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 통한 CD금리 조작, 가능은 할까

머니투데이 김동하 기자 2012.07.19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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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거래 줄며 18년 대표성 '추락'…증권사 '담합주도' 개연성 떨어져

공정거래위원회의 CD(양도성예금증서) 금리 담합 혐의 조사로 금융권 전체가 시끄럽다. 한 금융회사가 조사 중 '혐의를 자백했다'는 소문은 혼란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조사를 받은 증권사들은 '담합이 가능하더라도 얻을 게 없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인다. 그렇다면 CD금리 담합을 통한 조작이 가능은 한 걸까.



◇CD금리 18년째 같은 방식…최근 대표성 떨어져

CD금리는 금융투자협회가 반기별로 거래량이 많은 10개 증권사를 선정, 이들이 제시한 3개월물 CD금리를 토대로 결정된다. 10개 증권사 중 최고가와 최저가를 제외한 8개 증권사의 금리를 평균해 산출한다. 50개에 달하는 기준 채권금리 중 유일하게 CD금리만 금투협이 고시한 금리를 활용한다.



금투협은 지난 94년부터 18년째 이 방식으로 CD기준금리를 결정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수개월간 CD금리가 제자리에 머무르면서 CD금리 결정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CD금리는 지난 4월 9일부터 7월 11일까지 연 3.54%로 똑같았지만, 같은 기간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3.50%에서 3.19%로 0.31%포인트 떨어졌기 때문이다.

은행권 전체 대출 1080조원 중 30%인 324조원이 CD금리에 연동된 변동금리 대출. 은행들이 CD금리를 왜곡해 10bp(0.10%포인트)만 높게 유지했어도 연간 3240억 원의 대출고객 피해와 은행 이익이 발생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공정위의 조사 초점도 이처럼 CD금리가 의도적으로 높게 형성되지 않았는지에 달려 있다.


그러나 금융권은 CD의 발행과 유통 등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이뤄진 현상일 뿐 의도적인 조작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당국이 2010년 예대율 기준에서 CD를 빼면서 CD잔고가 100조원에서 27조원으로 급감했고, 그 결과 거래가 급감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한 증권사 채권 담당자는 "CD 거래가 없어지면서 기존의 금리가 유지됐을 뿐"이라며 "거래도 없는 걸 시중금리에 맞춰 낮출 경우가 오히려 조작"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담합에 대한 조사보다는 대표금리 교체를 통한 제도적인 해결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CD 금리의 대표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라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코픽스, 코리보, 3개월물 은행채, 통안채 등을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다.

◇관행은 문제…증권사 '담합 주도'는 개연성 떨어져

CD금리 결정과정에서 관행상의 문제점은 지적된다. 특히 은행들은 CD금리와 연계성이 떨어지는 4개월, 6개월, 1년물 위주로 CD를 발행했다. 이를 두고 CD금리 하락을 피하기 위한 의도라는 비난도 나왔다.

증권사들이 주된 고객인 은행들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소극적으로 호가를 제시한다는 지적도 있다. 과거 6개월물 금리가 3개월물보다 낮게 결정되면 3개월물 금리도 조정해 제시됐지만 언제부터인가 3개월물 거래가 없으면 증권사의 제시금리도 바뀌지 않았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CD를 판매, 유통만 하는 증권사들이 담합을 '주도'했을 것이라는 의혹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은행들은 대출 금리를 CD금리에 의존하긴 하지만 CD금리±알파의 형태로 금리를 가감할 수 있다. 결국 증권사들이 담합해 금리를 조작해도 적용은 은행의 몫이고, 거래가 늘지 않는 한 증권사들이 얻을 수 있는 수익도 없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CD금리를 높게 제시하더라도 은행들은 CD금리에서 얼마든지 추가로 높이거나 낮출 수 있다"며 "증권사들이 담합해 CD금리를 조작했다고 가정하더라도 선택은 은행들의 몫"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금융투자협회의 CD금리가 기준지표로 쓰이는 건 금융투자업계의 요구가 아닌 은행업계의 선택"이라며 "결국 공정위 조사의 핵심도 증권업계가 아닌 은행권에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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