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시장의 숨어있는 주연 배우, 파워블로거!

머니투데이 김상훈 스타트비지니스 대표컨설턴트 2012.02.21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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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화제의 이슈 콘텐츠 중 하나는 바로 파워블로거였다. 파워블로거가 가진 양날의 검에 대한 문제점이 들어났기 때문이다. 자신의 기준을 확고하게 정해 운영하는 블로거도 있었지만 블로그가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전락해버린 블로거도 존재했다.

외식 시장에서 파워블로거가 생성하는 콘텐츠의 힘은 실로 위대하다. 그만큼 외식산업의 성숙한 모습을 위해서는 그들의 제대로 된 마인드와 책임감이 중요하다.



◇ 전문가조차 낚이는 파워블로거의 낚시
파워블로거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남도의 맛’하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곳이 필자의 고향 여수다, 지난 추석 때 유명한 파워블로거의 쓴 책을 읽게 되었는데 여수의 대표음식 중의 하나인 장어요리집이 소개되었다.

직업상 전국의 웬만한 유명식당을 알고 있는 편이라 생각했는데 고향인 여수 해안가의 그 식당은 필자도 잘 알지 못하는 곳이었다. 아버지에게 XX식당에 장어요리를 먹으러 가자고 했더니 그 집은 손님이 별로 없는 집이라며 왜 가냐고 되물었다.



난 유명한 파워블로거가 소개한 집이라며 아버지와 함께 자신 있게 그곳을 방문했다. 점심시간임에도 손님도 없고 활어 공급에 필수인 수족관도 보이지 않아 불안했지만 일단 1만5000원짜리 장어정식을 주문하고 자리를 잡았다.

음식이 나오자 활장어가 아닌 선어나 냉동장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고 장어탕은 후춧가루와 갖은 양념 국물 맛 그 자체였다. 하뮬며 푸짐한 여수의 밑반찬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아버지의 인상이 찌푸려졌고 나도 점점 화가 치밀기 시작했다.

급기야 음식을 중간쯤 먹다말고 계산을 했다. 업주에게 책을 보여주며 이걸 보고 왔는데 너무 실망이라고 말했더니 ‘저는 그 책에 소개해달라고 하지 않았어요’라는 알쏭달쏭한 말만 되돌아왔다.


밥값을 날렸다는 것보다는 아버지와의 소중한 한 끼 식사의 즐거움을 잃어버렸다는 것과 함께 이런 짝퉁 장어요리집이 마치 여수의 대표 장어집인 것처럼 책에 나오고 그 유명 파워블로거가 운영하는 블로그에 소개되고 있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

나름 20년 동안 창업시장 전문가로 살고 있어도 파워 블로거의 현란한 언어의 수사에 이렇게 보기 좋게 낚이고 마는데 하물며 일반인들은 어떻겠는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 양날의 칼을 지닌 파워블로거
2000년 이후 인터넷 세상이 활짝 열리면서 인터넷은 우리 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았다. 음식점 경영에서도 인터넷을 도외시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인 시대가 되었다. 경영자 입장에서 본다면 인터넷은 음식점 마케팅의 가장 중요한 무기로 부상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홍대, 대학로, 강남, 건대, 가로수길, 삼청동 등 젊은 소비층이 밀집한 서울의 대표상권일수록 온라인 마케팅의 중요도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한 때 외식 경영자들은 홈페이지를 먼저 만들어야 할지 블로그를 먼저 만들어야 할지 고민하기도 했었다.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포털사이트에서 검색 상위에 오를 수 있는 블로그의 중요성을 경영자들도 인식하게 되었다. 자연적으로 파워 블로거들의 영향력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필자의 사례처럼 유명 파워 블로거의 역기능만큼 시장에 긍정적으로 미치는 파워 블로거의 순기능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지금은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지 않지만 파찌아빠라는 파워블로거를 지금도 기억한다.

파찌아빠 블로그는 지금 읽어봐도 주옥같은 콘텐츠의 향연에 저절로 신이 난다. 전국의 구석구석 숨어있는 맛집을 몸소 찾아다니는 모습은 흡사 시장조사 전문가를 방불케 했다. 시장 전문가 입장에서 꼭 한번 만나보고 싶었던 사람이기도 하다.

비싸고 맛있는 집보다는 싸고 맛있는 서민형 맛집을 찾아다녔던 파찌아빠의 모습은 일반 소비자들을 열혈 팬으로 만들기도 했다. 파찌아빠의 인기비결은 숨어있는 서민형 맛집을 최초로 발굴해서 콘텐츠화하는 첨병 역할을 했다는 점이었다.

