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조 용산역세권개발, 또다시 격랑 속으로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2013.03.04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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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 막기 위한 이사회 합의 후 반목 심화…CB 발행 마지막 승부수 띄울듯

ⓒ그래픽=강기영.ⓒ그래픽=강기영.


 서울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의 부도를 막기 위해 타협을 시도하는 듯 했던 1대 주주 코레일(한국철도공사)과 2대 주주 롯데관광개발이 이사회 합의 결과를 놓고 이견을 드러내고 있다. 부도를 피하기 위한 해법 마련까지 불과 8일밖에 남지 않아 31조원 규모의 용산역세권개발호(號)는 또다시 격랑 속에 빠졌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코레일과 민간출자회사들은 지난달 28일 열렸던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의 시행사 드림허브 이사회에서 통과된 자본금 5조원 증자 방안을 두고 다시 갈등을 빚고 있다.



 당시 이사회에서는 △코레일의 2조6000억원 추가 출자 △코레일의 랜드마크빌딩 2차 계약금 4161억원 긴급지원 △민간출자회사의 1조4000억원 증자 등 3개 안건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이사회는 코레일 3명, 롯데관광개발 2명, 삼성물산, 푸르덴셜 이사가 각각 1명씩, 총 7명 참석했다.

 이사회 합의 사항은 코레일의 요구를 민간출자회사들이 수용한 결과였다. 그동안 사업성 예측을 놓고 대립각을 세웠던 코레일과 민간출자회사들이 대타협을 통해 사업정상화의 물꼬를 틀 것이란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이 같은 기대는 오래 가지 못했다. 이사회 직후 코레일은 용산국제업무지구의 랜드마크빌딩 계약금 4161억원 지급에 대해 민간출자회사에서 1조4000억원의 증자 자금을 마련하면 지급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코레일 관계자는 "이사회 의결은 원칙을 합의하는 자리이며 앞으로 주주들이 자본금을 얼마씩 출자할지 등을 세부적으로 정한 뒤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처야 한다"며 "이런 절차를 무시하고 이사회 의결만을 토대로 자금을 먼저 지원하는 건 규정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롯데관광개발 관계자는 "부도를 피하려면 당장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사회에서 이런 취지를 공감해 자본금 5조원 증자에 함께 노력하는 대신, 코레일에서 긴급자금 4161억원을 투입하는 방안을 합의한 것"이라며 "하지만 이사회 결정 이후 민간출자회사들이 1조4000억원을 마련하는 조건으로 긴급자금을 지원한다고 입장을 바꿔 결국 부도 위기만 증폭시켰다"고 반박했다.


 이달 5일 열릴 드림허브 이사회는 부도를 앞둔 사실상 마지막 이사회인데다 양측의 감정의 골이 깊어 난상 토론이 예상된다. 용산역세권개발사업은 오는 12일까지 금융이자 59억원을 갚을 돈을 마련하지 못하면 부도를 맞는다.

 현재로선 그 전까지 민간출자회사들이 1조4000억원을 마련해야 긴급자금 4161억원을 받은 수 있는 상황이다. 시간적 여유가 1주일여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자금여력이 부족한 민간출자회사들이 1조원을 웃도는 거액을 마련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도는 사실상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이 때문에 사업 백지화를 막기 위한 마지막 카드가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그동안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3000억원 발행과 우정사업본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금 443억원을 긴급자금으로 활용하려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면서 마지막 카드는 CB(전환사채) 발행으로 귀결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코레일과 민간출자회사 모두 사업 무산시 깊은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들어간 금융비용·세금·설계비·부대비용 등 부도 이후 허공에 날릴 매몰비용만 9737억원으로 추정된다.

 사업이 무산될 경우 귀책사유를 묻는 천문학적 손해배상금이 걸린 소송전도 불가피하다.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에 포함돼 6년간 개발 기대감을 안고 있던 서부이촌동 주민들의 반발과 주변 부동산시장의 급랭 등 사회적 혼란 역시 양측에겐 큰 부담이다.

 부도가 임박한 시점에 CB발행이란 승부수를 띄울 가능성이 높다. 우선 코레일은 드림허브 지분율(25%) 만큼인 625억원 규모의 CB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나머지 1875억원에 대해 민간출자회사들의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 방안은 그동안 추가 투자가 불가능한 민간출자회사들이 적지 않아 현실성이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관광개발과 삼성물산 등 일부 민간출자회사들이라도 CB를 일부 인수하면 코레일도 (CB 투자에) 나설 명분을 얻을 수 있다"며 "이 시나리오가 현재로서는 부도를 막을 유일한 해결 방법"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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