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만 는다" 월급 250만원 중산층 A씨, 결국 …

머니위크 배현정 기자 2012.09.11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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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커버]흔들리는 중산층/ 붕괴되는 중산층 현주소

'문제는 중산층이야, 바보야(It’s the middle class, stupid!)'.

무명의 빌 클린턴을 대통령에 당선시킨 탁월한 선거 전략가 제임스 카빌. 그는 이번 대통령 선거의 핵심 화두는 "붕괴된 중산층을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불량 경제' 충격으로 중산층의 존재감이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우리 사회가 양극화되면서 소득 분배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며 "(정치적 민주화뿐 아니라) 경제적 민주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그 많던 중산층은 어디로 갔을까?



학원 영어강사인 김모(42)씨는 1억원이 넘는 빚으로 고통 받고 있다. 영어 학원 개업을 위해 사업자금을 대출 받았던 것이 '빚 폭탄'의 뇌관이 됐다. 경기침체에 수강생 모집이 어려워 폐업 하면서 빚이 불어났던 것. 다시 영어강사로 취업해 재기를 꿈꿨지만, 월 300만원 정도의 소득으로는 빚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결국 금융채무불이행자(구 신용불량자)가 됐다.

사무직 직원인 황모(36)씨는 갑작스런 남편의 실직으로 빚의 수렁에 빠졌다. 부족한 생계비를 메우기 위해 카드 등으로 소액 빚을 내다보니 어느새 대출 원금만 2000만원이 넘는다. 250만원 정도의 현재 소득으로는 빚을 줄여가기는커녕 계속 빚이 늘어날 상황. 황씨는 은행 1곳, 카드사 2곳에 빚을 진 채 신용회복위원회를 찾아 채무조정을 신청했다.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중산층에서 밀려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저소득층은 물론 안정적인 소득이 있는 중산층까지 빚에 '백기'를 드는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다.


신용회복위원회(이하 신복위)에 따르면, 프리워크아웃(사전 채무조정) 신청자 중에 월소득 150만원 이상인 사람의 비중은 2010년 31.1%에서 2011년 32.6%, 올해 상반기에는 33.5%로 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특히 300만원 초과하는 사람들의 프리워크 신청자 비율이 2010년 2.9%에서 올해 1분기에는 3.5%, 2분기에는 4%로 늘어나는 등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웬만한 소득이 있던 중산층까지 빚의 무게를 감당 못해 추락하면서 우리나라 가계부채 문제는 한층 악화일로다. 권기영 신복위 조사역은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실직이나 임금체불 등으로 생계비 대출을 받았다가 연체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 '자신감'도 무너진 중산층

중산층의 '타격'은 비난 경제적 문제뿐 아니다. 경기 침체와 양극화에 눌려 중산층의 자신감도 날로 약화되고 있다.

지난해 통계청이 집계한 가처분소득 기준 중산층 비중은 전체 가구의 64%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설문조사결과에 따르면,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인식하는 비율은 46.4%에 그쳤다. 반면 '저소득층'이라는 응답은 전체의 절반(50.1%)을 차지해 실제 통계에 잡힌 저소득층 비율(15.2%)보다 3배 이상 높았다.

특히 응답자 10명 중 2명은 "자신의 계층이 전보다 하락했다"고 답했다. 이처럼 계층이 하락한 이유로는 불안정한 일자리(20대), 부채증가(30대), 과도한 자녀교육비(40대), 소득 감소(50대) 등 우리 경제가 풀어야 할 과제들이 연령별로 다양하게 지적됐다.



김동열 수석연구위원은 "중산층을 튼튼하게 하기 위해서는 세대별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며 "20대 물가안정과 일자리 창출, 30대 주거안정과 가계부채 연착륙, 40대 사교육부담 완화, 50대 이상 정년 연장과 노년일자리 창출정책이 마련돼야한다"고 조언했다.

일각에서는 중산층을 위한 자산관리 강화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류창원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중산층은 VIP에 집중하는 금융회사와 취약계층 지원에 주력하는 금융당국 등에서 모두 소외되는 경향이 있다"며 "금융당국은 중산층의 탈락 예방을 위해 금융회사와 연계해 우수한 상품을 추천하거나 세제 혜택, 금융교육 등의 지원책을 다양하게 모색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 중산층이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소득이 중위소득(전체 가구를 소득 순으로 나열했을 때 가운데 소득)의 50~150%를 중산층으로 분류한다. 이에 따르면 50%미만은 빈곤층, 150% 이상은 상류층이다. 매년 소득수준에 따라 중산층을 판단하는 기준은 조금씩 바뀌게 된다. 2011년 통계청에 따르면 가계소득 월 평균은 384만2000원.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산층의 소득은 대략 200만원~500만원 사이다.



이외에도 전체가구를 소득수준에 따라 20%씩 균등하게 5등분하였을 때 중간인 2,3,4등분에 속하는 가구를 중산층으로 정의하기도 한다.

과도한 빚, 신용추락 없이 장기상환 원한다면 '프리워크아웃'

신용회복위원회는 2013년 종료예정이던 프리워크아웃제도를 8월 말부터 상시화하기로 결정했다.

프리워크 아웃제도는 일시적으로 상환불능에 처한 개인 채무자를 지원해 금융채무불이행자로 전락하는 것을 방지하는 제도. 30일 초과 90일 미만의 연체자가 금채무불이행자로 전락하기 전에 상환기간을 연장해주고 이자부담을 덜어준다. 연체이자는 탕감해주고, 금융회사의 약정이자는 최대 50%까지 깎아준다.



황재호 신복위 경영지원본부 팀장은 "채무의 변제의지가 있다면 상환 능력을 고려해 재조정 받을 수 있도록 최대한 수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은행권의 자체 프리워크아웃도 확대되고 있다. 국민은행의 ‘신용대출 장기분할상환 전환제도’는 가입 시 연 13.0% 금리를 적용했다가 정상 상환이 이뤄지면 3개월마다 0.2%포인트씩 금리를 깎아준다. 최저 연 5.2%까지 감면해주고 조기상환 시 수수료는 받지 않는다.

우리은행 역시 은행 자체기준을 신설해 단기연체자 등에게 최초 14% 금리(최장 10년 분할)를 적용해주고 꾸준히 상환 시 최저 7.0%까지 이자부담을 낮춰준다. 하나은행도 3개월 미만 연체 고객 등을 대상으로 최저 5%대 금리의 프리워크아웃 상품을 이달 중 도입할 예정이다.



부채관리 한 전문가는 "주거래 금융기관 1곳의 빚이 있다면 해당 회사의 프리워크아웃을 알아보고, 금융기관 2곳 이상의 다중채무를 갖고 있다면 신복위의 프리워크아웃 신청을 검토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4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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