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미국 럭셔리 시장에 승부 걸었다

머니투데이 디트로이트(미국)=안정준 기자 2013.01.15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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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후속 콘셉트카로 '럭셔리 디자인' 방향성 제시

'2013 북미국제오토쇼'의 개막일인 14일(현지시간) 미국 디트로이트 코보센터 현대차 부스.

현대차의 미디어 행사 진행을 맡은 존 크라프칙 미국법인장이 '9%'라고 적힌 뱃지를 회색 수트 상의에 달고 등장했다.

크라프칙 사장뿐만 아니라 오토쇼에 참석한 현대차 관계자들 모두 '9%'가 적힌 뱃지를 부착했다. 자연스레 기자들 사이에서 9%의 의미를 놓고 설왕설래가 오갔다.



궁금해 하는 기자들에게 크라프칙 사장은 뱃지를 가리키며 "9%는 미국 고급차 시장에서 현대차의 점유율"이라고 자랑스레 말했다.

또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 전체 점유율은 5%인데 럭셔리카 시장만 따로 떼 놓고 보면 점유율이 더 높다"며 "기자들이 이를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현대차의 메인 테마는 프리미엄 차량"이라며 "올해 고급차 마케팅에 특히 주력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이번 모터쇼에 제네시스 후속 모델의 콘셉트카인 'HCD-14'를 세계 최초로 공개하며 럭셔리카 시장에 승부수를 던졌다.

단가가 높은 모델의 판매를 늘려 수익성을 올리는 동시에 브랜드 이미지도 올려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의 최대 격전지인 미국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현대차가 럭셔리카 승부수를 던질 제반 여건은 이미 마련된 상태다. 단적으로 수치가 증명해 준다.

지난해 에쿠스와 제네시스, 그랜저 등 현대차 대형차급의 미국 시장 판매량은 3만5683대로 전년 2만3567대 보다 51% 늘어났다.



같은 기간 현대차 전체 판매 증가폭 8.8%를 크게 넘어선다. 이제는 럭셔리카가 미 시장에서 현대차 약진의 원동력이 된 셈이다.
14일(현지시간) 존 크라프칙 현대차 북미법인장이 제네시스 후속 콘셉트카의 디자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14일(현지시간) 존 크라프칙 현대차 북미법인장이 제네시스 후속 콘셉트카의 디자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럭셔리카 승부수의 핵심은 '디자인'이다. 크라프칙 법인장은 HCD-14을 가리키며 "현대차가 앞으로 지향할 프리미엄 차량의 디자인 방향성을 담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대차가 지향하는 럭셔리 가치의 핵심 중 하나가 디자인"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 미국디자인센터의 14번째 콘셉트카인 HCD-14는 후륜 구동 플랫폼을 바탕으로 개발됐다.



루프에서 트렁크까지 매끈하게 이어지는 쿠페형 디자인에 실용성을 겸비한 4도어 패스트백 스타일의 스포츠세단이다.

과감한 대형 전면 그릴과 강렬한 느낌의 헤드램프를 적용해 스포티한 느낌을 한층 키웠다. 정중한 느낌이 강조된 현대차의 기존 대형 세단과 다른 인상이다.

지난 13일 현대차와 기아차의 디자인을 총괄하는 수장으로 임명된 피터 슈라이어 사장이 이날 행사장 전면에 나선 것 역시 디자인을 강조하기 위한 맥락이다.



현대차는 디자인 뿐만 아니라 '성능'에 초점을 맞춘 럭셔리카 마케팅도 본격 추진한다.

크라프칙 법인장은 "현대차 럭셔리 모델은 타 브랜드에 비해 상품·파워트레인 에서 뛰어나며 잔존가치도 높다"며 "제네시스 5.0 R스펙이 포르쉐 파나메라S보다 빠르다는 점과 같이 상품 성능에 기반을 둔 마케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현대차의 럭셔리카 승부수에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등 미국 본토 브랜드도 만만찮은 기세다.



특히 GM의 럭셔리 브랜드 캐딜락의 반격이 거셀 전망이다. 캐딜락의 럭셔리 스포츠 세단 ATS는 이날 '북미 올해의 차'에 선정됐다.

데이브 리언 캐딜락 수석 엔지니어는 캐딜락 ATS가 북미 올해의 차에 뽑힌 뒤 "우리가 돌아왔다"(We are back)며 "이를 기점으로 캐딜락 판매도 늘 것"이라고 말했다.

포드 역시 럭셔리 브랜드 링컨의 소형 크로스오버 콘셉트카 MKC를 오토쇼에 세계 최초로 공개하며 뒷짐 쥐고 있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짐 파레이 링컨 부사장은 "MKC를 통해 미국 럭셔리카 시장에서 장기적인 지배력을 확보할 것"이라며 "럭셔리 시장은 우리의 또 다른 기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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