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미국 더블딥(이중침체) 우려와 뒤따른 신용등급 강등, 유럽 재정위기 확산, 일본 신용등급 하락 등 잇따른 악재로 글로벌 증시는 초토화됐다. 코스피 지수는 한때 1600선까지 밀리며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다.
리비아 반정부 시위와 유럽 재정위기 확산 위기가 한창이던 2월(130.43포인트)보다 2배를 웃돈다. 더구나 전달 32.52포인트 오름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8월 폭락장은 그만큼 충격이 컸다.
무시무시한 기록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떠올리기 조차 싫은 지난 19일, 코스피의 일중 낙폭은 무려 115.7포인트를 기록했다. 코스피가 하루만에 100포인트 넘게 빠진 것은 지난 2008년 10월 24일 110.96 하락한 이후 처음이다. 코스피 하락률은 6.22%에 달했다. 말 그대로 '블랙 프라이데이'를 연출한 것.
지난 9일 코스피가 장중 1700선마저 붕괴(1684.68)됐는데, 장중 1700선이 깨진 것은 지난해 7월 9일(1697.61) 이후 13개월여 만이다. 장중 낙폭은 184.77포인트 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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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크쇼크·쇼크! 패닉의 순간들
증시 예보에는 먹구름 한 점 없어 보이던 8월 증시에 폭우가 쏟아진 건 지난 2일부터다. 미국의 더블딥 우려가 시발점이다.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증액 합의안이 통과된 후에도 지표부진에 따른 경제 성잔 둔화 우려가 확대됐다. 2일 코스피 지수가 51.04포인트 뒤로 밀렸다. 패닉 장세는 5일까지 이어졌다. 코스피 2000선도 무너졌다. 나흘간 228.56포인트 급락했다.
그런데 거기가 끝이 아니었다. 지난 5일(현지시간)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다드 앤 푸어스(S&P)가 미국 국가 신용등급을 'AA+'로 한단계 하향조정하면서 '쇼크'는 확대 재생산돼 글로벌 증시를 강타했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 후 첫 개장일인 8일 국내증시는 '블랙먼데이'였다. 74.30포인트 뒤로 밀려 종가 기준으로 1900선이 무너졌다. 올 들어 첫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으며, 코스닥 시장에서는 첫 서킷브레이커까지 발동됐다.
여파는 다음날까지 지속됐다. 9일에는 장중 1700선마저 붕괴(1684.68)돼 쉽게 회복될 수 없는 상처를 입고 말았다. 2일부터 9일까지 코스피는 400포인트 가까이(370.96)밀려 그야말로 총제적인 '패닉증시'의 절정을 이뤘다.
다행히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초저금리 유지정책을 밝히자 10일부터 급락세는 다소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미국이 잠잠해지자 유럽 재정위기 확산 우려가 증시의 발목을 잡았다.
지난 17일 열린 독일총리와 프랑스 대통령 간 정상회담이 기대와 달리 허망하게 끝났다. 유로본드 발행 논의를 비롯해 유로존 위기 탈출 계획이 구체화되지 못하면서 지수는 다시 꺾였고, 19일 코스피는 일간 115.70포인트 급락하기에 이른다.
설상가상으로 24일 무디스가 일본 신용등급을 'Aa2'에서 'Aa3'로 한 단계 끌어내리면서 투심은 급격하게 얼어붙었다. 총체적인 난국 속에서 세계의 눈과 귀는 26일 벤 버냉키 연준의장의 잭슨홀 연설로 쏠렸다.
버냉키 의장은 기대했던 양적완화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경제 성장에 대한 신뢰와 추가 조치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글로벌 증시는 반등에 성공했다. 코스피 지수도 지난 29일과 30일 이틀연속 올랐다. 충격의 8월, 그나마 막바지는 반등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