또한 음식 이야기도 있지만 가족 이야기를 포함한 사람 이야기도 정겹게 표현되었던 재미있는 블로그로 기억하고 있다. 외식 소비자에게는 알짜 정보를 제공하는 길라잡이 역할에 충실했고 외식경영자에게는 좋은 마케팅 효과로 이어질 수 있는 일석이조의 시너지 효과를 유발했었다.

◇ 파워블로거여, 기준과 품위를 지켜라!
한국 외식시장에서 유명 파워블로거들의 활동이 나날이 활발해지고 있는 지금, 필자는 시장전문가 입장에서 파워블로거에게 몇 가지를 당부하고 싶다.

첫째, 음식점을 선정하는 자기 기준이 명확해야 한다. 한 유명 매체에서 ‘유지상의 맛집풍경’으로 유명한 유지상 선생은 얼마 전 사석에서 당시 신문사 윗선에서 특정 음식점을 소개해달라고 외압(?)이 있어도 음식점을 선별하는 자기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원고를 쓰지 않았다고 했다.

이것은 파워블로거의 자세를 명확하게 지적했다고 생각한다. 자기 기준은 음식에 대한 전문성과 식견의 밑바탕 위에서 가장 중요한 소비자 가치에 얼마나 충실한가다.

둘째, 외식시장의 콘텐츠 개발자로서 자기 품위를 유지해야 한다. 글을 쓰고 사진을 촬영해 인터넷에 게재한 후 책에 소개되는 일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만큼 스스로의 자기 품위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엔 블로그 마케팅이 활발해지면서 대형 상권에서는 포털사이트의 상위에 올리는 조건으로 온라인 마케팅 계약을 하기도 한다. 당연지사 이들은 얄팍한 콘텐츠와 시스템을 통해 ‘어느 지역 맛집’으로 검색하면 포털사이트에서 상위에 랭크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수익을 챙기고 있다.

이들은 콘텐츠의 질보다 포털사이트 블로그 상위 랭킹이라는 절대적인 가치에만 충실하려고 한다. 콘텐츠 개발자로서의 품위는 아랑곳없다. 경쟁이 치열한 외식상권 내 인터넷 마케팅을 실행하는 거라면 블로그 한 곳만 상위 랭크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카페, 웹문서, 지식인, 연관 검색어까지 완벽하게 세팅해야만 제대로 온라인 마케팅을 했다고 할 수 있는 시대다. 때문에 이러한 상업적인 블로거들과 차별화를 위해서는 파워블로거 스스로 자기 품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아닌 음식점을,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품을 마케팅이라는 미명 아래 언어의 현란한 수사로 포장하기 시작한다면 이는 콘텐츠가 아닌 외식시장의 또 다른 공해로 전락하고 만다. 자연히 소비자들은 그 음식과 음식점에 돌을 던질 수밖에 없고 파워블로거의 콘텐츠는 철저하게 시장에서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 자부심을 가져 양질의 콘텐츠를 생성하길 바라
셋째, 외식 콘텐츠의 다양성을 주문하고 싶다. 외식 콘텐츠는 단순히 소비자 입장에서 맛있다는 것에 머무르면 안 된다. 맛있는 음식을 내기 위해서는 식재료 이야기가 수반되는 것은 기본이고 그 음식에 대한 역사와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찾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감동적인 맛집에는 감동스러운 사람 이야기가 숨어있기 마련이다. 사장과 직원에 대한 이야기는 늘 흥미로운 콘텐츠다. 음식점 분위기를 좌우하는 시설, 그릇과 집기류, 그 집만의 숨어있는 서비스까지 콘텐츠의 유형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한국 외식문화를 리드하는 콘텐츠 전문가로서 당당한 자부심을 가졌으면 한다. 전업으로 파워블로거 생활을 한다면 파워블로거 활동은 엄연히 자기 인생의 비즈니스 모델일 수밖에 없다.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하더라도 천사표 비즈니스 모델의 품격만 갖춘다면 결코 시장에서 욕먹을 리는 없다.

한국 외식시장에는 숨어있는 보석들이 아직도 많다. 파워블로거는 외식산 안에서 묵묵히 한국 외식시장을 이끌고 있는 견실한 음식점들에게 마케팅 지원군이 되어야 한다.

오직 최고의 음식만을 서비스하겠다는 마음가짐 하나로 열심히 뛰어 경쟁력 넘치는 숨은 음식점에게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파워블로거의 참 역할이지 않을까. 언론에 많이 노출되지 않았지만 감동스런 음식점 업주들에게 든든한 힘이 되어주는 파워블로거들이 많이 출현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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