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계, 돈 많지만 대접받지 못하는 이유

머니투데이 베이징=홍찬선 특파원 2011.11.15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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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선칼럼]국제금융포럼에 ‘국제’는 없고 ‘국내’만 가득

중국의 한계, 돈 많지만 대접받지 못하는 이유


“소기업의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풀뿌리 금융’을 활성화해야 한다”(류커구 중국개발은행 고문).
“중국은 지역과 계층 및 도시-농촌간의 격차를 포함한 5대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궈슈칭 중국 증권감독위원회 위원장).
“금융은 오로지 자신만 돈을 벌려고 하지 말고 비금융 부문의 발전을 위한 금융으로 거듭나는 게 중요하다”(황치판 충칭(重慶)시장).

지난 9일과 10일, 중국의 수도 베이징의 상징인 궈마오산치(國貿三期)빌딩 스마오따지우뎬(世貿大酒店)에서 열린 ‘제8회 베이징 국제금융포럼(International Finance Forum)’에서 제기된 이슈들이다. 이번 포럼의 명칭 ‘국제금융포럼’과 올해 주제 ‘새로운 글로벌 금융 질서; 변화와 영향’과 상당히 동떨어진 중국 내부의 과제들이었다.



이번 포럼은 겉으로는 화려한 ‘국제’판이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국제통화기금) 총재가 참석했다. 지난 7월 취임한 뒤 첫 중국 방문이다. 폴 볼커 전 미국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과 한승수 전 한국 총리(UN의장), 제니 쉬플리 전 뉴질랜드 총리, 리차드 바우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부사무총장 등이 기조연설을 했다. 웬디 돕슨 전 캐나다 재무부 장관, 케네스 댐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 이창용 ADB(아시아개발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등도 토론자로 참여했다.

하지만 내용에선 ‘국제’를 찾기 힘들었고 ‘국내(Domestic)과제가 주된 이슈였다. 라가르드 IMF 총재가 “중국 위안화의 절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고, 한승수 전 총리가 “아시아 통화위기 때 피눈물 나는 구조조정을 요구했던 IMF가 그리스와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에 대해선 유화적으로 대하는 것은 문제”이며 “지구환경 변화에 대응해 지속성장을 위해 장기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역설했지만 그다지 눈길을 끌지 못했다.



오히려 “중국의 위안화는 3단계 국제화 과정을 거쳐 10~15년 뒤에는 유로와 같은 국제준비통화(기축통화)로 부상할 것이다”(다이상롱 중국 사회보장기금 이사장)와 “중국 정부는 반드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명확히 구분해 시장기능을 더욱 활성화하는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우징롄 교수) 등의 말이 더 큰 메아리를 만들었다.

국제금융을 논의하기 위해 화려한 외국 손님을 초청해놓고, 국내 문제를 주로 다루는 국제금융포럼을 보면서 ‘존경보다 손가락질 받는 부자’가 떠올랐다. 돈에 한이 맺혀 물불 가리지 않고 많은 재산을 모은 뒤 동네 사람들을 모아놓고 ‘돈 자랑’하는 천박한 부자, 돈의 힘으로 잔치를 벌였지만 손님들은 아무런 매력(Attraction)을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욕하는 상황이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주석은 지난 12~13일,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APEC(아태경제협의체)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앞으로 더 넓고 더 깊게 개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모델로 삼고 있는 당(唐)과 같은 대국으로 부상하기 위해 수입과 투자 등 모든 분야에서 개방성(Openness)을 확대할 것이라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후 주석의 개방성이 중국에서는 아직도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엄청난 돈을 들인 국제금융포럼마저 글로벌 이슈를 다루지 않고 국내 문제에만 몰두하는 중국. 이웃을 아우르고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이념과 아이디어를 제공하지 못하고 ‘우리들만의 잔치만을 즐기는 폐쇄성’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돈은 많지만 존경받지 못하는 손가락질 받는 부자에 머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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