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는 직장생활로 모은 종잣돈 5000만원으로 투자를 시작했다. 아침마다 일찍 나와서 종목을 찾고 테마를 잘 잡으면 월급 이상을 벌 수 있었다. 전업투자로 꽤 많은 돈을 번 학교 선배 정모씨의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경비부담도 덜 수 있었다. 계좌는 6개월만에 8000만원까지 불었다.
하지만 좋은 날은 오래 가지 못했다. 몇몇 종목에서 쓴 맛을 보고, 상장폐지까지 맞게 되면서 순식간에 계좌가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3년 투자경력의 직장인 전모씨는 8월 비교적 선방했다. 4000만원의 종자돈으로 코스닥 우량종목 중심으로 투자컨셉을 잡고 넥스트칩 (1,597원 ▼20 -1.24%), 동일금속 (9,260원 ▲10 +0.11%) 등에 투자했다. 주가가 폭락하면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의 학습효과를 응용, 주식담보대출로 2000만원 가량을 받아 '물 타기'를 했다.
이후 반등하면서 물타기는 효과를 받고 원금을 회복했다. 9일 못산 게 아쉽다.
전씨는 미국 쪽 상황은 그래도 관심 있게 보는 편인데, 유럽 쪽 상황은 잘 모르는 상태여서 불안감은 컸다. 폭락장에서 스마트폰으로 미국장보면서 잠들 정도였다. 8월초 주변에서 주식 안하던 사람들이 주식얘기를 하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게 폭락의 시그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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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보유종목들이 그나마 올라주면서 '본전'수준을 맞췄다. 주식담보로 빌린 돈 다 갚고, 투자를 회수하는 중이다. 일단 돈을 빼서 지켜볼 예정이다. 지수가 1750선에 육박하면 다시 들어갈 생각이다.
#강남 고급 술집에서 일하는 부장 이모씨는 3개월전 단골손님인 증권사 직원 박모씨에게 1000만원을 맡겼다. 주식을 불려주겠다는 말에 솔깃해서 계좌를 텄는데, 8월이 되면서 1000만원은 250만원 정도로 떨어졌다. 주가가 폭락해서 그런가 장사는 안되고 증권사 직원도 물론 오지 않았다. 이씨는 매상도 잃고 손님도 잃고, 돈도 잃었다.
개인투자자들에게는 잔혹했던 8월이 지나가고 있다. 특히 올해 상반기 내내 추락하던 코스닥 중소형주들은 6월과 7월 반짝하고 올랐던 상황이어서 충격은 더욱 컸다.
지난해부터 상장폐지 퇴출 대란에 이어 경기침체 우려, 증시폭락까지 코스닥 중소형주들에게는 '찬 바람'이 계속 불고 있다. 바이오, 게임, 대선테마주, 엔터테인먼트 등 '불확실성'이 큰 주식들은 테마성으로 계속 움직이고 있지만, 과열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특히 한국을 대표하는 IT주식과 이른바 '차화정'으로 불리는 자동차,화학,정유 관련 대표종목들은 '저가매수'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예년보다 빨리 찾아오는 '민족 최대 명절' 추석도 반갑지만은 않다. 상에 올릴 과일가격은 물론이고, 채소, 고기, 어패류 가격도 만만치 않다. 이래저래 개인투자자들에게는 괴로운 8월이 저물고 있다.