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권도 없는 'KTX 민영화'에 건설사 러시 왜?

머니투데이 김창익 기자, 이군호 기자, 전병윤 기자 2012.01.12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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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단순 운영권 설명회에 대거 참여
- "돈된다" 포트폴리오 다각화 차원인 듯
- 與비대위 "KTX 경쟁체제 부정적" 변수


시공권도 없는 'KTX 민영화'에 건설사 러시 왜?


정부가 속도를 내고 있는 KTX 운영권 민영화에 관심을 기울이는 기업권 가운데 물류업체들과 함께 건설사들이 부각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민영화 대상은 철도 레일이나 역사 등에 대한 시공과는 무관하게 철도 경영 관련 프로젝트여서다.



12일 오전 국토해양부 주최로 경기 과천 정부청사에서 열린 수서발 KTX 운영권 사업 설명회 자리엔 포스코건설과 롯데건설·두산건설·동부건설·포스코엔지니어링 등의 건설사들이 대거 참여해 관심을 보였다. 대우건설의 경우 서종욱 사장이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동부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할 것을 공식화한 상태다.

이번 사업은 오는 2015년 개통 예정인 KTX 수서~목포, 수서~부산간 노선의 운영권을 민간에 넘기는 것이다. 철도 운영에서 코레일과의 경쟁체제를 만들어 KTX 이용요금을 20% 정도 낮추겠다는 게 정부의 의도다.



특히 민영화는 시공권을 뺀 단순 운영권만을 넘기는 것이어서 건설기업들의 참여에 관심이 모아진다. 통상 철도 건설·운영사업에 건설사들이 참여하는 이유는 운영보다는 시공에 방점에 찍혀 있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했던 한 건설사 관계자는 "그동안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던 민자철도·고속도로의 운영 노하우를 살려 수익원을 만들자는 것"이라며 "장기적인 건설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게의 추가 철도 건설에서 운영으로 옮겨간 것이다.

다른 관계자는 "국내 철도 경영에서 쌓은 경험을 살려 베트남 등 이머징 마켓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대형 발주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도 깔려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건설사들은 민간투자사업으로 철도나 고속도로의 운영을 수행해 왔다. 대우건설의 경우 지난해말 개통한 강남-정자간 신분당선 노선을 운영하는 네오트랜스에 지분투자를 통해 참여하고 있다.

100% 출자한 한국인프라관리회사가 거가대교 운영을 전담하고 있다. 이 회사는 앞으로 민간투자사업으로 진출하는 고속도로 운영사업으로 사업영역을 넓힐 예정이다.

네오트랜스의 최대 출자사인 두산건설은 이날 참여사 중 철도 운영 경험과 관련해선 가장 근접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우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중인 동부건설은 관계사인 동부익스프레스가 물류사업 운영에 대한 노하우를 갖고 있어 이를 적극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포스코엔지니어링의 경우 영종도 자기부상열차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고 철도 운영 시스템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롯데건설도 용인-서울간 고속도로와 서울-춘천간 고속도로 운영에 지분참여하고 있다.

가장 먼저 건설사들이 철도 건설·운영을 수행했던 프로젝트는 인천국제공항철도다. 1단계 김포공항~인천국제공항 구간을 건설사들이 주축이 된 민간기업이 운영을 담당해왔다. 여기에 경전선 철도, 부전~마산 철도, 소사~원시 철도, 소사~대곡 철도 등 BTL(임대형 민자사업)로 추진 중인 철도에도 건설사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검토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업계에선 이번 KTX 운영사업이 또다른 수익모델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KTX가 코레일의 대표적 알짜배기 사업인데다, 정부가 운영권 분할의 첫번째 조건으로 '독자 생존이 가능한 수익노선'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수서행 KTX 노선의 경우 강남은 물론 분당과 용인 수요를 흡수할 수 있어 열차 배차 간격 등의 조건만 맞는다면 수익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민간이 운영할 경우 공기업인 코레일에 비해 인건비 등의 비용 감축에 더 유리할 수 있다"며 "최소승객 보장이나 철도 시설 요금 지급 비율 등 구체적인 사안들이 정해져야 정확히 수익성을 계산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경쟁체제 도입이란 명분 아래 지나치게 운영권 민영화를 서두르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 다른 KTX 사업의 예와 비교했을 때 더 규모가 큰 사업임에도 준비 기간이 상대적으로 너무 짧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이같은 정부의 KTX 민영화 사업에 여론의 우려를 반영,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황영철 대변인은 이날 비대위 전체회의 직후 브리핑을 통해 "KTX 경쟁체제 도입과 관련해 국민적 우려와 반대가 높다"며 "비대위에서는 이러한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 받아 당정협의 통해 정부의 추진방안이 수정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철도 운영권에 민간을 참여시키는 방안은 2004년부터 추진해온 철도구조개혁의 마지막 단계로, 철도사업법을 근거로 추진하는 것"이라며 "당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으면 적극 협의, 설득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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