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용산ABCP 거부…21일 이사회서 논의(상보)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2013.02.18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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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용산역세권개발의 최대주주인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이 사업 부도를 막기 위한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발행의 전제 조건인 '반환확약서' 제출을 거부했다.

 다만 사업의 중요성을 감안해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오는 21일 코레일 이사회 안건으로 올리기로 했다. 이로써 총 사업비 31조원에 달하는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의 운명은 코레일 이사회의 손으로 넘어갔다.



 코레일은 18일 열린 경영전략위원회에서 사업 시행사인 '드림허브'에서 요청한 ABCP 발행을 위한 반환확약 요청 건에 대해 전원 반대했으나 중요 사안인 점을 고려해 21일 이사회 의결을 거치기로 했다고 밝혔다.

 ABCP 발행은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의 토지주인 코레일로부터 사업 시행사 '드림허브'가 돌려받을 토지대금과 기간이자 3073억원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구조다. 이를 위해선 땅주인인 코레일이 토지대금과 이자를 돌려주겠다는 약속인 반환확약서를 써줘야 한다.



 코레일 관계자는 "경영전략위원회에서 코레일의 희생만 강요하는 ABCP 반환확약에 대해 거부했지만 법무법인에서 사업 무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요 결정사안이므로 이사회에서 판단하는 게 옳다는 의견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당초 코레일은 경영전략위원회에서 거부할 경우 이사회 안건 상정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코레일이 통상적인 절차를 뒤집고 이사회 안건으로 올린 건 그동안 ABCP 발행의 불합리함을 주장했던 명분을 훼손하지 않은 채 공을 이사회를 넘기는 현실적 선택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코레일 이사회는 총 13명으로 외부 전문가인 비상임 이사가 8명을 차지하고 의장직까지 맡고 있다. 코레일 이사진 5명이 ABCP 발행 반환확약서 제출을 거부하더라도 외부 전문가의 판단에 따라 통과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만약 코레일 이사회에서도 반환확약서 제출을 거부하면 코레일을 비롯한 민간출자사들의 CB(전환사채) 발행이란 마지막 카드를 추진해야 사업 부도를 면할 수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변호사나 학계 등 외부 출신인 비상임 이사의 판단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코레일과 민간출자사를 중심으로 한 드림허브의 날선 대립이 사업 무산 위기를 앞두고 해빙 분위기를 연출, 극적 타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실제 이날 드림허브는 코레일에서 주장해 온 단계적 개발 방식에 대해 조건부로 수용할 뜻을 밝혔다.

 드림허브는 코레일에게 △용산역세권사업의 단계적 개발 방식에 따른 사업수지 △시설별 분양가 △구역별 착공·분양·준공 시기 △서부이촌동 보상시기 등의 추진계획을 담은 자료를 오는 21일까지 제공해달라는 공개질의서를 보냈다.

 코레일의 단계적 개발 방식의 허점을 압박하려는 의도도 있지만, 수용 가능성을 열어놨다는 점에서 분위기 변화가 감지된다. 드림허브 관계자는 "코레일의 답변을 근거로 오는 22일 열리는 드림허브 이사회에서 단계적 개발 방식의 변경 가능성을 심도 있게 논의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코레일은 드림허브에서 단계적 개발 방식을 수용할 의사를 보인 건 늦은 감이 있지만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드림허브에 대한 불편함 심기도 드러내 협의 과정이 순탄치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예고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단계적 개발을 수용한다면 드림허브가 사업을 심도 있게 재검토하면 될 일"이라며 "이를 코레일에게 개발계획을 요구하는 것은 주객전도이며 사업 시행사로서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행위"라고 질타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레일과 민간출자사 모두 사업 무산시 책임 소재를 묻는 대규모 소송전을 감수해야 한다"며 "따라서 다음달 부도를 면할 정도의 자금 조달 방안을 마련한 뒤 합의 과정을 모색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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