는 의미다.



국내 애널리스트들이 이렇게 '없는 용어'까지 만들어가며 자주 '쇼크'를 외치는 이유는 뭘까. 상당 부분은 책임 회피성 충격요법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나는 정확히 예측했는데, 실적이 제대로 안 나왔어!"라며 실적전망의 책임을 해당기업에 돌리면서 자극적으로 '어닝쇼크'라고 외친다.

최근 JP모간이 삼성전자 (78,000원 ▲500 +0.65%)의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목표주가를 210만원에서 190만원으로 내린 적이 있다. 그리고 삼성전자의 실적이 2분기를 정점으로 하락할 것이라며 실망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 같은 리포트가 나간 이후 삼성전자의 주가는 급전직하했고 논란이 일었다.

애널리스트가 '놀라는'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이 전망한 것보다 실적이 지나치게 좋게 나오거나, 지나치게 나쁘게 나와 자신의 관측이 크게 어긋났을 경우 '서프라이즈'를 외친다.


분석이 정확한 애널리스트는 절대 놀라지 않는다. 자신의 분석에 따라 비슷한 수준의 실적이 나오니 쇼크를 받을 일이 없다. 따라서 쇼크라는 용어도 쓰지 않는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분석이 빗나갈 경우 "해당기업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분석에 한계가 있었고, 어려움이 있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일부 억울한 측면이 있을 수 있고 이해하지만, '분석가'라는 전문적인 직종의 이름을 달고 하는 변명으로는 어울리지 않는다.

애널리스트의 역할은 작은 팩트들을 모아 이를 기반으로 자신들만의 툴을 이용해 정확하게 분석·전망해서 자신들의 고객들(증권사 고객)에게 이를 전달하는 직업이다.

기업이 공개적으로 공시하지 않은 정보를 '사적이익'을 추구하는 일반 기업(증권사)에게 정확히 제공해야만 분석이 가능하다면 '분석가'라는 직업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된다.

한국은 미국 등과는 다르게 애널리스트들의 부정확한 전망에 대해 투자자들이 집단소송을 한다든지 하는 경우는 드물다. JP모간이 2009년초에 삼성전자가 그해 적자(7880억원 적자)가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가 11조 5776억원의 흑자를 내도, 이 보고서를 보고 투자한 투자자가 책임을 묻지 않으니 분석이 정확치 않고, 스스로 자주 충격(Shock)을 받고 놀라는(Surpise) 것이다.

앞으로는 한국 애널리스트들이 있지도 않은 '어닝쇼크'라는 말을 써가며 실적 발표 시즌마다 '쇼크' 상태에 빠지지 말고, '시장 기대치 수준의 실적 달성'이라는 다소 무미건조하지만 정확했던 자신의 분석에 대한 멘트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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