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관광개발, 용산사업 코레일에 양보…속내는?(종합)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2013.02.28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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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도 위기에 몰렸던 용산역세권개발사업이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됐다. 그동안 사업 방식을 놓고 갈등을 빚었던 1대 주주 코레일(한국철도공사)과 민간출자회사를 대표한 2대 주주 롯데관광개발이 부도를 막기 위한 대타협을 시도하고 있어서다.

 롯데관광개발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의 성공과 서부이촌동 주민 피해를 막기 위해 최근 코레일이 사업정상화를 위해 제안한 모든 사항들을 수용하기로 전격 결정했다고 28일 밝혔다. 롯데관광개발은 최근 코레일에서 요구했던 자본금을 현행 1조원에서 5조원을 확충하자는 제안을 받아들이고 이에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롯데관광개발은 이어 용산개발사업의 자산관리위탁회사(AMC)인 용산역세권개발㈜의 지분 45.1%도 코레일에 넘기기로 했다. 이에 따라 코레일은 용산역세권개발㈜의 지분 75%를 확보, 앞으로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게 된다.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은 40만명에게 새로운 일터를 제공하고 82조원의 경제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중요한 사업"이라며 "특히 지난 6년간 개발을 기다려온 서부이촌동 주민들에게 더 이상 피해가 가지 않아야 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코레일은 앞서 지난 26일 용산역세권개발의 자본금을 현재 1조원에서 5조원으로 증액하는 사업협약서 변경안을 제시한 바 있다.

 코레일이 토지매각 미수금 5조3000억원 가운데 2조6000억원을 자본금으로 전환하는 대신 민간출자사가 1조4000억원을 출자할 것을 요구했다. 이는 용산국제업무지구의 랜드마크빌딩 시공비를 자본금에 출자해달라는 것으로, 시공권을 가지고 있는 삼성물산의 참여를 요청한 것이다.

 이에 대해 롯데관광개발은 우선 미납 토지대금 2조6000억원을 출자전환하겠다는 코레일의 제안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이에 필요한 법적·행정적 절차를 진행하는 데 협력키로 했다. 또 코레일이 제안한 1조4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위해 출자사의 참여를 독려하고 신규 투자자를 유치하는데 노력할 방침이다.


 김 회장은 "코레일 제안을 모두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만큼 코레일도 긴급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랜드마크빌딩 2차 계약금 4161억원을 조속히 납부해 용산사업을 정상화시켜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표면적으로는 그동안 사업 방식을 두고 부딪쳤던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이 화해의 제스처를 취한 것으로 보이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우선 용산역세권개발 시행사인 드림허브가 우정사업본부(이하 우본)로부터 받을 손해배상금 443억원을 부도 방지용 긴급자금으로 활용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이번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드림허브는 최근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내 토지 무단 사용에 대해 우정사업본부로부터 443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소송 대상지의 소유권은 드림허브와 이로부터 신탁을 받은 대한토지신탁으로 나눠져 있는데, 우본은 대한토지신탁에 줘야 할 손해배상금인 257억원을 우선 지급했다.

 반면 우본은 드림허브에 대해선 파산 우려가 있는 만큼, 연 20%의 이자를 물더라도 최종 소송 결과를 보고 나머지 배상금 186억원을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대한토지신탁이 우본에게 받은 배상금 257억원을 드림허브로 지급하는데 걸림돌이 많아졌다.

 드림허브 관계자는 "대한토지신탁이 관계자 협의 과정에서 드림허브의 부도 가능성을 우려해 배상금을 지급할 경우 담보 장치를 요구하는 등 상황이 복잡해졌다"며 "당장 다음달 금융이자 59억원을 갚아야 하는데 배상금을 받기까지 물리적으로 시간이 걸려 부도 위기가 더욱 커졌다" 설명했다.

 롯데관광개발은 부도를 막기 위한 비장의 카드로 추진했던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3000억원 발행이 무산되고 손해배상금 활용마저 생각대로 풀리지 않게 된 것이다. 따라서 용산역세권개발사업의 부도란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기 위해 코레일의 요구를 전격 받아들이고 공을 넘기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코레일에서 주장한 자본금 5조원 증액을 골자로 한 사업변경안은 28일 드림허브 이사회에서 논의한다. 드림허브 관계자는 "안건을 의결하는 것은 아니고 토론을 하는 것으로 민간출자회사들의 의견을 구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다만 자본력이 취약한 민간출자회사들이 1조4000억원을 추가 출자할 가능성이 낮아 양측의 '합의안'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롯데관광개발의 수용 여부에 대해 일단 내부에서 입장을 정리 중"이라며 "민간출자회사에서 1조4000억원 조달을 전제로 코레일이 랜드마크 빌딩 계약금 4161억원을 납부하겠다는 건 변함없다"고 밝혔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다음달 12일 갚아야 하는 금융이자 59억원을 상환하려면 그 전에 민간출자회사들이 1조4000억원 출자를 확정해야 긴급 자금을 받을 수 있다"며 "현재로선 현실화될 확률이 매우 낮아 그 전에 다른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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