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CD대출 324조, 담합땐 '대규모 집단소송'

머니투데이 오상헌 박종진 기자 2012.07.19 17:48
글자크기

(종합)담합 자진신고설에 은행·증권 "사실무근"...권혁세 금감원장 "단정해선 안돼"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의혹을 둘러싼 파장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전면 조사 착수가 한 금융회사의 '자진신고'에 따른 것이란 얘기가 나오면서다.

은행과 증권 등 금융업계는 공정위 신고 사실은 물론 담합도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라 이번 사건이 '한국판 리보조작 사건'으로 비화돼 금융소비자들의 대규모 집단소송 사태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은행·증권 "자진신고도 담합도 안했다" 항변= 은행업계는 19일 공정위가 시중은행 자금부장 간담회에서 CD금리 담합 논의가 오간 것으로 보고 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며 적극 해명했다.

전국은행연합회는 "자금부장 간담회는 19개 은행과 연합회 자금업무 담당 부장 등이 참석해 매월 정례적으로 개최되는 회의"라며 "은행회관 뱅커스 클럽의 개방된 홀에서 오찬을 겸해 이뤄지고 관례적으로 한국은행 국장급도 참석한다"고 밝혔다.



연합회는 특히 "회의에선 정부시책이나 자금 관련 법안 재개정 현황 등의 설명이 오가고 공동 논의가 이뤄진다"며 "이는 공정위의 '사업자단체활동지침'에 부합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간담회의 성격이나 형식, 참석자 면면으로 볼 때 금리를 왜곡하려는 밀약이나 담합이 이뤄질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리니언시(자진신고 감면제도)를 활용해 금리 담합을 공정위에 신고한 것으로 지목된 증권업계도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해당 증권사들은 이구동성으로 "자진신고를 하지 않았고 담합한 사실도 없다"고 반발했다.

◇권혁세 "단정해선 안돼", CD 대체금리 논의착수= 금융당국도 신중한 입장이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담합 조사는 공정위의 전속 권한"이라면서도 "단정적으로 접근해선 안 되고 결론도 나기 전에 금융회사를 파렴치범으로 몰아가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은행의 담합 가능성에 대해 권 원장은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다"면서도 "자금조달 부서가 CD 발행을 담당하는데 굳이 금리를 높여 조달 비용을 비싸게 할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권 원장은 금융회사 자진신고 여부에 대해서도 "우리가 파악하기엔 은행과 증권사 모두 (리니언시가) 없다고 했다"고 강조했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 한국은행 등은 이날 CD 대체금리 개발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이날 오후 열린 단기 지표금리 제도개선 합동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관계기관들은 △CD금리 대체 단기지표금리 개발 △CD 발행 유통 활성화 △CD금리 산정방식의 투명성과 대표성 제고 방안 등을 주요 논의 과제로 선정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CD금리 문제점 등을 집중 논의했고 CD금리를 포함한 단기지표금리 체계를 효율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은행 CD대출 324조, 담합땐 대규모 '집단소송'= 일각에선 이번 사건이 영국 리보금리 조작사태에 버금가는 파장을 낳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공정위가 전방위 조사에 착수한 만큼 담합의 개연성이라도 드러날 경우 금융소비자들의 집단소송이 이어질 수 있어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현재 은행권 총 원화대출 1080조원 가운데 CD금리 연동 대출은 324조원이다.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로 2009년 말 49.6%에서 2년 남짓 만에 20%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1/3 가량의 대출이 CD와 연동돼 있는 셈이다. 은행들이 CD금리를 10bp(0.10%포인트)만 높게 유지했어도 연간 3240억 원의 대출고객 피해와 은행 이익이 발생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소비자단체인 금융소비자연맹은 "CD금리 담합이 사실이면 피해 소비자에게 금융회사가 직접 배상하게 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피해소비자들이 힘을 모아 집단적으로 '부당이득반환' 공동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이날 91일물 CD금리는 전날보다 1bp(0.01%포인트) 하락한 3.22%로 고시됐다. 공정위가 금리담합 조사에 나선 17일 이후 3일 연속 1bp씩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