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한국기업 유치' 거액 대출도 알선

머니투데이 우시(중국)=서명훈, 강기택 기자 2013.06.25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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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 세계는 일자리 전쟁중, 우리는...] <2부 2-1>

현대기아차 中지원덕 '3강', 2만명 고용효과
SK하이닉스 우시공장도 일자리 1만개 창출


"중국 내 최대 반도체 업체, 중국 D램 시장 점유율 1위(48%), 장쑤(江蘇)성 1위 투자기업, 최첨단 기술 보유…."

SK하이닉스 우시(無錫)시 공장의 성적표다. 4개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우시 공장에만 3700여명이 근무하고 있고 후공정업체인 하이텍(합작회사) 2700여명 등을 포함해 1만개의 일자리도 창출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지금까지 중국에 투자한 금액은 80억달러(약 9조1800억원). 삼성전자가 시안(西安) 반도체 공장에 투자하는 70억달러보다 10억달러나 더 많다.

하지만 SK하이닉스가 처음부터 지금처럼 이른바 ‘잘 나가는’ 회사는 아니었다. 이재우 SK하이닉스 중국법인장(전무)은 “우시시의 지원이 없었다면 지금의 SK하이닉스는 없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사연은 이렇다. SK하이닉스는 2004년 8월, 우시시와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SK하이닉스(당시 하이닉스)는 채권단 관리를 받고 있던 터라 투자자금이 넉넉하지 않았다. 게다가 미국 정부로부터 상계관세까지 부과 받는 등 사면초가 상태였다.

여기에 반도체업체들은 200mm 공정을 300mm 공정으로 전환을 서두르고 있었다. 산술적으로 200mm 공정에 비해 300mm 공정은 생산성이 2.25배 가량 높아지기 때문에 공정 도입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경쟁에서 뒤처지게 되는 상황.

이 때 손을 내민 곳이 바로 우시시였다. 중국내 1호 반도체업체였던 화정공장(현재 SMIC에 합병됨)이 있던 터라 지방정부에서는 중국내 반도체 산업 메카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우시시는 SK하이닉스에 부지 무상 임대는 물론 5년간 법인세 면제, 5년간 법인세 50% 감면을 약속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SK하이닉스의 자금사정을 고려해 국영건설업체가 공장건물을 짓게 하고 월 임대료를 내는 방식으로 입주하도록 했다. 또한 국가개발은행을 설득해 7억5000만달러의 신디케이트론(협조융자)까지 주선해줬다.

80억달러를 투자하고 1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SK하이닉스 우시 공장은 이렇게 탄생했다.

1864만대 vs 153만대. 지난해 중국과 한국의 자동차시장 규모다. 중국이 한국보다 12배가 넘는다. 미국보다도 414만대 더 많아 세계 최대로 부상했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자동차 시장의 3강은 미국의 GM과 독일의 폭스바겐, 그리고 현대자동차다. 현대차가 중국에 진출한 것은 2002년. 폭스바겐보다 무려 17년이나 뒤였다.

현대차의 중국 내 생산 규모는 105만대. 지난대 3공장을 완공한 데 이어 30만대 규모의 4공장 건설을 추가중이다. 4공장이 지어지면 135만대로 늘어난다. 기아자동차도 지난해 장쑤성 옌청(鹽城)시에 3공장을 착공해 중국 내 생산능력을 75만대로 늘릴 예정이다.

현대차가 17년의 시간장벽을 뛰어넘어 3강으로 뛰어오른 것은 바로 '현대속도'라는 말을 유행시킬 정도로 빠른 속도전. 이는 현대차가 미국 체코 인도 등 세계 각지에 공장을 지으면서 쌓은 노하우 덕분이었지만 중국 현지 정부의 적극적 협조가 있어 가능했다.

기아차 제 3공장의 건설이 한창인 옌청시는 기아차의 신규 투자에 대해 150만㎡(45만평)의 공장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했다. 법인세율도 인하했다. 한국에서라면 부지매입이나 인프라 건설 등에 소진했을 시간과 예산을 오로지 공장건립에 투자할 수 있었던 것.

현대차의 베이징공장 역시 마찬가지다. 중국 당국과 지원 패키지를 공개하지 않기로 협정을 맺어 공개하지 않았지만 부지나 세율 등의 인센티브가 포함됐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중국 정부가 거둔 결실도 적지 않다. 현대차 1,2,3공장에는 1만3500여명이, 기아차 1,2공장에는 56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쓰촨(四川)의 현대차 상용공장에도 2600여명이 일하고 있다. 직접적인 고용 외에 협력업체를 통한 채용이나 간접적 일자리까지 합하면 수십만명의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기아차와 협력업체가 내는 세금이 옌청시 경제개발구 세수의 80%를 차지할 만큼 지역경제에서의 비중도 높아졌다.

정부가 투자 환경과 정책, 인센티브를 제시하고 기업은 불필요한 규제 등에 구애받지 않고 품질과 생산성 향상에 힘써 성공신화를 써 가고 있는 곳. SK하이닉스 우시공장과 현대기아차 중국공장은 한국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업투자를 어떻게 유치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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