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억$ 투자한 삼성 시안반도체공장 건설현장 가보니…

머니투데이 시안·쑤저우(중국)=서명훈 기자 2013.06.24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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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 세계는 일자리 전쟁중, 우리는...]<2부 1-2>中 원스톱 서비스’ 기본

70억$ 투자한 삼성 시안반도체공장 건설현장 가보니…


지난 18일 방문한 삼성전자 시안 반도체 공장 공사현장은 39도가 넘는 불볕더위에도 불구하고 활기가 넘쳐났다. 현장에 설치된 타워크레인은 쉴 새 없이 자재를 운반했고, 레미콘 트럭들도 흙먼지를 날리며 공사현장을 분주히 오갔다.

지난해 9월 기공식을 가진 이후 삼성전자 (78,900원 ▲1,500 +1.94%) 시안 반도체 공장이 언론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 우선 삼성전자 시안 반도체 공장은 규모가 상상 이상이다.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의 경우 반도체 라인을 신설할 경우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는 1개 건물만 신축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시안 반도체 공장은 무려 21개 건물이 동시에 지어지고 있었다.



삼성전자 현지법인 관계자는 “한국은 전력과 용수, 가스 공급시설 등 대부분의 인프라가 갖춰져 있기 때문에 팹(생산시설)만 추가하면 되지만 시안은 기숙사와 식당까지 모든 것을 다 건설해야하기 때문에 규모가 크다”고 설명했다.

현재 시안 반도체 공장은 35% 정도 공사가 완료된 상황. 지난해 9월 공사를 시작한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빠른 속도다. 삼성전자는 연내에 반도체 설비 설치까지 모두 마무리하고 내년 초부터 양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이 관계자는 “아직 여러 가지 변수들이 남아 있어 양산시점은 다소 유동적인 상황”이라면서도 “늦어도 내년 상반기 내에는 양산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시안 반도체 공장 ‘좋은 일자리’만 2만개 창출
현재 삼성전자 시안 반도체 공장 건설 현장에는 5000여 명이 근로자들이 땀을 흘리고 있다. 건물 외관 공사가 마무리되고 내부 인테리어 작업과 장비 반입 등이 본격화되면 근로자 수는 총 1만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용직 근로자들 입장에서는 최소 1년3개월 동안 일거리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셈.

이뿐만 아니라 공사장 인근에는 근로자들을 겨냥한 식당들도 많이 생겨났다. 한국에서 온 근로자들을 위한 한식당도 여럿 눈에 띈다.

부수적 고용효과 외에도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약 2만개의 좋은 일자리가 생겨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에 근무하는 인원이 약 1500명, 160개에 달하는 협력업체에서도 상당한 일자리 창출이 기대된다.


삼성전자 현지법인 관계자는 “현재 300여명이 근무하고 있지만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전체 인력은 1500명에 이를 전망”이라며 “약 100명 정도만 한국에서 나온 직원들이고 나머지는 현지 인력으로 채울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협력업체의 고용창출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시안에 동반진출한 업체만 20여 개에 이르고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협력업체는 160개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시안 가오신(高新)산업단지 관계자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유치로 협력업체 등에서 2만명을 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공장 건설 현장에 투입된 인력과 건설자재 생산업체들도 고용을 늘리고 있어 파급효과가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시안 반도체 공장 건설 현장. 전체 21개 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며 공사장 현장에 설치된 타워크레인만 30여개에 달한다./사진=서명훈 기자.삼성전자 시안 반도체 공장 건설 현장. 전체 21개 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며 공사장 현장에 설치된 타워크레인만 30여개에 달한다./사진=서명훈 기자.
삼성전자가 시안에 진출하면서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졌다. 시안에 진출해 있는 한국기업은 물론 중국기업에 근무하는 한국어가 가능한 직원들이 일제히 삼성전자로 이직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 다른 기업들에 비상이 걸린 것.

신재호 삼성전자 현지법인 상무는 “영사관 주재로 현지 기업인 모임에서 현재 다른 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을 뽑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실제로 현재 (삼성전자 법인에서)일하고 있는 직원 중에 이직한 사례는 없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진출로 만들어진 일자리 수준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단적인 예다.

◇ 삼성디스플레이 쑤저우 공장도 5000개 이상 일자리 창출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중국 쑤저우(蘇州)에 30억달러를 투자해 액정표시장치(LCD)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현재 건물 외관 공사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고 이르면 올 3분기부터 생산설비 설치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올 연말에는 시범생산을 시작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디스플레이 쑤저우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일자리 창출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임직원 1500여명 가운데 1400여명은 현지 인력으로 충원될 예정이다.

현지 협력업체 관계자는 “쑤저우 지역에 삼성 계열사만 이미 13개 정도가 들어와 있고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조립 공장을 운영해 왔다”며 “이번 LCD 생산라인 건설로 최소 5000개 이상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 ‘원스톱 서비스’ 기본… 기업이 원하는 대로
삼성전자 시안 현지법인은 가오신개발구 청사에 입주해 있다. 청사 내 1개 층을 모두 삼성전자에 내줬다. 청사 건물에는 건설과 세금, 환경 등 정부 주요 부서가 함께 입주해 있다.

삼성전자 중국 반도체 현지법인은 가오신개발구 청사에 입주해 있다. 청사 입구 양쪽에는 개발구 로고와 삼성전자 로고가 나란히 배치돼 있다./사진=서명훈 기자.삼성전자 중국 반도체 현지법인은 가오신개발구 청사에 입주해 있다. 청사 입구 양쪽에는 개발구 로고와 삼성전자 로고가 나란히 배치돼 있다./사진=서명훈 기자.
삼성전자 현지법인 관계자는 “행정적인 문제가 생기면 개별 부서와 접촉할 필요 없이 한 곳에 모여서 회의를 통해 해결한다”며 “말 그대로 원스톱 행정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상당히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가오신개발구 내에는 5~6명으로 구성된 삼성전자 전담반이 별도로 꾸려져 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그만큼 신속하게 문제를 상의하고 해답을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셈이다.

현지 정부가 얼마나 기업을 우대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는 또 있다. 삼성전자는 당초 개발구에서 제시한 부지 위치가 다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주변 여건을 고려해 볼 때 공장 위치를 약간 이동하는 것이 좋겠다는 내부 결론이 내려졌다.

삼성전자 역시 전체 개발계획이 잡혀 있는 상황에서 부지를 이동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힘들게 말을 꺼냈다. 하지만 결과는 의외였다. 삼성전자 의견을 듣고서는 현장에서 바로 전체 계획을 수정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현장에서 지도를 펴 놓고 원하는 지역을 표시하라고 했다”며 “불과 몇 달 뒤 다시 방문했을 때 우리가 원하는 지역으로 부지가 옮겨져 있었고 도로 계획 역시 모두 변경돼 있었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특혜시비 때문에 말도 꺼내지 못하는 것을, 두말 하지 않고 해결해주는 것. 중국이 첨단 미래산업 육성을 위해 외국인 유치 블랙홀로서 등장하고 있는 것을 설명해주는 단적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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